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걸었다. 내가 갈 길이다.

제주 살기 15.

by 바다나무

깊은 숲 속이다. 제주의 동쪽을 관광하기 위하여 성산 쪽에 숙소를 정했다. 새로 지은 건물이 깔끔하고 아늑다. 이곳이 제주 살기에서 마지막숙소이니 떠날 때까지 의 보금자리다. 투숙객에 한해 아침 조식을 제공해 준다고 하여 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갔다. 우리가 마지막 식객이었는지 조용하다. 간단하면서 조촐하게 차려진 음식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콩가루에 버무린 시래기 된장국에 갑자기 울컥해진다. 따스한 집밥이다.


그러고 보니 집 떠나온 지 2주가 지났다. 새로운 신천지를 본 양 들떠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행복해 하고 즐거 했다. 그러나 그 즐거움과 별개로 갑자기 집밥을 만나자 떠나 온 집이 그리워졌다. 바다(고양이)는 잘 있는지? 앞 베란다의 꽃들은 목말라하지 않는지? 시골의 바다나무 농장 꽃밭 봄은 왔는지? 모든 게 궁금해졌다. 그 맛난 맛집을 찾아다니며 뱃속이 호강했에도 시래기 된장국 한 그릇에 갑자기 귀소본능이 느껴지다니.


아침을 먹고 나온 터라 우선 카페에 들러 차 한잔을 마시고 오늘은 여유 있게 걸어보기로 했다. 삶이 곧 여행일진데 특별한 것에만 의미를 둔다는 것이 다소 부담스러웠다. 우린 평상시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저녁이든, 주말이든 걸었다. 틈새 시간을 이용하여 다리의 근육이 빠지지 않도록 하루 만보 걷기를 목표로 하며 생존 걷기를 있었다.


백약이 오름을 걸었다. 백약이 오름은 약초가 많이 자생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멀리 따뜻한 꽃구름과 차가운 얼음꽃이 한라산 백록담을 가운데 두고 완연히 다른 모습으로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극과 극의 공존이다. 완만한 능선을 타고 정상에 올라가니 따가운 햇살에 피부가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내려오다 보니 멀리 우도, 성산 일출봉이 보이는 경치가 너무 아름답다. 완만한 경사에 둥근 원뿔처럼 생긴 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어느새 땅에 닿았다. 잠시 쉬고 나 다시 한번 오름을 올랐다.


가까이에 있는 아부오름으로 갔다. 마치 어른이 좌정하고 앉아 있는 듯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완만하고 평탄한 오름이다. 백약이 오름을 다녀왔음에도 힘들지 않은 걸 보면 늘 푸른 상록수들이 힘찬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나 보다. 몇일전 갔던 새별오름과는 비교되는 푸르름이 있는 오름들이라 시원함이 느껴졌다. 작든 크든 정상에 올라가 아래를 보면 힘들었던 과정들이 눈 녹듯 녹아 내린다. 산은 역시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킨다. 제주의 오름수가 360개가 넘는다고 하니 본인의 체력에 맞는 오름탐방으로 건강을 지키는 것도 좋은 관광일 듯 싶다.


두 개의 오름을 돌아 내려오니 뭔가 성취감이 있었다. 성취감은 또 다른 도전을 위해 무엇인가를 비축해야만 했다. 리에게 있어 먹는 것은 그렇게 화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나를 지켜 줄 수 있는 힘이 되어주는 맛집이면 된다. 커다란 통갈치 한 마리가 자신을 불살라 나를 지켜 주겠다고 나섰다. 따뜻한 해물뚝배기도, 제육볶음도 힘을 보탠다. 고마운 마음으로 들의 살신성인에 박수를 보낸다.


섭지코지로 갔다. 주차장이 만차인걸 보니 유명한 관광지 임에는 틀림없다. 우리는 이미 유명하다고 하는 관광지는 많이 가본 터라 알려지지 않은 볼거리를 찾아다닌다. 한가하게 여유를 부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망망대해의 푸른 물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 곳에 올때마다 느끼지만 바람이 너무 세다. 그러나 바람의 언덕에 있는 유채꽃은 그 거센 바람을 막아내고 하게 웃으며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아름다운 해안절경 덩달아 손님맞이를 한다.


여행을 하면서 아름다운 자연을 마주 할 때마다 때론 경건해진다. 자연에서 왔다가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삶의 진리를 거부할 수가 없는 탓이리라. 느 날에는 그곳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기도 한다. 오늘은 참 많이 걸었다. 걷고 또 걷고. 걷다 보니 불어오는 바람도 피해 갈 수 있는 터득하게 된다. 앞으로 남은 인생에도 크고 작은 바람은 불 것이다. 그게 아주 작은 미세바람이길 소망해 해본다.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이 길이 앞으로도 내가 걸어 가야 할 길이다.


※ 혹시 모를 여행자를 위해 다녀온 장소를 기록해 본다.(ANDOR 카페. 백약이 오름. 아부오름. 금백조로 식당. 섭지코지. 덕천연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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