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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 LA Sep 21. 2024

항암 중 대상포진에 걸렸습니다.

암투병 일기

추석 연휴가 시작되면서 오른쪽 팔이 조금씩 가렵고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매일 하는 근력 운동 때문에 팔 근육통인 줄 알았죠. 근데 자려고 누우니 오른쪽 팔이 욱신욱신 쑤시면서 콕콕 찌르는 통증까지 동반되면서 밤새 잠을 설쳤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오른쪽 겨드랑이 주변을 보니 물집처럼 수포가 일렬로 쪼르륵 나 있는 거예요. 이건 대상포진?


추석연휴가 시작된 월요일 아침이라 외래를 잡을 수도 없는 상황. 치료받고 있는 S 병원 응급실로 전화를 했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추석 연휴기간 동안 생명과 지장 없는 응급상황이 아닌 경우 환자 부담 90%라는 뉴스 보도가 떠올랐습니다. 정말 궁금한 건 지금 당장 생명과는 관계없지만 암환자가 대상포진 주사를 맞아도 되는지, 약을 먹어도 괜찮은지 궁금했는데 마땅히 물어볼 곳이 없어 답답했습니다. 


급하게 동네 병원들을 인터넷으로 뒤져보니 수요일까지 휴무라고 쓰여있었습니다. 지역을 넓혀 수도권 전체로 검색을 했더니 추석연휴 월요일 오전까지만 근무하는 내과를 몇 곳 찾게 되었죠. 아침은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병원 오픈 시간에 맞추어 9시까지 가려고 준비를 했습니다. 아픈 환자들은 많고 문 연 병원은 적어 조금 늦어지면 대기 환자가 100명이라는 댓글도 있었거든요. 온 가족이 병원을 향해 출발해 병원 오픈 시간에 대충 맞추어 도착했죠.


"어디가 안 좋으세요?"

"선생님 대상포진 같은데 좀 봐주시겠어요?"

"어디 봅시다. 증상이 있었나요?"

"밤새 욱신거리면서 팔이 아프고 수포도 생겼어요."

"벌써 통증까지..., 대상포진 맞습니다."

"저 암환자인데 대상포진 약 먹어도 괜찮나요?"

"무슨 암이죠?"

"유방암이에요."

"항바이러스제랑 소염진통제, 연고를 3일 치 처방해 드릴게요. 우선 먹어보고 3일 뒤에 다시 병원으로 오세요."


처음 방문한 내과였는데 선생님은 유방암은 요즘 치료약이 좋아서 잘 이겨낼 수 있는 암이라며 힘내라고 격려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추석연휴는 이렇게 대상포진으로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약을 먹으니 통증이 금방 가라앉았습니다. 어깨 주변에 난 수포에 연고를 발랐는데 일반 물집과 다르게 상당히 딱딱했습니다. 그래도 연고도 있고 진통제도 있어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 보니 S병원에서 받은 항암부작용에 대한 안내서가 생각이 났습니다. 항암 중 대상포진에 걸렸을 때 대처하는 방법이 쓰여 있었던 게 생각이 났죠. 


"대상포진 백신은 생백신이기 때문에 항암치료 중에는 맞으면 안 됩니다. 항암치료 종료 3개월 이상 지난 후 의료진과 상의한 후 결정해야 합니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결국 면역력이 떨어져 대상포진이 걸렸는데 여기에 생백신은 생균이기 때문에 맞으면 안 된다는 것이죠. 추석연휴가 끝나면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하려고 생각했는데 미리 자료를 찾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대상포진의 원인

대상포진 바이러스는 어린 시절 수두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와 같은 것으로 수두가 치료된 후에도 이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우리 몸속의 신경을 타고 척수 속에 오랜 기간 동안 숨어있다가 우리 몸이 약해지거나 다른 질환으로 면역기능이 떨어져 있을 때 다시 활성화되어 대상포진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특히 대상포진은 60세 이상의 고령자나 AIDS, 암환자, 항암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등 면역기능이 떨어졌을 때 바이러스가 되살아나서 이 병에 걸리게 됩니다. 그러나 젊은 사람도 과로, 스트레스 등을 많이 받으면 이 병이 생길 수 있습니다. 


대상포진 치료 방법

항바이러스제의 개발로 대상포진의 치료에 많은 도움은 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바이러스를 완전히 퇴치할 수 있는 약제는 없다고 합니다. 가장 좋은 치료법은 초기에 항바이러스 제를 투약하고 포진 후 신경통의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암투병 중이라면 대상포진 생백신 맞는 것에 대해서는 주치의와 꼭 상의할 필요가 있다는 거, 알아 두시면 도움이 됩니다.


치료를 받고 있는 병원에 갈 수 없다면 내과나 피부과를 방문했을 때 암환자라는 것을 꼭 전달해야 합니다. 저도 처음 방문한 내과 의사 선생님께 암투병 중이라고 했더니 백신 맞는 것을 권하지 않으셨거든요.


대상포진은 72시간 내에 치료하면 심한 통증도 잡을 수 있고 번지는 것도 막을 수 있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습니다. 수포가 앞 쪽에서 겨드랑이, 뒤쪽 어깨까지 번지긴 했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표적항암 중이라 고통이 심하지 않아 건강한 사람처럼 며칠 활동을 해서 그럴까요. 아무튼 대상포진으로 놀랐지만 빨리 대응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이렇게 또 한 고비를 넘으면서 추석의 둥근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습니다. 

'또 한 번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완전히 건강을 회복하게 해 주세요.'



대상포진 자료는 삼성서울병원 의학정보를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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