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광대한 우주 속 작은 걱정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시리어스 맨/나그네와 마술사

by 현재

기분을 심란하게 하는 걱정거리가 있는가?


그렇다면 혹시,

하루아침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집이 철거될 위기에 놓여있는가?
당신이 지금껏 평생 쌓아온 커리어와 가족관계가 모두 무너질 위기에 놓여 있는가?
이 구렁텅이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도저히 상황이 따라주지 않는가?
갱단에게 쫓기는 신세인가?


아마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걱정은 이런 상황들에 비하면 하찮은 일일 것이다.


이 상황들은 모두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시리어스 맨>, <나그네와 마술사>,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주인공들이 직접 겪는 사건이다. 실제로 우리에게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면 우린 삶이 끝난듯한 절망을 느낄 것이다. 영화의 주인공들도 처음엔 이런 불행 앞에서 크게 절망하고 해답을 찾으려 고군분투한다.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2005), 시리어스 맨(2010), 나그네와 마술사(2003),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2014)


평생 성실하고 신실하게 살아온 자신에게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고민하는 <시리어스 맨>의 래리(마이클 스툴바그). 해답을 찾기 위해 매일 랍비를 찾아가 질문하지만, 랍비는 계속해서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만 들려준다. 하지만 그 어떤 이야기에도 결말은 없다. '그래서 결말이 뭔데요?'라고 물어보면 그저 어깨를 으쓱할 뿐이다.


이 영화는 랍비가 래리에게 그랬던 것처럼, 영화 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에 대해 어떠한 결말도 알려주지 않는다. 저 멀리서 다가오는 토네이도가 결국 학교를 덮치게 될까? 래리는 직장에서 해고당할까? 그래서 랍비가 하고자 하는 말은 뭐였을까?


너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단순하게 받아들여라
- 라시



사실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영화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한 문장으로 귀결된다. '너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단순하게 받아들여라'는 랍비 라시의 말처럼, 결말이 뭐든 무슨 일이 일어나든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영화는 우리에게 이렇게 반문한다.


"왜 그리 심각해?"



80세의 관점으로 인생을 본다면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으로 '모든 문제를 80세의 관점으로 보는 것'이라 했다. 우리가 80세가 되었다고 상상해보자.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이 그때도 여전히 중요할까?


80년의 스케일로 보면 우리의 삶에 전체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단 하나의 사건은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이 지금 걱정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건들은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것들이고, 그런 일에 대해 걱정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은 불면증과 스트레스성 위염밖에 없다. 혹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 인생에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당장 얼마 동안의 생활에는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인생 전체에는 결과적으로 아무 영향도 끼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찰리 채플린의 유명한 말처럼,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최대한 멀리서 보라. '더 넓은 관점으로 현재를 보는 것'. 식상한 말로 들리겠지만, 그것이 우리 인생의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다.



스케일을 크게, 더 크게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이 스케일을 지구를 넘어 우주까지 확장해버린다. 광대한 우주 앞에서 우리 인간은 한낱 먼지와 같다. 범우주적 스케일로 볼 때 우리의 걱정은 과연 중대한 문제일까.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알란(로베르트 구스타프손)은 정신병원에 갇혀 불구가 되고, 수용소에 갇히고, 갱단에게 쫓기는 등 셀 수 없이 많은 사건을 겪지만 그 어떤 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는 100세가 되어서도 신나는 모험을 위해 창문을 넘어 다시 세상으로 나아갔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면 인생은 그뿐. 지금 이 순간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주저하지 말 것." 알란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다.



지금 당장 공기를 바꿔라


혹시 아직도 걱정이 남아 있는가? 그렇다면 여기 나만의 비법을 소개한다. 누군가는 슬플 때 힙합을 춘다지만, 나의 경우엔 음악이다. 지금 당장 당신이 아는 음악 중에 가장 신나는 노래를 틀어보라. 음악이 전달하는 에너지는 감정에 큰 영향을 준다.


굳이 음악이 아니어도 좋다. 밖으로 나가 시원한 공기를 맡으며 몸을 움직이거나, 귀여운 동물 영상을 봐도 좋다. 지금 당장 걱정으로 가득 찬 회색의 공기를 환기시켜 좋은 에너지로 둘러 쌓여라. 감정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같아서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그 진동에 맞춰 춤추게 될 것이다.


어떤 방법이든 상관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온 힘을 다해 부정적인 기분을 떨쳐내라. 그리고 기분이 나아졌다면 다시 세상에 뛰어들어라. 우리가 여든 살이 되어 지금 시절을 회상한다면 현재의 내가 미래에 대한 걱정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주저하길 바랄까,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개의치 않고 다시 세상에 뛰어들길 바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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