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는 변수
새로운 세입자가 구해졌다. 전세를 내놓은지 일주일 채 안된 때였다. 연락을 받고 뛸듯이 기뻤다. 그래서 뛰었다.
그렇게 기뻐하다가 문득 너무 기뻐하면 하늘이 다시 뺏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차분해지려고 다스렸다.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 방심하지 말자고.
영화 <노량>의 초반부에서 조선의 대신들이 전쟁에서 승리한 거나 다름없다며 안일할 때, 이순신 장군님이 안심하기엔 이르다고 신중을 기하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에서 투자자의 태도를 떠올려서일까. 계약금 받고 확정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겠다 싶었다.
그런데 이렇게 불안해하고 지나치게 평정하려는 것, 기뻐하는 것 모두 투자에 몰입해서라는 생각도 들었다. 인생이 걸린 투자가 아니라 그냥 자산분배 차원에서의 돈 많은 집주인이었다면 적당히 고민하고 기뻐했겠지? 일상적인 일처럼... 그럴려나?
아무튼 거래가 마른 지역에서 집 놓은지 일주일도 안 되어 세입자를 구했고, 계약금까지 받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생각해보면 정말로 운, 그리고 중개를 해주신 소장님, 기존 임차인 덕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장님은 내가 집을 살 때 중개해주셨던 분인데 솔직한 의견도 얘기해주시고 초짜인 내게 어렵지 않게 대해주셨다. 그래서 이번 거래도 맡아주셨으면 했고, 나중에 집을 되팔 때도 이 소장님과 거래를 하고 싶다. 소장님도 내게 개인적인 고민 얘기를 하시는 걸 보면 잘 맞는 소장님을 만났던 게 감사하고 다행이다.
기존 임차인도 부동산 거래에대한 이해가 있으시고, 새 임차인과 이사일정 조율에서 양보를 해주셔서 세입자를 구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사람' 덕분에 해결된 일.
(진짜 최악의 경우 가위좀 문에 걸어달라고 부탁하는 상상까지 했었다...(세입자 구하는 미신))
새로운 임차인은 아직 대면하지 못했고 잔금날에 뵐 듯 하다. 2년 뒤에는 정말로 집을 팔 계획인데 임차인분 상황에따라 해결할 것들이 생기겠지.
반대로 임차인 입장에서도 집주인이 미래변수일 것이다. 불안하신지 이것저것 중개소장님께 물어보고 특약사항도 요청하셨다는데, 임대인에게 불리한 조건은 없어서 특약에 넣고 계약을 했다. 납세 증명서도 요청하셔서 바로 보내드리고..
나보다 몇 살 많은 신혼부부인데, 불안하신 게 이해가 간다. 그래서 책임감을 갖고 안심시켜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런데 무슨 수로? 계약 다음날 연락을 할까 고민하다가 잔금날 얼굴 보고 제대로 인사하자 싶어서 닫아두었다.
무튼 부동산 투자는 사람간의 일이구나. 임대인이나 임차인이나 서로가 불안정한 변수인 건 매한가지고, 사람간의 일이기에 어려운 일이 때론 손 쉽게 해결되기도 한다. 나만 잘하면 되는 주식과의 차이점!
이번 경험에서 잘한 점을 찾아보자면. 2년 전 애초에, 믿음이 가는 소장님과 거래한 점, 집에 사시는 분이 느낌이 좋았던 게 오늘날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이번 세입자는 그런 느낌 없이 급하게 구해야했지만 말이다.
나중엔 내가 사람을 보고 거래를 할 정도의 여유, 상황에 휘청이지 않고 세입자가 편안히 머무르게 할 수 있을 정도의 자금적 여유가 있는 집주인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