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생활의 맛과 멋!

소확행

by 바다나무

길가의 이팝나무, 아카시아 나무가 눈이 부시다. 하얀 나라다. 농장에 가는 길은 마음이 여유로운 드라이브 길이다.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를 빠져나오니 이번에는 단풍나무 가로수가 빨갛다. 아직 물들 때는 이른데 까?원래부터 물이 든 적단풍나무다. 요은 어딜 가도 삼천리 금수강산이 화려하다.


농장정원 언덕배기에 사스타 데이지, 수레국화, 양귀비가 한창이다. 꽃씨를 흩뿌려 놓았더니 제각기 살아내느라 용쓰고 있다. 이젠 꽃잔디도 자리물림하고 다소곳하다. 작약이 곧 기운찬 꽃몽우리를 터뜨리려 기를 모으고 있다. 옆에 있던 목단의 기마저 받은 모양이다. 지난주까지는 하얀 목단이 의연한 채로 자리 잡고 있었는데.


작지만 아기자기한 정원이 매주 옷을 갈아입고 기다린다. 그래서 안 올 수가 없다. 오데마리 수국도 연분홍 옷을 곱게 차려입고, 동강할미꽃도 보라색으로 치장하고 있다. 어느 집 결혼식이라도 초대받아 갈 모양이다. 그래, 요즘 어디 가나 꽃잔치에 온 사람들로 성황인데 너희들도 콧바람 쐰다고 무에 그리 대수던가.


흔들리는 그네가 조용히 자리를 내어준다. 따스한 봄햇살과 살랑이는 봄바람을 덤으로 얹어서. 하늘이 파랗다. 구름 한 점 없어 맑은 하늘에 물감을 튕기고 싶다. 무슨 심보인지? 아니 행복이라고 말하고 싶다. 소확행이다! 뭐 별거 있나? 이게 행복이지. 살며시 눈을 감아본다. 어디선가 향기가 전해온다. 미리 계절맞이를 나온 하얀 장미다. 지난 양평 여행 시 사다 심은 조그만 장미가 벌써 꽃을 피웠다. 기특하다.


일주일 동안 불청객도 많이 늘었다. 여기저기 잡초가 무성하다. 제일 반갑지 않은 쇠뜨기라는 놈이 주도권을 가지고 주인인양 버티고 있다. 하긴 난 이 녀석만큼은 이길 재간이 없다. 그냥 순응하며 호미질과 인내심 싸움을 할 뿐이다. 무리 약용효과가 있다손 치더라도 난 가차 없이 뽑아낸다. 내 종족번식을 네가 어떻게 막을쏘냐 하며 비웃기라도 하는 듯 끄떡도 안 한다. 어느덧 포기한 나는 적과의 동침 외치며 한 발짝 물러난다.


지난주에 심어놓은 엽록체소들이 궁금했다. 상추며 쑥갓이며. 방울토마토며 10여 종의 먹거리 채소들을 심어 놓았었다. 다소 기운기 없이 가물거리긴 해도 땅속의 지기는 받은 모양이다. 그저 병 걸리지 말고 튼튼히 자라주어 내입을 호강시켜 주길 바랄 뿐이다. 네가 병이 들면 내가 병이 걸린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준이 놀이터 잔디밭이 일단은 자리를 잡았다. 초 계획보다는 다소 크기가 작지만 이 정도에서 주변정리를 해야겠다. 파라솔과 의자를 가져다 놓고 잔디밭 중앙에 앉 일하는 농부(남편)를 관망해 본다. 뙤약볕에 열심이다.범생이다. 농원에만 나오면 어째 저리 쉼 없이 일을 할까? 시원한 미숫가루 한잔으로 잠시 쉼을 기져 본다. 땀과 흙으로 얼룩진 얼굴 편안해 보인다. 조금만 더하고 바람 쐬러 가자고 살짝 애교를 부려본다.

퇴직 후 농원에 오는 시간이 자유로워졌다. 때론 2일, 때론 3일 머무르다 간다. 가능한 일이 노동이 되지 않으려고 시간을 조정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종일 흙과의 전쟁을 치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한 때를 맞추는 농사는 하지 않는다. 오늘 못하면 내일해도 별 지장이 없는 나무와 꽃만 심는다. 그저 풀에서만 시각적 자유로움으로 해방되면 된다.


샤워를 하고 화덕피자를 먹으러 갔다. 늘 집에 가면서 늦게 들른 브런치 카페라 못 먹고 돌아선 적이 많았다. 손님이 많아 재료의 이른 소진 탓이리라. 오늘은 기필코 먹으리라. 호젓하다. 카페도 주변도. 싱싱한 루꼴라 잎과 꾸덕한 치즈, 방울토마토가 얹힌 루꼴라 화덕피자가 나왔다. 커피 한잔과 먹는 맛은 일품이다. 땀 흘리고 개운하게 샤워하고 먹는 이맛! 앞에 바라보이는 넓은 적상산성이 맛을 더한다. 적상산성은 붉은 치마를 두른 듯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편안한 엄마품 같다.


순식간에 둘이 다 먹었다. 잠시 산을 보며 멍 때리고 여유를 즐기고 있다. 높은 고지에는 어느 유명 연예인의 글램핑장도 있다. 어느새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가 되었다. 청정구역이라 반딧불이도 있다. 어느 여름날 반딧불이를 잡아서 두 손으로 마주하고 살며시 실눈으로 보면 꽁지에서 빛이 반짝인다. 아직은 하늘아래 몇 안 되는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이왕 나섰으니 시골 장구경이나 갔다가 가야겠다. 오늘이 이곳 오일장이다. 노점에 어르신들이 좌판을 깔고 갖가지 물건들을 진열해 놓고 팔고 계셨다. 할머니 한분이 상추를 쌓아놓고 호객행위를 하신다. 많이 줄 테니 사가라고. 상추가 손님맞이에 지쳤는지, 해님이 심술을 부렸는지 시들하다. 할머닌 물에 씻으면 바로 되살아 난다고 하시며 한 줌 더 얹으신다. 파장시간이 가까워오니 할머니 마음이 바쁘신 듯했다. 엉겹결에 사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덕분에 저녁엔 넘어가는 석양아래서 삼겹살 잔치를 해야겠다. 핑계 김에 몸보신이다. 오랜만에 사람들이 북적이는 삶의 현장에 오니 뭔지 모를 생기가 돋아났다. 우울할 땐, 삶이 무료할 땐 재래시장에 가라고 하지 않았던가? 힘든 가운데 열심히 살아내려는 생동감이 때론 삶의 활력을 느끼게 해 준다. 동네어귀에 들어오니 벚꽃이 지고 난 벚나무가 푸른 터널로 우리를 반겨주고 있다. 이 또한 싱그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