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지금 아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까밀 리와인드 / 패밀리 맨 / 어바웃 타임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모든 사람이 살면서 한 번쯤 하게 되는 생각이다. 이는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는 내용의 '타임슬립' 영화가 꾸준히 만들어지는 이유일 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적어도 현재까진 말이다.
헤라클레이토스는 '누구도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순 없다'고 했지만, 오늘 소개하는 영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우연히 마법 같은 사건을 통해 과거에 발을 한번 더 담글 기회를 얻게 된다.
*아래의 내용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까밀 리와인드(2013), 패밀리 맨(2000), 어바웃 타임(2013)
<까밀 리와인드>의 주인공 까밀(노에미 르보브스키)은 남편에게 이혼 통보를 받은 마흔 살의 무명배우다. 몸과 마음이 모두 망가져 알코올에 의존하던 까밀은 새해를 앞둔 어느 날 16살 때의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 단짝 친구와의 즐거운 등굣길, 지금 남편과의 첫 만남, 돌아가신 부모님과 함께한 시간들을 다시 경험하는 까밀.
그녀는 그동안 권태롭게 흘려보냈던 모든 시간들이 미래에 사무치게 그리워질, 가장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그 시절을 단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아 모든 순간을 눈과 마음에 소중히 담는 까밀. 무뚝뚝한 성격 탓에 충분한 애정을 나누지 못했던 어머니와 아버지, 원수처럼 변해 이혼을 앞둔 남편의 옛 모습을 다시 보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그녀는 학교생활과 파티를 최대한 신나게 즐기고, 첫사랑이었던 남편을 사랑했던 이유를 다시 상기하고,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어머니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필사적으로 그녀를 따라다니며 목소리를 녹음한다.
바뀔 수 있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평정심, 그리고 그 차이를 아는 현명함
- <까밀 리와인드>
무명배우, 알코올 중독자, 바람난 남편을 둔 아내. 다시 돌아온 현실에서 시간여행 이전과 달라진 상황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까밀의 마음은 180도 달라져 있었다. 당장은 암울하게만 느껴지는 지금 이 순간 또한 미래엔 돌아가고 싶은 과거가 될 거라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까밀은 이제 평생 후회 없는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다.
<패밀리 맨>의 잭(니콜라스 케이지), <어바웃 타임>의 팀(도널 글리슨) 또한 비슷한 경험을 통해 의미 없이 흘려보내고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타임머신은 필요 없다
우린 이 고마운 영화들을 통해 시간여행을 하지 않고도 변화할 수 있다. 우리에게 타임머신은 필요 없다. 지금 이 순간이 미래의 어느 시점엔 미치도록 돌아가고 싶어질 과거가 될 거라는 걸 깨닫고, 혹시 미래에 시간여행이 가능한 때가 와도 과거와 똑같이 행동할 정도로 충만하고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
매일, 매 순간 내가 될 수 있는 최고의 모습으로 존재하자. '다시 돌아가도 그보다 더 잘할 순 없을 것 같아'라고 할 정도로.
<까밀 리와인드>를 보고 난 후 가족들의 목소리를 녹음하고 사진을 찍어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이 모든 순간이 곧 돌이킬 수 없는 과거가 될 거란 걸 알기에. 그 사실을 상기하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