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락가락한다. 우리도 요즘 오락가락이다. 지인들말에 의하면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다. 아파트에 있는 줄 알고 전화하면 시골에 있고. 시골인 줄 알면 아파트라고. 그래, 우린 명함도 없는 무소속의 자유인이자 자연인아닌가. 바람 부는 대로 그저 맘 내키는 대로 흔들리며 살고 있을 뿐이다. 어느 시인이 말했던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겠느냐고, 우리도 두 집 살림을 하느라 몸과 맘이 흔들리고 있다. 그렇지만 그 흔들림조차 즐기고 있다. 휴가철이 다가옴에도 휴가 갈 생각이 없다. 그냥 눈뜨면 오늘의 휴가계획을 세운다. 이제 또다시 일과 휴식의 양분화를 철저히 하여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한다.단단한 마음가짐으로.
남편이 자주 약속을 파기해 건강에 이상신호가 오기 전에 브레이크를 걸어야겠다. 오전에만 풀을 뽑거나 꽃을 심고 오후에는 산책을 하거나 길을 나섬에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겠다. 시골에만 오면 늘 연장근무다. 안 되겠다. 시골의 처마밑에 학교종을 하나 달아놓았었다. 평소 골동품에 관심이 있던 터라 이것저것 모아 두었다. 이사할 때마다 은근 짐이 되기도 하여 바다나무 정원에 가져다 두고 나름 우리들의 설치예술품으로 사용하며 감상하고 있다.
여물과 재봉틀은 꽃을 심거나 회분받침으로 사용한다. 등잔불과 호롱불은 가끔 야간에 정원을 밝혀준다. 채반에는 나물을 삶아 널어놓기도 하고, 종다래끼 바구니에는 씨앗을 담아 밭에 가서 뿌리기도 한다. 가끔 옛날 전화기에 핸드폰을 얹어 전화도 해 보는 등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의 여행도 해 본다. 누가 보면 정신에 문제가 없는지 다시 한번 쳐다볼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멋에 취해 내 맘대로 산다. 정원구석에는 친정아버지가 취미생활로 모아둔 수석들도 여기저기 자리 잡고 있다. 장식장안에서 답답하다고 뛰쳐나온 녀석들이다. 이젠 모두 자연으로 돌려보내리라. 정원을 한 바퀴 돌다 보면 정겹기도 하고 옛것에 대한 추억과 친정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소환하기도 한다.
학교종은남편을 부르는 수신호이다. 길건너편 농원에서 일을 하는 남편에게 밥을 먹거나 손님이 오셨을 때 사용한다. 빨리 오라고. 땡땡! 땡땡! 마치 수업 시작종을 울리듯이 가볍게 줄을 잡고 친다. 조용히 비탈길을 타고 내려가 길건너편에 전해진다. 이제 업무종료를 알리는 끝종도 치리라. 땡땡땡! 하고. 시골마을에 은은하게 울려 퍼질 것이다. 영문도 모르는 동네사람들은 "이게 무슨 소리지?"하고 허리춤을 한번 펴며 잠시 하늘빛을 감상하리라.
일을 정리하고 맛집 탐색에 나섰다. 드라이브하면서 지나쳤던 식당과 카페다. 그곳을 지날 때면 늘 밥을 먹은 뒤였기에 언젠가 한번 허기를 짊어지고 와보아야겠다고 생각해 두었던 곳이기도 하다. 산더미처럼 쌓인 장작이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닭볶음탕을 가마솥뚜껑에 요리해서 주는 식당이다. 먹고 난 후에는 예쁜 하트 모양으로 밥까지 볶아서 준다. 별미였다. 음식이 나올 때까지 배고픔과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김치부침개는 셀프로 덤이다. 언젠가 제주 여행 시 달걀프라이를 손님이 직접 요리해서 먹게 했던 식당이 떠오른다. 여행 와서 엄마와 함께 요리하며 즐거워하던 아이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그것도 추억이다.
이미 맛집으로도 소문이 나고 매스컴을 탄 적이 있는 식당이다. 재미도 즐기고 눈으로도 호강했던 음식은 별미로 허기도 채워주고 행복감도 맛보게 해 주었다. 나오는 길의 주방. 아니 옛날 정짓간에는 솥뚜껑에 맛난 닭볶음탕이 줄지어 익어가고 있다. 손님들이 주문한 음식들이다. 냄새조차 향기롭다. 요리하시는 주방장님은 힘들지 모르지만 우린 향수도 배부르게 마시고 간다. 잠시 할머니집에서 푸짐한 한상을 먹고 나온 듯이 행복감도 충만하다.
배부름을 삭이기 위해서는 카페를 가야 한다. 노동 후의 식사가 꿀맛이듯이, 배부름 뒤의 커피는 휴식과 달콤함을 맛보게 한다. 늘 지나가면서 이 카페는 왜 이렇게 오토바이가 많이 서 있지? 하고 의아하게 생각했던 카페였다. 오늘은 평일이라 오토바이가 두어 대 정도만 서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카페 안에도 오토바이가 몇 대 자리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바이크 카페였다. 바이크족이 쉬어가는 휴카페. 물론 일반손님도 갈 수 있는 곳이다.
커피를 주문해 놓고 우리는 카페를 두리번거렸다. 수많은 사진으로 전시된 벽면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맛기행을 하시는 어느 여자교수님도 계셨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멋진 연예인이 헬멧을 쓰고 있는 사진도 있었다. 참 멋있어 보인다. 바이크를 타는 사람이 쉬어가기도 하고 동호인 모임을 하는 카페이기도 하다. 둘러보던 남편의 눈에 빛이 발한다. 관심이 있는 듯하다. 지금 배워서 타긴 왠지 위험할 듯싶었지만. 주문한 커피를 가져다주시면서 사장님은 퇴직 후 멋진 취미생활이 될 수 있다고 권유해 주신다. 10년만 젊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에 달달함이 쓴맛으로 변했다. 얼른 정신 차려야겠다. 일단 남편은 꿈만이라도 꾸어 보려는 눈치다. 그래, 꿈이야 꿀 수 있지. 현실이 될진 모르지만.
늘 느끼는 거지만 세상은 다양하다. 저마다의 특색을 가지고 손님을 호객하거나 살아간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 나름 바람직한 사회변화이다. 교육도 다양한 인재양성을 꿈꾼다. 창의성이 발현되는. 앞으로의 경쟁사회에서는 사회곳곳에서 더 특별함은 요구할 것이다. 다른 것과차별화될 수 있는 아이템 만이 경쟁력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교육도, 맛집도, 카페도, 준이와 가본 키즈 호텔도 그들만의 특별함을 가지고 있어 기억에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