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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언젠가, 다시 가볼 그리스

by 낮은 속삭임

여행은 무사히 끝났다. 크레타에서의 가벼운 냉방병을 제외하고는 별일 없이 귀국했다. 귀국한 다음날부터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조금 힘들었고, 시차 적응을 하면서 밀렸던 일들을 한꺼번에 처리하느라 거의 일주일 가량은 바빴다. 혹시라도 처리한 일에 문제라도 있을까 봐 꼼꼼히 살펴가면서 일하느라 일주일 내내 야근이었다. 다행한 것은 시차 덕분에 오히려 밤시간이 말짱했다는 것. 급한 일을 처리하고 나니 조금 숨 쉴 틈이 생겼다. 나의 일 자체가 그리 엄청나게 화급을 다투는 일은 아닌 것이 이런 여유를 가져다주었다.

일처리가 끝나고 나니 여행사진을 둘러볼 틈과 여행기를 다시 읽어볼 시간이 생겼다. 그리스에 있을 때 올렸던 여행기를 읽고 그때의 사진을 둘러보면서 세 번째 여행 중이다. 그때 그 시간의 햇살과 바람, 공기를 떠올려 가끔 웃어보기도 하고 또 그리워하기도 하면서. 여행은 늘 계획대로 되지는 못한다. 여행지에서 나타날 수 있는 변수들이 늘 존재하고, 그에 따라 수시로 변경시켜야 하는 일들이 발생하니까. 그나마 다행한 것은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 변경이 수월하다는 것, 그리고 오히려 변경했을 때 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 경험들이 내 나이 또래, 내 관심사에 한정되는 것인지라 어떤 면에서는 고리타분하고 재미없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경험의 범위가 좁을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일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여행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고 내가 만족하면 그것으로 된 것이 아닌가. 물론 더 둘러보지 못한 곳도 많아서 아쉽지만, 그 아쉬움이 다음 여행을 꿈꿀 수 있는 원동력이 될 테니 이 모든 것에 만족한다. 언젠가, 다시 그리스에 가볼 꿈을 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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