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에 콩나물밥이나 해 먹을까?

by 글쓰기 하는 토끼


나는 마트에서 2천 원을 주고 콩나물을 하나 샀다. 김치를 넣어 끓여 먹을까? 반찬으로 무쳐 먹을까 하며 무척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옳거니 콩나물밥 해 먹으면 되겠네 하는 생각이 퍼뜩 떠 올랐다.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주방으로 갔다. 냉장고에서 콩나물을 꺼내 여러 번 물에 씻은 후 냄비바닥에 자작하게 아주 적게 물을 부은 후 콩나물을 넣고 뚜껑을 닫았다.


아이들 어릴 때 시댁에 방문해 저녁을 차려야 하는 날이 있었다.

나는 콩나물을 삶을 때 물을 한 바가지 넣고 냄비 뚜껑을 열어 물이 팔팔 끓으면 콩나물을 넣어 삶았다. 그리곤 꺼내 차가운 물에 한 김 식혀 콩나물을 무쳤다.

내가 하는 걸 유심히 지켜보신 시어머니는 물을 적게 넣고 뚜껑을 닫은 후 삶는 방법을 나에게 가르쳐 주셨다.

그 뒤로 난 시어머니께 배운 방법대로 콩나물을 데치기 시작했다.


한 2분 후 나는 불을 끄고 밥을 퍼 그 위에 콩나물을 올렸다. 깨와 참기름을 둘렀다.

양념장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없다면 진간장 그거 넣으면 된다. 이렇게까지만 해도 정말 맛있다.

여유가 있다면 여기다 소고기 다짐육을 볶아 넣어 주면 안성맞춤이다.

나는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아이들 때문에 소고기를 종종 넣어 먹는다.


콩나물을 삶을 땐 너무 많이 삶으면 안 된다. 모든 야채가 다 그렇다. 안 익었는지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생으로 먹어도 안 죽는다.

콩나물을 삶고 나면 콩나물에서 나온 육수는 그냥 버리기 또 아깝다.

그래서 난 그 육수에 콩나물을 조금 남겨 소금과 간장만으로 간을 해 콩나물 국을 만든다. 국이라 할 것까진 없고 콩나물밥과 함께 먹긴 괜찮다.

하기도 수월하고 간편하다. 가끔 해 먹기엔 아주 별미다.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아이들 방학이라 끼니 챙기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설거지거리도 적게 나와 흠잡을 때가 없다.


쓱싹쓱싹 간장과 깨 참기름을 넣고 비벼 아이들에게 주면 아주 잘 먹는다. 아삭아삭 아주 일품이다. 약식으로 준비한 콩나물 국도 곁들인다. 비용도 시간도 적게 든다. 그래서 수지맞는 음식이다.


콩나물밥이라 해서 밥을 새로 할 필요가 없다. 밥솥에 그득히 들어차 있는 밥은 어디다 내빼고 다시 한단 말이냐. 수선 피울 필요도 없다.


나는 입맛이 참 까다로운 아이였다. 어릴 적 우리 엄마는 나에게 뭐가 먹고 싶은지 간혹 물어보셨다.

그럼 난 "호박입퍼리" 하고 말했다.


엄마는 바로 바글바글 된장을 끓여 호박잎을 쪄서 나에게 대령하셨다.

나는 호박잎에 밥을 싸 된장을 듬뿍 넣고 야무지게 쌈을 만들어 아주 배부르게 먹었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이다.


호박잎은 이젠 고기보다 비싸고 귀한 음식이 됐다. 나는 가끔 걱정이 된다. 콩나물밥도 그런 음식이 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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