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를 위한 애도(1898)-허버트 제임스 드레이퍼
19세기 영국 신고전주의 화가 허버트 제임스 드레이퍼(Herbert James Draper)의 <이카루스를 위한 애도(The Lament for Icarus, 1898)>. 마치 빛이 커튼처럼 수평선에 어지러이 내려앉은 바다에 솟은 어느 암초 위, 한 남자가 쓰러져 있다. 그의 팔에는 가죽끈이 둘러져있고, 그 끈은 그의 주변과 암초를 덮은 환상적인 날개에 매여있다. 그의 피부는 햇빛에 그을린 탓인지 황갈색으로 표현되어 여인들과 대조적으로 보인다. 쓰러진 그를 팔에 안고 슬퍼하는 여인, 리라를 들고 슬픈 얼굴로 그를 보는 여인, 그리고 아래쪽에서 그에게로 몸을 일으켜 세우는 여인. 대체 이 그림 속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제목에서 보듯이, 쓰러진 이는 이카루스, 슬퍼하는 세 여인은 바다의 님프들, 또는 세이렌으로 여겨진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이카루스는 당대 최고의 건축가이자 조각가, 예술가인 다이달로스의 아들이다. 다이달로스는 크레타 왕 미노스의 총애를 받았는데, 미노스에게는 고민거리가 있었다. 자신의 욕심으로 인해, 아내 파시파에가 포세이돈 신이 보낸 흰 황소에게 반해버렸고 그리하여 낳게 된 반인반우의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바로 그 고민. 알고 보면 파시파에가 황소와 관계할 수 있었던 것도 다이달로스가 만든 나무 암소였으니, 미노타우로스의 출생에 다이달로스가 관계되어있기도 하다. 미노스 왕은 다이달로스에게 미노타우로스를 가둘 미궁 라비린토스를 짓게 한다. 한번 들어가면 절대 나올 수 없는 미궁에 미노타우로스를 가둬두고, 조공을 받는 나라에서 매년 남녀 7명씩을 받아 미궁으로 보내어 미노타우로스의 먹이가 되게 하였다. 이 죽음의 사슬을 끊고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이가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 그를 다룰 그림은 있을 수도 있니, 오늘은 다이달로스의 이야기로 넘어가자. 그래야 이카루스를 이야기할 수 있으니. 후에 다이달로스는 미노스 왕에 의해 높은 탑에 유폐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설이 있는데, 하나는 미궁 라비린토스의 비밀이 새어나갈까 두려워서 미노스 왕이 가뒀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테세우스가 미궁을 탈출하도록 도와준, 미노스 왕의 딸 아리아드네에게 미궁의 비밀을 알려준 죄로 인해 갇혔다는 것이다. 탑은 사방이 바다에 면해 있어서 이곳을 탈출하는 것은 오직 하늘을 날아가는 방법뿐. 다이달로스는 아들 이카루스와 함께 흩어진 새의 깃털을 모아, 작은 깃털은 밀랍으로 붙이고 큰 깃털은 꿰매어 날개를 만든다. 날개가 완성되어 그것을 착용하고 아들의 날개를 매어주며 다이달로스는 아들에게 말한다. "너무 높이 날면 밀랍이 태양빛에 녹아 깃털이 떨어지게 되어 추락할 것이고, 너무 낮게 날면 깃털이 습해져서 추락할 수 있다. 적당한 높이로 아비를 따라오너라." 처음엔 이카루스도 다이달로스를 잘 따라갔다. 그러나 새처럼 날아갈 수 있는 자유는 이카루스에게 더할 수 없는 기쁨을 주었고 그는 아버지의 말을 잊은 채 높이, 더 높이 날아가게 된다. 결국 밀랍이 태양빛에 녹으면서 깃털이 떨어졌고 피부는 햇빛에 그을린 채 그는 바다로 추락하게 된다. 아들의 추락을 슬퍼한 다이달로스는 근처의 섬에 도착하여 아들의 시체를 거두어 섬에 묻었으며, 그리하여 이 섬은 이카루스 섬이라 불리게 되었고, 그가 추락한 바다는 이카리아 해라 불렸다고 한다.
새들이 아니면 누릴 수 없었던 날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한 즐거움에 도취된 것이었을 수도, 혹은 그 능력을 가지게 된 인간의 오만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이카루스의 짧았던 자유와 행복은 화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너무나 매혹적인 주제였을 것이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 신고전주의 화가 허버트 제임스 드레이퍼에게도 이 주제는 매혹적이었다. 그는 신화적, 역사적 주제를 다룬 그림을 그렸으며, 이 작품으로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영국 런던의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정보와 이미지는 네이버 검색을 참고하고 내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