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과 자연인으로 살아가다.

제주 살기 20.

by 바다나무


비바람이 몰아친다. 제주살이를 했던 우리에게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야멸차게 밀어내는 것만 같다. 다행이다. 다소 덜 서운하니. 이런 날은 숙소에 있거나 실내관광지를 찾아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체크아웃을 하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하나로마트에 들러 지인들에게 줄 한라봉을 선물로 샀다. 특히 작은딸이 제주 왔을 때 바다(고양이)를 돌보아준 지인의 자녀에게는 작은 선물이라도 해야 다. 제주살이를 하는데 단한 먹거리 보조역할을 해준 마트에게 믿음도 갔다. 이제 자주 이용하련다.


비행기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공항에 도착했다. 가지고 온 차를 탁송해야겠기에 사전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4번 출구 앞에서 만난 탁송 기사는 차량의 사진을 여기저기 찍고 이상유무를 확인한 다음 인수해 갔다. 이 차는 우리가 도착한 다음날 아파트 주차장에서 만나게 된다. 차 안에 약간의 간식과 물을 넣어두고 오랜 시간 운전해서 안전하게 가져다 줄 기사님께 감사한 마음을 메모로 남겨둔다.


시간이 다소 여유가 있어 공항 안 카페에서 쉼을 가져본다. 카톡이 울렸다. 공항 안에서만 파는 먹거리가 있다고 사 오라는 딸의 문자다. 어쩌랴 사갈 수밖에. 잠시 다녀는 갔지만 혼자서 집을 지키고, 바다를 돌보고, 화분에 물을 준 그 공을 무시할 순 없었다. 수고를 인정하는 의미로라도 사가야 한다. 자기 튀어나온 이 먹거리정보는 또 뭘까. 유튜브 탓이다. 하지만 튜브나 인터넷을 탓할 것만도 아닌 것 같다. 덕분에 우린 이번 제주 살기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니까.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임에는 틀림없다. 인정한다.


자동 발매기에서 발권을 하려는데 좌석이 없다. 분명히 예약을 했음에도 빈자리가 남아 있지 않았다. 안내데스크에 가니 비상구열 좌석이 괜찮으냐고 물었다. 뭔지 모르지만 집에 가야 한다는 신념으로 일단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신체정신 건강상의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확인 후 서명을 하고 탑승을 했다. 절차가 까다로운 걸 보면 특별한 자리인가 보다. 다행히 추가요금은 없었다.


우리 자리는 통로 중간쯤 있는 비상구 옆의 좌석이었다. 앞 좌석과 뒷좌석 간의 거리가 넓어 발을 편하게 뻗을 수 있는 좌석이다. 평소 키가 크고 다리가 긴 남편은 장거리 여행 시 불편함을 느꼈는데 오늘은 편하게 갈 수 있는 행운이 주어졌다. 이 자리에 앉은 승객은 비상탈출 시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다른 승객의 탈출을 도와야 하는 책임을 부여받은 도움 주는 자리였다. 그런 좌석이 있다는 것도 처음 들어본 정보였다. 내가 알지 못하는 동안 세상은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도착하니 날씨가 맑았다. 참 넓은 세상이다. 아니 고향으로의 귀환을 축복해 주는 것이리라.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이별과 만남을 했던가. 떠날 때는 아쉽고 다시 만나면 반가운 인생처럼 오늘의 돌아옴이 나름 반가운가 보다. 기다리고 있을 산재된 일들도 '다 잘되겠지'라는 여유로움으로 받아들여진다. 가방하나 없이 해드폰만 달랑 들고 들어오는 우리 내외를 보고 딸은 이웃집 마실 갔다 오냐며 작은 농을 건넨다. 그러고 보니 모든 짐을 차에 넣어 보내고 몸만 온터라 짐이 없었다. 참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음에 감사했다.


한 달 살기를 채우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 가을에 남은 일주일을 채우기로 했다. 두 번째 토끼해를 빙자해 갔다 오련다. 못 가본 오름도 많고, 안 가본 섬도 많고, 무엇보다 계절이 다를 때의 제주모습도 오래오래 기억에 고 싶었다. 특별히 어떠한 것도 계획된 것 없이 그저 들뜬 마음으로 출발했던 여행이었다. 물론 퇴직하고 제주에 가서 한 달을 살아보리라는 말은 늘 입밖에 내었지만 그저 막연할 따름이었다. 그럼에도 3주의 제주 살기는 살아가는 동안 풍성한 이야깃거리로 우리의 노년을 아름게 채색해 주리라.


무엇보다 여행기간 동안 1일 1 글을 쓸 수 있었음에 나 스스로를 칭찬했다. 짧은 기간이었고, 잘 쓰거나 대단한 건 아니었지만 도전해 보았다는데 의미를 두었다. 이것은 1일 1 글을 쓰는 내가 구독하고 있는 어느 작가님들의 선한 영향력 탓이리라. 이곳을 빌어 감사함을 전한다. 이 여행기록이 혹여 먼 훗날 나의 작품이 될 때까지는 몇 번의 퇴고가 있을 것이고, 보다 정확한 사료들로 수정도 될 것이다. 이 또한 나의 작은 꿈이다.


한동안 브런치 글쓰기에 회의적이었던 시기가 있었다. 한 달 동안 한 편의 글도 올리지 않아 브런치 팀으로 부터 두 번의 재촉 글을 받았다. 무엇보다 나를 드러내는 것이 창피하기도 하고 조심스러웠다. 그냥 혼자 조용히 기록하면 될 것을 노출을 시키는 것이 남사스럽다는 생각에. 이제 의미를 두지 않기로 했다. 우선은 내가 좋아서 하는 글쓰기이고, 가끔의 댓글로 동기부여가 되어 또 다른 꿈을 꿀 수 있으니까 말이다. 나의 제주 살기에 함께 동참해 주신 분들을 위해 여행지를 기록했다. 혹여라도 제주 살기를 하신다면 금이라도 도움이면 좋겠다.


기록한 여행지가 제주를 처음 가신분에게는 다소 의미가 적을 수도 있다. 보다 이름 있는 관광명소가 많으니까 그런 곳부터 여행하시길 추천한다. 카페도 연령이나 취향에 따라 안 맞을 수도 있다. 동선도 왼쪽에서 오른쪽 순서로 이동했는데 가족들이 오거나 투어패스를 활용함에 다소 엉킨 부분도 있다. "그냥 제주에 이런 곳도 있구나"라는 정도에서 생각을 멈춰 주었으면 좋겠다. 작은 정보 어느 한분에게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어느새 제주의 봄이 바다를 건너와 이곳에서도 꽃잔치를 벌이고 있다. 우리들의 슈필라움 '바다나무' 농장에도 주인 없는 봄이 기다릴 것이다.

그동안 바다와 놀았으니 이제 나무와 아보리라. 앞으로의 삶은 화려하진 않지만 단순하게. 그리고 오늘을 살아갈 것이다. 모든 것이 생각하는 데로 될 것이라는 꿈과 믿음도 져 버리지 않을 것이다. 이제 자유인이었던 삶을 자연인으로 바꾸어보리라. 끝.


* 여행방문장소에 대해서는 사전 휴무여부와 운영시간 체크는 필수이다. 먼 길 갔다 헛걸음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사전 예약제인 곳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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