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이의 놀이천국

준이와 즐기는 휴가1

by 바다나무

오늘은 시골 바다나무로 다. 우리들이 5도 2촌의 생활을 하고 있는 주말농장이다. 그곳은 우리의 세컨드하우스이자 준이의 놀이터이다. 가족들이 잠시 쉬어 갈 수 있기를 바라며 가꾸어가고 있는 쉼터이기도 하다. 매년 준이는 생일 때마다 기념식수를 한다. 호두나무, 산초나무, 자작나무를 몇 그루씩 심는다. 물론 이것은 우리가 필요에 의해 정하고 심는다. 단지 나무값을 준이 엄마가 충당할 뿐이다. 넓은 농원에 때로는 열매를, 때로는 그늘을 만들기에 좋은 나무들로 구색을 맞추어 심는다. 그리고 심은 나무에 날짜를 적어 팻말을 달아둔다. 준이의 나이와 함께 나무도 자랄 것이다. 어쩌면 먼 훗날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준이에게 많은 것을 베풀어 줄지도 모른다.


가는 도중 준이엄마가 피자를 먹고 가자고 한다. 내가 자주 가는 브런치 카페다. 시골마을 중간에 자리 잡은 카페인데 입소문이 나서인지 점점 가게를 확장해가고 있다. 늘 먹던 루꼴라 피자가 재료가 떨어졌다고 하여 마르게리따 피자를 시켰다. 토마토에 모차렐라 치즈, 바질이 올려진 것이 따뜻해서인지 맛있었다. 어느 대기업에 다니던 여주인이 갑자기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인생에 대한 회의를 느껴 시골로 들어와 카페를 연 것이다. 인생의 기로에서 선택은 본인 몫이다. 난 그 여사장님의 과감한 결단력에 박수를 보낸다. 지금 카페는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우리는 여행 삼아 가는 시골길이니 맛난 것 먹고 여유 있게 간다. 우리가 주인이고 우리가 손님인데 천천히 간들 어떠랴.


준이는 도착하자마자 곤충잡이 채를 찾는다. 지난여름 왔다가 두고 간 잠자리 채이다. 그동안 창고에 잘 보관하고 있었다. 정원을 산책하던 준이는 예쁜 꽃들과 사진을 찍고 흔들 그네에도 앉아 본다. 아빠가 사준 그네라 하니 더 좋아한다. 이 그네는 작년에 어느 문예지에 등단하면서 사위가 사색하 글 쓰라고 사준 선물이다. 어쩌면 가끔씩 오는 제 자식을 위해 사 주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드는 건 오늘 준이가 앉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 되었던 할머니와 준이에겐 즐거운 놀이기구다.


준이의 발걸음이 바쁘다. 나비도 잡아야 하고, 불쑥 연못에서 튀어나오는 개구리도 쳐다보아야 하고, 블루베리도 따야 하고, 산딸기와 오디도 맛보아야 하고. 조그만 몸짓으로 정원을 휘젓는다. 이 꽃 저 꽃을 보며 색깔을 맞추고 냄새를 맡기에 여념이 없다. 아니 손을 잡고 다니는 준이 엄마의 마음이 더 바쁜지도 모른다. 많은 걸 보여주고 알게 해 주고 싶은 어미 마음이리라. 어디선가 놀러 온 고양이 두 마리가 얌전히 준이를 지켜보고 있다. 바다나무 정원의 고양이 "나무"는 아직 주인이 온 줄 모르는지 나타나지 않는다. 조용하던 정원이 꼬마손님의 방문으로 시끌벅적하다. 어느새 하얀 나비 두 마리가 준이에게 포로로 잡혀 채집통 안에서 얌전하게 날개를 접고 있다.


준이가 열심히 정원에서 노는 동안 할아버지는 텐트를 치고, 해먹을 달고, 물놀이 튜브에 바람을 넣어 또 다른 놀이터를 만든다. 오늘부터 이곳에서의 1박 2일의 캠핑이 시작된다. 우리는 각자 주어진 역할에 분주했다. 엄마와 잘거리며 한참을 놀던 준이가 물놀이를 하겠다고 한다. 물놀이장 안에서 여러 가지 플라스틱 통으로 혼자의 세계에 빠져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할아버지가 어린이날 사준 물총을 안 가져온 것을 못내 아쉬워하기에 PT병에 구멍을 뚫어 물총을 만들어 주었다. 혼자서도 즐겁게 잘 논다. 스피커에서는 준이가 좋아하는 동요가 흘러나온다. 이 정도면 우리로선 최선을 다한 놀이터 조성이다.


물놀이를 하면서 제 손으로 딴 블루베리를 맛본다. 해먹에서 까꿍 놀이를 한다. 놀다 지치면 텐트에서 동화책을 읽거나 색연필로 그림을 그린다. 그동안 육아로 힘들었던 딸도 흔들 그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해본다. 냉동실에 있던 옥수수도 쪄서 간식으로 먹어 본다. 하늘빛과 정원의 꽃이 어우러져 마음마저 풍요롭다. 무엇보다 준이가 신이 났다. 블루베리와 오디가 색깔은 같은데 블루베리가 더 맛나다고 비교분석한다. 블루베리가 단맛이 강하고 자주 먹어 보았던 탓이리라. 채집통 안의 나비는 낮에 날아다니고, 나방은 밤에 날아다닌다고 한다. 책에서 읽은 지식들이 현장에서 마주함에 교육의 효과를 드러낸다.


바다나무 정원을 벗어나 할아버지가 준이 놀이터로 만들어 놓은 길건너편 농원으로 갔다. 농원은 정원이 좁아 아직은 조성 중인 곳으로 가운데 둥근 잔디밭을 만들어 놓았다. 준이가 신이 나서 너무 뛰어다녀 잡느라고 애를 먹었다. 자연에서 맘껏 뛰어논 준이의 마음이 한 뼘 자랐으리라. 저녁이 되자 일찍 잠이 들었다. 하루종일 그렇게 놀았으니 피곤할 만도 하다. 시골이라 모기장을 설치해 주었다. 그 옛날 어린 시절 할머니가 내게 해준 것처럼. 내일 아침까지 새근새근 잘 잘 것이다. 이제 우리의 휴식시간이다. 주변에 있는 횟집에서 배달회를 시켜 맥주 한잔을 곁들여 휴가를 즐겼다. 은은한 조명과 달빛에 비치는 정원이 한껏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가족들의 단합대회도 무르익어 간다. 맥주의 취기가 오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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