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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 LA Aug 31. 2024

살라는 건지 죽으라는 건지 알 수 없는 항암 2,3차

암투병 일기

항암 2, 3차가 계속되면서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온갖 부작용이 전신으로 퍼져나갔습니다.


항암 다음날부터 다시 배탈이 시작되었습니다. 물만 마셔도 주르르르륵. 병원에서 처방해 준 지사제를 먹어도 5일에서 7일은 약발도 듣지 않는 상태. 먹을 수 있는 건 고작 미음과 야채죽. 47kg으로 시작한 몸무게는 43kg까지 추락. 항암 기간 동안 살이 빠졌다고 좋아하는 환우도 가끔 보지만 저는 살이 빠지는 게 두려웠습니다. 가뜩이나 마른 체형인데 여기서 더 빠지면 면역력도 체력도 형편없어지기 때문입니다.


3일째가 되니 울렁증이 심해지면서 임신했을 때처럼 음식 냄새에도 예민해졌습니다. 맛을 느끼는 혀의 감각은 둔해지고, 코는 예민해져 먹을 수 있는 음식의 범위는 점점 좁아져 갔습니다. 게다가 온몸의 관절들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다리에 군데군데 멍자국이 생겨났습니다. 암투병 중에도 산책을 하면서 가벼운 운동을 지속해야 하는데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유방암은 생존율이 높다고 하지만 항암을 이기지 못하면 살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부작용이 지속되면 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하루하루.


결국, 미음만 계속 먹어서는 영양을 보충할 수 없어 동네 내과에 가서 수액을 맞았습니다. 병원에서 처방해 준 백혈구 주사도 맞고, 비타민D 주사도 맞았습니다. 한결 몸 컨디션이 좋아진 듯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내과 의사 선생님이 갑자기 당뇨 체크를 했습니다.

"이거 당뇨 전단계인데."

"전 당뇨 없는데요."

"139(정상범위 99~140), 이 정도면 당뇨 위험 수치야."

알고 보니 배탈로 계속 미음과 죽 종류만 먹어 당수치가 일시적으로 많이 올랐던 것입니다. 죽도 맘 편히 먹기 어려워졌습니다. 그 뒤로는 항상 오트밀을 많이 넣어 죽을 끓여 먹게 되었습니다. 


오트밀의 가장 큰 효과는 심혈관 건강에도 좋고 혈당 수치를 낮춰 당뇨를 예방합니다. 특히 유방암에 좋은 음식으로도 꼽히며 면역력을 높여 줘서 항암이 끝난 지금도 즐겨 먹는 음식입니다. 


7일째가 되니 배탈은 조금씩 나아지고 대신 피부트러블과 눈에 염증이 심해졌습니다. 건선도 생기고 피부톤은 노리끼리하면서 칙칙한 톤으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눈다래끼까지 생겨 안과 진료를 받았습니다. 


밤마다 손발 저림이 심해져 새벽에 잠을 깨는 날도 늘었습니다. 어느새 손톱과 발톱 위에 가로 줄무늬가 생기더니 쉽게 부서져 자그마한 자극에도 아팠습니다. 


항암기간에는 작은 상처로 감염이 되기 쉬워지고, 감염이 되면 고열이 날 수 있고, 열이 38도 이상 지속되면 패혈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어 매사에 조심해야 합니다. 


살라는 건지 죽으라는 건지 알 수 없는 항암치료.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왼쪽 가슴에 암덩어리가 툭 불거져 나와 손으로 만져지는데 사이즈가 점점 줄고 있었습니다. 


'나도 죽어가는데 너(암덩어리)도 죽어 가는구나.' 허탈한 웃음이 나왔습니다. "둘 중에 하나만 살아남아야 하는 게임에 돌입했다면 나지! 절대 지지 않을 거야."라고 연신 외쳐댔습니다.



피검사 결과지를 뽑으면 항암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항암 기간 중에는 매번 피검사를 합니다. 의사를 만나기 전에 피검사 결과지를 뽑아 궁금한 것이 있으면 주치의에게 물어보거나 동네 내과에 들고 가서 물어보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별히 이 기간 동안에 골수기능이 저하됩니다. 따라서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등의 수치가 정상 범위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골수기능 저하로 인해 혈액세포가 감소되면 쉽게 감염되고 출혈이 생길 수 있으며 빈혈 등이 발생합니다. 

저는 당뇨, 단백질, 빈혈 수치, 콜레스테롤 수치 등도 꼼꼼히 체크했습니다. 사실 주치의는 피검사 결과지에서 문제가 있을 때에만 거기에 관해 언급합니다. 3분 정도의 시간 동안 모든 것을 꼼꼼히 봐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래서 피검사 결과지를 가지고 항상 내과로 가서 물어봤습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검색을 해서 찾아보기도 하지만 정상범위를 벗어난 수치들이 있을 때는 원인도 물어보고 예방법이나 치료법에 대해서도 궁금하니까요. 


항암 2,3차 기간 중 도움이 된 음식:

미역국, 누룽지에 오트밀을 넣어 끓인 죽, 닭백숙, 도가니탕, 시금치 된장국, 미소시루(두부와 미역만 넣은), 아구지리 등이었습니다. 


야채는 되도록 데쳐서 먹는 것이 소화에도 감염 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

과일은 손바닥 크기의 작은 접시 사이즈로 계절 과일을 골고루 식전 30분 전에 먹으면 좋습니다.



항암치료 부작용 중 특별히 출혈증상이 있는지 주의 깊게 봐야 합니다. 여러 군데 멍이 있는지, 붉은 반점이 많은지, 소변이나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지, 잇몸 출혈이나 코피가 나는지, 하혈을 하는지, 예전보다 생리기간이 길어지는지. 원인은 혈소판 수치가 많이 떨어지면 멍도 쉽게 생기고 출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출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칫솔도 부드러운 것으로 바꾸고, 상처가 나지 않도록 칼, 바늘, 가위 등을 조심히 사용하며, 코를 풀 때도 부드러운 휴지를 사용하는 등 최선을 다해 관리를 해야 합니다.

혈소판 감소로 신체 어딘가에서 출혈이 멈추지 않는다면, 바로 혈액 검사를 시행하고 의사와 상담 후 수혈 등의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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