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과 힐링으로 내 삶을 이완하다.
제주 살기 19.
주어진 시간 안에서 최대한 즐겨보기로 했다. 둘 다 퇴직했기에 앞으로 나아갈 여정도 함께해야 하므로 이왕이면 즐겁게 살기로 했다. 각자가 좋아하는 것도 응원해 주기로 했다. 때로는 함께, 때로는 따로. 적당한 동화와 조절로 서로가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응원하고 배려하기로 했다. 이번 여행은 남편의 퇴직과 함께 우리의 익어가는 제2의 인생을 자축하는 여행이자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제주(3주) 살기였다.
오늘은 뭔가 특별한 이벤트를 하고 싶었다. 기억에 남을 것 같은. 내일이면 돌아가기 때문이다. 날씨 탓으로 가지 못했던 우도를 다녀오기로 했다. 가는 길에 예쁜 빵집이 있어 섬에서 간식으로 먹으려고 사러 갔다. 간판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조그만 빵집의 창문이 식빵모양으로 되어 있어 보기만 해도 귀엽다. 식빵도 모양만 갖추었지 아주 작고 귀여워 먹기조차 아깝다. 우리는 두 종류의 식빵을 사가지고 성산포항으로 가서 우도행 배에 몸을 실었다.
우도는 한라산에서 내려다보면 소가 머리를 들고 웅크리고 있는 형상이라 하여 붙여진 섬 속의 섬이다. 관광객이 많아 시끌벅적한 걸 보니 꽤나 볼거리가 많은 섬인가 보다. 우도에는 8 경이 있다기에 우리도 해안도로 순환버스를 타고 여행길에 나섰다. 우도를 관광하는 교통수단은 전기자전거나 스쿠터, 전기자동차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리는 버스를 선택했다. 기사님이 관광지에 대한 설명을 해주시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홍조단괴 해수욕장이라 하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서빈백사 해변으로 갔다. 모래가 아닌 하얀색의 자그마한 돌이 눈이 부시다. 한참을 해변에서 놀다 다음장소를 가기 위해 다시 버스를 탔다. 순환버스는 8경 중 관광하고 싶은 곳에 내려 관광한 후에 다음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된다. 때로는 걷기도 하고 버스를 타기도 하면서 우도를 구경했다. 버스에서 내다보이는 청보리 밭도, 야트막한 돌담도 모두 봄햇살에 정겹게 느껴졌다. 아주 평화롭다.
우리는 8경 중 주간명월과 동안경굴이 있는 검멀레해변에서 보트투어를 하기로 했다. 이곳은 바다에서 우도의 형상을 다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경치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요트를 타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물살을 가르면서 컴컴한 동굴로 들어갔다. 동굴 천장에는 달모양이 새겨져 있어 마치 굴속에 달이 떠 있는 듯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신비롭다.
참으로 오랜만에 타본 배다. 물살을 가르며 스피드를 즐기며 비명을 지르고 두 손을 흔들었다. 얼마 만에 느끼는 짜릿함인가. 한동안 배에서 내려서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마치 패키지 해외여행을 온 것 같았다. 사실 제주를 눈으로만 담고 가기엔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진한 추억을 만들기로 작정했다. 동굴탐험을 하고 그 열기를 우도땅콩 아이스크림과 사가지고 온 빵으로 잠시 허기를 달래고, 쇠머리오름 탐방로를 산책하고 우도를 나왔다. 다시 또 가보고 싶은 섬이다
섬에서 조금 늦게 나온 터라 점심이라기보다는 이른 저녁을 먹었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좋아하는 갈치조림을 다시 한번 먹고 싶었다. 식당이름을 네비에 찍고 갔건만 아주 조그마한 간판에 적혀 있어 보이지 않고 행복국수라는 간판만 보였다. 들어섰더니 손님이 한바탕 휩쓸고 간 흔적이 역력하다. 알고 보니 여기가 TV에 나왔던 '우영우' 고기국수 촬영지라 한다. 아마 그래서 식당이 더 붐비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일정이 하나 남아 시간의 틈새를 빌어 카페로 갔다. 허름한 외관에 실내는 아주 단순하게 꾸며진 조그마한 카페이다. 일주일 동안 숙소에 드나들면서도 눈에 띄지 않던 그런 카페였다. 지금까지 가본 카페 중 가장 심플한 카페다. 통창밖에 의자하나가 인상적이었다. 1일 1 카페투어를 하면서 때로는 건축양식이나 인테리어를. 때론 야외경치를, 때론 커피맛에 취했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을 고루 마시고 다녔는지 모른다. 오늘 이 카페에서 나는 앞으로의 내 인생을 마셨다. '겉은 화려하지 않게, 속은 심플하게'.
이제 여행의 여운을 서서히 가라앉혀야 할 것 같다. 몸과 맘을 안정시키기 위하여 테라피 힐링센터로 갔다. 자연치료로 여독을 풀어주는 곳이다. 낙하물로 뭉친 어깨의 근육을 풀어주고, 물속의 부력으로
안마를 해주며, 수중명상으로 심신을 안정시켜 주는 곳이었다. 조용한 음악과 함께 깜깜함 속에서 이루어지는 물속에서의 명상은 의식의 흐름을 제거하고, 유체이탈을 하여 그저 망망대해에 떠 있는 것 같았다. 조릿대 건초더미 속에서의 자연 찜질도 몸의 독소를 빼주어 마디마디에 개운함을 전해 주었다. 마지막에 사우나를 하고 돌아오는 길이 온몸의 이완으로 인해 아주 편안하면서 노곤했다. 이대로라면 아주 맛난 꿀잠을 잘 것 같다.
돌아가기 위한 전야제를 스릴과 힐링의 제주 살기로 마무리했다. 하루하루 나름 주어진 시간에서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보았다. 앞으로의 삶은 화려하지 않지만 단순하게 살아갈 것이다. 무거웠던 어깨의 짐들도 물속에 떠나보냈으니 오늘 하루에 충실하며 살아가리라. 이번 여행으로 앞으로의 내 삶도 많이 이완되리라 생각한다. 내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고 즐거웠던 두 번째 신혼여행이었다.
(나의 제주살기는(3주) 비행기를 타고 간날부터, 타고 오는 날까지로 한다. 20회로 여행기록을 마칠것이다)
※ 혹시 모를 여행자를 위해 다녀온 장소를 기록해 본다.(송당의 아침. 우도. 천리식당. gosari coffee. 한화리조트 제주 테라피 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