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이기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암진단을 받고 제일 먼저 끊은 것이 일단 커피였습니다. 암환자라면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거예요. 어떤 음식, 음료가 암에 안 좋다 하면 금방 끊게 됩니다. 아주 사소한 것들이 크게 들리거든요. 저에게 커피는 평소에 즐겨 마시던, 아니 너무나 사랑해서 자주 마시던 커피를 끊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일단 살아야 커피도 다시 마실 수 있으니 중단했습니다.
지금은 회복 단계이기도 하고 조금씩 심적으로도 육적으로도 여유가 생기면서 커피가 암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방면으로 알아보면서 하루에 한 잔 정도 다시 마시고 있습니다.
암환자에게는 커피가 무조건 나쁠까요?
수많은 연구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수십 년간 연구해 왔지만 확실하게 '연관성이 있다', '암의 원인이다', '암환자에게 해롭다'라고 밝혀진 결과는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기구(IARC)가 소집한 자료에 따르면 커피를 마시는 것이 발암성이 있다고 결론 내리기 어렵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거꾸로 자궁 내막암과 간암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좋은 연구 결과이건, 나쁜 연구 결과이건 이러한 연구 결과는 항상 반대의 연구 결과도 참고하면서 무엇을 얼마만큼 수용해야 할지 본인이 결정해야 합니다.
미국암학회 연구진인 수잔 갭스터 박사와 마조리 맥컬러 박사는 커피가 두경부암, 대장암, 유방암, 간암을 포함한 여러 유형의 암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커피에는 카페인, 플라보노이드, 리그난 및 기타 폴리페놀을 포함한 성분이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고, 세포 손상을 억제하며, 항염증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군요.(American cancer society에 의한 정보)
암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커피 메뉴는?
저는 다양한 커피 관련 자료들을 읽으면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같은 커피라도 추출방법과 마시는 방법이 다르고 무언가를 첨가한 다양한 메뉴가 있는데 각각 어떻게 좋고 나쁜 것이지.
커피를 순수하게 블랙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각종 시럽과 크림을 듬뿍 넣기도 하고, 커피 위에 더 얹어서 달달하게 마시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암환자라면 어떤 메뉴가 도움이 될까요?
암환자에게는 암세포가 좋아하는 단순당 설탕이나 시럽이 가득 들은 음료는 커피가 아니어도 무조건 좋지 않습니다. 커피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죠.
암환자가 마셔도 괜찮은 커피 메뉴를 찾다 재미있는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헬스조선 기사에 따르면 암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커피 메뉴는 순수 블랙으로 마시는 아메리카노와 핸드드립이라고 합니다. 커피에는 클로로겐산이라는 항산화 성분이 들어있는데 물을 여러 번 나누어 붓는 것을 통해 이 성분이 증가한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아메리카노보다 핸드드립의 추출방식이 암환자에게 조금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에 이르네요.
유방암 환자가 멀리해야 하는 커피는?
반대로 커피 메뉴 중 유방암 환자가 멀리해야 하는 커피는 바로 믹스커피나 우유가 섞인 커피 메뉴입니다. 유방암 환자가 멀리해야 하는 음식 중 하나가 우유, 프림, 설탕인데요. 우유는 유방암의 원인인 여성 호르몬과도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유방암이 걸린 후 유제품을 완전히 끊었습니다. 물론 유제품이 전부 문제가 되는 건 아닙니다. 제조 방법이나 어떤 발효 과정을 거쳤는지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우유, 치즈 및 기타 유제품의 높은 지방함량과 호르몬이 유방암과 연관되어 있다고 합니다. 유방암 진단을 받은 여성의 식단을 유방암 진단을 받지 않은 여성과 비교한 2017년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지원을 받은 연구에 따르면 미국산 체다치즈, 크림치즈를 가장 많이 섭취한 사람은 유방암 위험이 53% 높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pcrm.org 정보출처)
되돌아 생각해 보니 미국에 살면서 크림치즈는 물론이고 다양한 치즈를 일상생활 속에서 많이 먹고 있었습니다. 치즈가 들어간 음식 메뉴를 아주 좋아했거든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칼슘 섭취를 음식으로 한다면서 우유도 많이 마시면서요. 이렇게 먹어서 유방암에 걸렸다고 단정 지을 수 없지만 다른 원인들과 결합되어 좋지 않은 결과를 나은 것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암에 관련된 지식들이 늘어날수록 이런 생각이 들어요.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하는. 건강은 잃고 나서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리 알고 조심했다면 삶의 고통스러운 시간을 현격히 줄일 수 있었을 텐데 하면서요.
아무튼 커피와 암환자에 관한 다양한 정보들을 읽어 보고 내린 결론이 있습니다. 유방암을 포함한 암환자들이 그래도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커피는 아메리카노, 핸드드립을 하루에 1~2잔 정도 마시는 것입니다. 안 마셔도 되지만 커피 애호가라면 이 정도 절제 하는 선에서 말이죠. 카페인에 예민한 환자라면 하루에 반 잔 정도, 되도록이면 오전 식후에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뭐든 과유불급이라고 지나쳐도 좋은 것이 없으니까요.
저는 요즘 하루에 아메리카노 반 잔 정도, 핸드드립도 반 잔 정도 내려서 마시고 있어요. 예전에는 시도 때도 없이 마시던 커피를 이 정도면 정말 절제한 거죠. 커피는 왜 이렇게 맛있는 건지, 반 잔 마시고 책도 읽고 글도 쓰면서 조금씩 활력을 찾고 있습니다. 먹고 싶은 게 있다는 거, 삶에 대한 강한 의욕을 만들고 거창하지 않게 소소한 행복도 안겨다 주어서 좋은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