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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 LA Oct 04. 2024

암을 극복하는 3가지 생각습관

5장 암을 고치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

나를 아프게 한 건 바로 나였습니다. 


늘 참았습니다.

애쓰며 사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잘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몸이 힘들어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스스로를 달달 볶는 날도 많았습니다.

버거운 일들은 어느 순간부터 삶에 녹아 있었습니다.

...


그러다 암진단을 받고 나니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참고 애쓰며 스스로에게 혹독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현실에서 살아남고 싶어서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았을 뿐인데.


엎어졌는데 일어서지지가 않습니다. 그냥 엎어진 채로 한참을 있다가 나에게 위로를 건넵니다. '괜찮아, 괜찮아.'


이제 힘내지 마.

참지 마.

잘하려고 하지 마.

애쓰지 마.

파이팅 하지 마.

이겨내지 마.

미안해하지 마.

혹사시키지 마.

볶지 마.

안달하지 마.

...


암에 걸려서 자연스럽게 인생에 필요 없는 찌꺼기들이 제거되고 알맹이만 건지는 경험을 합니다. 한 번쯤은 털어내고 더러 내어 나답게 살 수 있는 정련된 금 같은 알맹이가 필요했나 봅니다.


운동을 할 때 잘하려면 힘을 빼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하더군요. 인생도 매한가지입니다. 힘을 빼면 나만의 인생길을 즐겁게 갈 수 있다는 걸 왜 미처 몰랐을까요.


지금은 부정적인 생각들이 때, 무기력해질 때, 아파서 고통스러울 때 나에게 이런 말을 들려줍니다. '참지 않아도 괜찮아,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안달하지 않아도 괜찮아,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모든 사람들이 성향이 달라 가지고 있는 습관들도 각각이겠지요. 저에게 새로 생긴 생각습관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똑같은 하루가 다르게 다가오더군요.



암을 다스리는 생각습관 3가지 

1. 천천히 가도 괜찮아. 

    급히 가려고 무리를 하게 됩니다. 애쓰고, 잘하려고 더 노력하고, 그러다 자신을 혹사하고…. 그러다 어느 시점에 병에 걸리죠. 꼭 암이 아니더라도 말이죠. 미래에 후회하는 자신을 만날지, 천천히 묵묵히 인생길을 걸어온 대견한 자신을 만날지 미리 생각을 해봅니다. '천천히 가도 괜찮아'를 반복해서 되뇝니다. 불안감이 사그라들 때까지 말이죠. 어차피 목적지에 도달하는 건 매한가지입니다. 인생 눈금은 태어날 때 정해져 있는 거니까요. 


2. 느려도 불안해하지 마.

  '천천히'가 시간적 측면이라면 '느려도'도는 능력, 즉 기술적 측면입니다. 빠르게 변화해 가는 세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리하게 속도를 내죠. 비교하게 되고, 경쟁하게 되고, 자신을 재촉하며 정신을 잃고 달리다 넘어지죠. 이상하게도 넘어질 거라는 걸 알면서도 멈춰지지가 않습니다. 아프고 나니 비교도 헛되고, 경쟁도 헛되고, 달리고 싶어도 달려지지가 않습니다. 이런 걸 저는 신의 개입이라고 해석합니다. 잠시 멈추고 주변을 돌아보며 그냥 나의 모습대로 살아도 괜찮다는 계시가 느껴져요. 


아프니까 오히려 느리고 작은 존재인 나를 인정하게 되고 여기서부터 진솔하게 출발하게 되더군요.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을 찾게 되고, 이왕이면 좋아하는 일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기쁜 안도감을 느꼈어요. 이제 인생 길이가 유한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껴요. 그러니까 가치 있는 것만으로 채우기도 짧은 삶을 낭비할 수 없잖아요. 느리게 즐겁게 살 수 있는 일에 몰두하게 되어 혼자 훈훈하게 웃을 때가 많아졌습니다. 


3. 파랑새를 키우는 거야.

