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mon LA Sep 27. 2024

5, 6차 항암, 도대체 어떤 사람이 암에 잘 걸릴까?

암투병 일기

HER2 양성 유방암 치료 스케줄은 길고도 긴 여정으로 느껴졌습니다. 암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수술, 방사선치료, 다시 표적항암 치료가 끝날 때까지 약 1년 이상이 걸립니다. 



* 1차 암진단: 1차 병원에서 유방암 진단(6센티 3기 말)

    (2차 병원으로 연결되어 검사가 이루어지기까지는 예약상황에 따라 개인차가 있음)


* 2차 대형 병원 최종 암진단: S병원에서 HER2 양성 유방암 판정(4.8센티로 2기, 림프절 전이 있음)

   다른 장기로 전이 여부를 확인하는 전체 검사를 한 후 최종 진단이 내려짐. 

    (15일~30일 정도) 


* 항암치료 시작: 세포독성 항암과 표적항암제를 병행해서 3주 간격으로 6회 항암치료

    (최소 18주, 약 5개월 정도)

 

* 수술: 유방암 부분절제 수술(림프절, 유방 모두 완전관해로 부분절제만 하게 됨)

     (마지막 항암치료가 끝나고 3~4주 후 수술)

       수술 후 입원은 2박 3일 정도.


* 방사선 치료: 수술 한 달 후부터 방사선 치료 매일 16회 

      (환자의 상태에 따라 방사선 치료 기간이 다름)


*표적항암치료 : 표적항암 3주 간격으로 12회 치료, 방사선과 병행해서 시작하기도 함.

       ( 36주, 약 9개월 정도) 



항암치료가 5차로 접어들면서 다리는 코끼리처럼 붓고 감각이 없어지면서 손발 저림이 심해져 밤에도 뜬 눈으로 지새우는 날이 늘었났습니다. 급기야는 저혈당 쇼크와 호흡곤란으로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다시 내과로 가서 수액을 맞고 겨우 일어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여전히 지사제를 의존해야 겨우 밥을 먹을 수 있을 정도여서 체중은 더 줄어만 갔습니다. 6차를 다시 하러 간다고 생각하니 끔찍했습니다. 세포독성 항암은 마지막 한 번이 남았지만 이 한 번을 3주 동안 똑같은 상황으로 버텨낼 자신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결국, 6차 항암을 주치의와 상의해 한 주 미루게 되었습니다. 3주 간격으로 항암치료를 받다가 마지막 항암치료는 4주 만에 하기로 하고 항암제 용량도 줄이기로 의사와 협의를 했습니다. 이렇게 한 주 늘리고 항암제를 줄인 것뿐인데도 견뎌내기가 훨씬 수월했습니다. 


5개월 정도 독한 항암 속에서 고통스럽게 헤매다 6차까지 끝나니 도대체 나는 왜 암에 걸려서 이 고생을 하게 되었나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렇게 나쁜 습관이 많은 것도 아니고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었고 음식도 조심해서 먹는 편이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몸이 약한 편이었지만 그것이 암의 원인이 된다는 자료는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암을 이겨낸 일본 외과 의사 후나토 다카시의 책 <암을 고치는 생활습관>에서 마음에 와닿는 내용을 발견했습니다. 후나토 다카시 의사는 암이 잘 걸리는 사람들의 특징을 3 분류로 나눈 것이 매우 흥미로왔습니다.


바로,

참는 사람

애쓰는 사람

고집스러운 사람

이 세 사람의 앞글자를 따서 '참애고'라는 표현을 쓰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암에 걸린 사람이 '좋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사람은 남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하므로 무슨 일이든 꾹 참고 애를 씁니다. 누구나 자신이 더 참아야 한다거나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게 생각할 때조차 이미 지나칠 정도로 참고 애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사회생활을 하려면 누구나 어느 정도는 참고 애써야 하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고집스러움이 더해지면 그 에너지가 오랫동안 계속 작용해서 몸의 가장 약한 부분에 암이 생기는 것입니다."


일본으로, 미국으로 20년 넘게 외국 이민 생활이 길어지면서 참는 생활, 애쓰는 생활, 고집스러운 생활이 나도 모르게 쌓여 이렇게 아픈 시간이 왔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렇게까지 아프지 않았다면 아직도 '참애고'의 생활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었을 겁니다. 


이제는 어떤 사람이 암에 잘 걸리는지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이 암을 잘 극복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수술도 방사선 치료도 표적항암 치료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궁극적으로 건강을 회복하는 것, 예전보다 더욱 건강해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건 다행인지 불행인지 항암치료가 시작되고 나서는 고통 때문인지 뭐든 잘 참아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애쓸 일도 없어지면서 고집을 부려야 하는 일들도 사라졌죠. 건강을 되찾는다면 이 부분을 깊게 상기해 조금은 다른 성향의 사람으로 살고자 노력하고 싶습니다.


대충 참고,

적당히 애쓰며,

고집을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사람이 변하면 암도 변하겠죠. 오늘도 아프니까 괜히 넋두리를 늘어놓게 됩니다. 꼭! 꼭 건강해져서 멋지게 살고 싶습니다!



항암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주변 환우들로부터 이런 것을 추천받았습니다.

눈썹문신, 치과치료, 대상포진 예방접종.


마음이 다급해 어느 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눈썹 문신을 안 했더니 눈썹까지 다 빠져 후회하고 있고,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안 했더니 결국 대상포진에 걸려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대상포진 통증은 송곳으로 찌르듯이 극심한 고통이 지속됩니다. 생각보다, 들었던 것보다 고통이 심해 병원에 문의했더니 암환자는 대상포진이 쉽게 걸리고 회복도 더디다고 하더군요. 울고 싶네요. 


아직 항암 전이라면 저처럼 고생하지 마시고 부디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미리 하시기 바랍니다!!! 



#항암전준비사항

#유방암

#암투병일기

#암투병에세이

 




                    


                     



이전 17화 항암 중 대상포진에 걸렸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