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장을 보았다.

by 글쓰기 하는 토끼


나는 15년 차 주부이다. 뭐든 10년 이상 하게 되면 싫든 좋든 중간은 하기 나름이다.
그중에서도 나는 요리를 가장 못하고 싫어한다. 결혼 초 온갖 레시피를 보며 값비싼 식재료들로 요리를 아무리 해도 맛이 없어 버리기 일쑤였다.

나가 사 먹는 것이 오히려 더 절약될 판이다.


남편이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다 하면 맛이 없어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아기가 태어나 이유식을 하기 시작하자 못하는 솜씨로 이것저것 해 먹였다.

까다로운 남편 식성보다 아이들 챙기느라 나는 늘 바빴다. 아이들이 커가고 없는 솜씨나마 직접 요리를 만들어 먹였다.

좀 편해지고 싶어 반찬가게 음식을 몇 가지 사다 놓으면 어떻게 귀신같이 들 알고 내가 한 반찬들만 먹었다. 그 뒤론 죽으나 사나 늘 직접 요리를 한다.


그러다 보니 늘었는지 이젠 제법 먹을 수 있는 요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내가 요리를 좋아하게 됐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난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살림 중 하기 싫은 일이 한 가지 더 있는데 바로 마트 가는 일이다.

마트를 가기 싫으면 인터넷으로라도 장을 보면 되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무슨 방법으로든 장 보는 것 자체가 나는 싫다.

한 달 동안 한 번도 장을 보지 않은 날도 있었다. 희한하게 그래도 무언가 만들 재료가 냉장고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계란이 떨어졌을 때가 가장 난감하다. 그럴 땐 집 앞 편의점이라도 다녀와야 한다.


이번에도 미루다 미루다 겨우 장을 보았다. 나의 특징이라면 한 번에 와장창 사는 것이다.
주문한 식재료들이 오는 날이면 우리 아이들도 얼굴이 싱글벙글이다.


그런데 아무리 그 많은 식재료들을 산들 일주일이면 바닥을 드려냈다.

나는 다시 장을 봐야 했고, 누가 다 먹었는지 아직까지도 범인을 잡아내지 못했다.


참고로 예비 초등 5, 중등 1 두 아이가 집에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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