   아침마다 좋은 글귀를 하나 읽고 시작합니다. 이건 오래된 습관이기도 합니다. 성경을 읽을 때도 있고 명언집을 읽기도 하고 철학서, 인문서도 읽습니다. 다시 읽고 싶은 문장이 있으면 제 메모 노트를 꺼냅니다. 책상 위에 노트들이 즐비하게 꽂혀 있는데 어느 노트에 어떤 메모가 적혀 있는지 대충은 기억하고 있거든요. 


한 줄이 별거 아닌 거 같은데 약으로 치자면 우선 진통제 역할을 합니다. 눈 뜨면서 찾아오는 온갖 잡생각과 부정적인 생각을 잠재웁니다. 그러고 나면 한약처럼 보약 역할도 하죠. 맑아진 머리와 마음속에 영양가 있는 생각들이 속살이 차듯 알차게 들어차거든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침에 새소리에 잠을 깨듯 한 줄의 문장을 읽는다는 것은 '좋은 생각을 물어오는 파랑새를 키우는 것과 같구나.' 하는. 한 줄이지만 그 글이 살아올라 빈 마음을 긍정으로 채우는 거죠. 빈 마음은 사이즈가 정해져 있어 일단 좋은 생각을 채우고 나면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올 틈이 없어집니다. 


오늘 읽은 건 "좋은 일을 생각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 나쁜 일을 생각하면 나쁜 일이 생긴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하루 종일 생각하고 있는, 바로 그것입니다."라고 말한 조셉 머피의 명언인데요. 이 짧은 문장을 읽고 나서 생각하고 음미하게 되죠. 어느새 내 마음은 좋은 일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며 하루를 시작하게 됩니다. 좋은 생각을 물어오는 파랑새를 한 마리 키운다고 생각하니 아침마다 상상의 새를 맞이하게 되어 창문도 열게 되고 깊은 호흡도 하게 됩니다. 이 파랑새와 교제한 지가 꽤 오래됐어요. 20대 유학생활을 시작하면서 고독감과 불안함을 이기려고 시작했는데 큰 도움이 되어서 아직도 지속하고 있습니다.


나만의 파랑새를 키우는 거, 이거 꽤 근사한 일이에요.  




감사하게도 암은 사라지고 점점 건강한 몸으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이런 전래 동요가 있잖아요.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하는. 어린 시절 모래밭에서 모래집을 지으며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생각해 보니 이 노래는 고무줄 놀이할 때는 부르지 않죠. 꼭 모래놀이를 할 때 부르는 이유는 노래의 유래 때문입니다. 1935년 심훈이 발표한 《상록수》작품 안에 영신이라는 인물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모래로 성을 쌓으면서 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마도 이것을 유래로 보게 된 것 같습니다. 


뜬금없이 두껍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가 있죠. 암투병으로 헌 집을 주고 건강한 몸으로 새집을 짓는 경험을 하고 있어 그렇습니다. 두렵고 무서웠던 암이 이제는 고마운 암으로 바뀌어가고 있어요. 이만큼 아프지 않았다면 과거의 습성에 끌려다니다 더 크게 아팠거나 제2의 인생은 꿈도 꾸지 못했을 거예요. 


나를 아프게 한 것도 나고, 나를 치유하는 것도 결국 '나'라는 것을 절절히 깨달아요. 의학적으로 암은 5년 동안 예후를 지켜보면서 '5년 완치'라는 판정을 내려 주잖아요. 이건 옛날이야기입니다. 완치라는 것 없어요. 죽는 날까지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를 해나가야 합니다. 


지금은 암투병 중입니다. 이걸 의식하니 좋은 습관이 갈수록 조금씩 쌓여갑니다. 세상에 대해서도, 일에 대해서도,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먹거리에 대해서도, 생각에 대해서도 저절로 겸손해지고 겸허해지죠. 저는 아마도 죽을 때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좋은 습관을 개발하는 습관 디자이너가 될지도 모르겠어요. 육체적 건강을 위해서,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 행복한 인생의 나날을 위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습관 디자이너, 꽤 괜찮은 직업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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