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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 LA Sep 13. 2024

4차 항암 스케줄을 한 주 미루었습니다.

암투병 일기

3주마다 투여되는 항암제 독성 덕분에 몸은 한겨울 나뭇가지처럼 말라가고 설사는 멈추지 않고 어지럼증과 빈혈이 심해졌습니다. 침대에 하루종일 누워 일어나지 못하는 저를 보면서 가족들의 한숨과 걱정도 늘어났습니다. 


난소암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병원 스케줄대로 항암제 맞지 말고 좀 미뤄. 나는 다 포기하려다가 한 달을 미뤄서 했더니 한결 낫더라."

"주치의가 그렇게 해 줄까?"

"내가 죽어가는 데 그게 무슨 소용이야. 살고 봐야지."

"그래야겠다. 반대하시겠지만 견딜 수 있는지는 아닌지는 내 몫이니까."


4차 항암 스케줄을 미루는 것에 대해 남편과도 의논하고 대장암 경험이 있는 형부와도 상의를 해 보았습니다. 내 꼴이 영 말이 아니었는지 미루는 것에 모두 찬성을 했습니다.


4차 항암을 위한 외래가 잡혀 혈액종양내과 담당의에게 한 주 미루겠다고 했더니 얼굴색이 안 좋았습니다.

"한 주 미루면 앞으로의 스케줄도 다 바꿔야 합니다. 수술도 늦어지고 모든 일정이 늦어져요."

"선생님, 거의 3 주내 내 죽 말고는 먹지 못했어요. 견디기가 어려워요."


결국 마지못한 승인이 났고 평일로는 5일, 주말을 끼면 정확히 한 주 연기해 주었습니다. 항암제를 맞으면 2주 정도는 몸의 모든 세포들이 공격을 받아 약해지다가 3주 차부터 회복새로 돌아섭니다. 그래서 3주마다 피검사를 하고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호중구, 총 단백, 알부민, 포도당, 칼슘, 콜레스테롤 등이 정상범위로 돌아오면 바로 다음 항암제를 투여하는 것이 병원 시스템입니다. 


의사는 이 수치만을 확인합니다. 환자가 들어와도 이름조차 알지 못하죠. 그냥 컴퓨터 화면만을 보고 정상수치면 진행을 시킵니다. 외래진료 시간은 겨우 2~3분이고, 병원 복도는 앉을자리도 없이 빽빽하게 다음 암환자가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니 환자들의 이름이나 상태에 무심할 수밖에 없는 의사 선생님의 사정도 이해가 갑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환자 자신이 스스로를 챙겨야 합니다. 환우들 중에는 항암제를 잘 견디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비실대면서 갈수록 약해지는 환자도 있으니 저마다의 건강상태로 결정해야 합니다.


항암을 쉬는 한 주는 너무 빨리 시간이 흘렀습니다. 설사도 멈추고 자극적인 음식 이외에는 뭔가 자유롭게 먹을 수 있게 되니 건강도 회복하고 우울하고 불안했던 마음도 밝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암환자가 되고 보니 작은 것에 크게 낙심도 하지만 작은 것에 크게 기뻐지기도 합니다. 


밥 한 끼 잘 먹는 거 평소에는 당연한 일인데 지금은 아주 특별한 일이 되어 버렸어요. 간간히 텔레비전 선전에 나오는 매운 라면, 매운 치킨을 보면서 '예전엔 어떻게 저걸 먹을 수 있었을까'하며 한 번도 먹어 본 적 없는 외국인의 시선으로 쳐다보게 되더라고요. 암환자가 된 이후로 그림의 떡이 된 음식이 세상에 너무 많아졌어요.


아무튼 조금 살만해진 체력으로 그래도 동네 내과를 찾아가 단백질 영양 수액을 두 번 맞고 산책을 하면서 좋은 공기도 마시고 기분전환을 했습니다. 한 주 지나 4차 항암제를 맞기 위해 피검사를 했더니 대부분의 수치들이 정상범위 안에 있었습니다. 이렇게 독성 항암제를 4번이나 마쳤습니다. 

"장하다, 잘했어, 기특해."


4차 항암에 도움이 된 음식들이 있어요.

무를 많이 넣은 갈비탕- 단백질도 필요하고 소화가 잘 되는 무를 많이 먹은 것이 도움이 되었어요.


오트밀 누룽지 - 누룽지나 쌀 죽만 먹으면 당수치가 급격히 올라가 안 좋습니다. 오트밀을 항상 1:1 비율로 넣어서 먹으면 건강에도 좋고 당수치가 올라가는 것을 예방할 수 있어요.


동치미나 물김치 - 배탈이 심해져 고춧가루 들어간 음식을 아예 못 먹게 되었습니다. 물김치는 울렁증에도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언니가 동치미와 물김치를 큰 통으로 담아 주어서 얼마나 속이 개운하던지...


아욱된장죽: 아욱으로 된장국을 끓여 거기에 다시 밥을 넣고 끓이면 됩니다. 칼슘이 풍부해 골다공증 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


게된장국 - 워낙 게를 좋아해서 단백질 섭취로 게를 왕창 넣은 된장찌개를 자주 먹었어요. 



항암 부작용을 이기는 방법이 있습니다.

손발 저림 - 잠잘 때 손과 발을 베개 위에 올려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해야 합니다. 낮에는 아주 가벼운 스트레칭도 틈틈이 해야 해요. 


울렁증 - 식사 전에 당도가 낮은 과일 위주로 조금씩 먹으면 울렁증에도 도움이 되고 소화도 잘 됩니다. 암이 걸린 후에는 과일을 반드시 식전에만 먹고 있어요. 처방받은 약이 있지만 자연적으로 이겨내려고 거의 복용하지 않았어요. 항암제에 화학성분 약까지 먹는 게 좋을 리 없으니까요.


피부건조 - 건선이나 아토피가 심해질 수 있습니다. 처방을 받아도 좋고 로션을 자주 바르면 효과가 있습니다.


불면증 - 걱정도 늘고 진짜 잠이 잘 안 와요. 이럴 때 낮에 어떻게든 햇빛을 보려고 노력합니다. 낮에 가벼운 산책 30분만 해도 한결 편안하게 잠들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방법은 저녁 먹고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 심신안정도 되고 불안이 줄어들어 숙면에 도움이 됩니다.


눈부심, 눈곱이 심하게 낌 - 안과를 방문해서 인공눈물 처방을 받았습니다. 


쓰다 보니 아픈 곳 천지네요. 괜히 웃음이 납니다. 그래도 살아있어서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지. 잘 이겨내 제2의 인생은 아주아주 건강하게 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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