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르르' 나는 냄비에 참기름을 조금 따랐다. 그런 후 진작에 불려 놓은 쌀알을 냄비에 부었다. 그리고 달달달 볶았다. 쌀알이 투명해질 때까지 볶다가 체에 밭쳐 맑게 거른 육수를 쏵 하고 쌀알에 부었다. 중불에 놓여 있던 불을 강불로 맞춰 놓은 후 끓기를 바라며 자리에 잠시 앉았다.
육수는 멸치 다시마를 넣고 국물을 우려낸 후 체에 밭쳐 면보를 씌워 맑은 물을 걸려 냈다. 쌀은 깨끗이 씻어 30분 이상 불리고 믹서기에 살짝 갈았다.
1호가 장염에 걸렸다. 시중에 판매되는 죽을 사다 급한 대로 먹였더니 맛이 없는지 반 이상 먹지 못했다. 나는 할 수 없이 팔을 걷어붙이고 죽 끓일 준비를 마쳤다. 집안 가득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가득 피어올랐다.
부글부글 끓는 소리에 나는 다시 자리에서 발딱 일어났다. 냄비에 쌀알이 늘어 붙지 않게 하려면 이렇게 한갓지게 앉아 있을 시간이 없었다. 젓지 않으면 안 된다. 부지런히 휘이익 하며 젓기 시작했다. 쌀알이 묽게 퍼졌다. 조금 더 저으니 푹하며 퍼지는 모습이 보였다. 조금 더 젓다가 나는 참치 액젓을 '쪼르르' 하며 조금 넣고 보글보글 조금 더 끓인 후 불을 껐다.
나는 요리할 때 조미료 대용으로 이 참치 액젓을 쓴다. 감칠맛도 나면서 조미료 특유의 음식 맛이 나지 않아 내 입맛엔 딱이다. 참기름 만으로 맛을 낸 죽도 깔끔하고 좋다. 하지만 지금처럼 너무 입맛이 없을 땐 소리 소문 없이 이 비법을 살짝 쓰고는 한다. 모든 요리에 가능해 미역국 끓일 때도 나는 이 참치 액젓을 쓰곤 했다.
조그만 종지에 간장을 붓고 깨를 솔솔솔 뿌렸다. 허옇고 멀건 죽에 또 이만한 것도 없다. 간은 본인들 입맛에 맞게 적당히 넣어 먹으면 될 일이다.
가만 보니 또 이 깨가 다 쓰고 없었다. 작년 햇 깨 나올 때 방앗간에서 볶아 냉장고에 고이 모셔 논 깨 봉지를 꺼내 채워 넣었다. 이번 깨는 정말 고소하고 맛있다. 막 방앗간에서 볶아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는 깨에 간장을 조금 넣고 밥을 비벼 주니 아이들은 밥 한 공기를 뚝딱 게눈 감추듯 먹어 치웠다. 아직 손으로 집어먹어도 그 고소함이 입안 가득 묻어나곤 했다.
나는 이 죽과 간장 종지를 대령해 1호를 불렸다. 속이 많이 안 좋은지 마지못해 나온 1호는 내가 끓여 준 죽을 보고 반색을 하며 자리에 앉았다. 2호도 먹고 싶다 하며 달려들어 한 그릇 양껏 퍼주니 오물오물 잘도 먹는다. 깨가 오독오독 톡톡 씹혀 고소하고 너무 맛있다면서 지 오빠보다 더 먹는다.
죽을 다 먹은 1호의 안색을 살폈다. 아까보다 좀 나은지 나에게 와 감사함의 표시로 살포시 나를 안아 주었다. 내일은 소고기라도 좀 넣어 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