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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것 아닌 의학용어 Oct 09. 2023

척추뼈, 허리와 목의 정열

카이포시스, 로도시스, 스파인

척추뼈


Spine
우리말에서 '뼈대 없다'란 말을 쓰는 것처럼, 영어에는 spineless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결단력이 없고, 줏대 없는 사람을 표현할 때 사용합니다. 우리말에 등골이 오싹하다란 말이 있죠? 영어에는 chills go down one’s spine이란 표현이 있습니다. 등줄기(척추)를 타고 한기가 든다는 표현이니 '등골이 오싹하다'와 완전 똑같습니다. 실제로 엄청 무서우면 등줄기에 차가운 느낌이 드나봅니다. 제가 아직까지 이런 느낌을 모른다는 사실에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spine이란 용어는 척추를 표현하는 용도로 일반영어에서 그리고 의학용어에서 자주 사용됩니다. 예들들어 spinal stenosis는 척추관 협착증이란 병입니다. 척추에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좁아져서 잘 걷지 못하게 됩니다. 'Spine'이 들어간 다른 용어로는 'spinal cord'(척수), 'spinous process'(척추돌기) 등이 있습니다.



단어 "spine"은 라틴어 "spina"에서 유래했으며, 이는 "가시"나 "척추"를 의미합니다. 공룡 Spinosaurus의 ‘spino’는 이러한 어원에서 왔습니다. 아시죠? 등뼈가 삐쭉삐쭉한 그 공룡, spine을 보면 그 공룡을 떠올려 보세요.

Vertebra
하나하나의 척추뼈를 이야기 할 때는 주로 vertebra를 사용합니다. "Vertebra"는 라틴어 "vertere"에서 비롯되었고, "회전하다"를 의미합니다. 그리스어로는 spondylos입니다.  ‘Vertebra’의 복수 형태는 ‘vertebrae’입니다. vertebra가 모여 척추 기둥(vertebral column)을 만듭니다. 척추기둥은 머리뼈의 밑부터 골반(pelvis)까지 이어지는 뼈와 연골의 연결 구조입니다. 이는 충격을 흡수하고 힘이 분산되도록 스프링처럼 작용하며, 우리가 세로로 서 있게 해주고, 구부리고, 비틀 수 있게 해줍니다. 또한 척수(spinal cord)를 보호합니다. 척추뼈(vertebrae)는 레고 블록처럼 하나하나 쌓여 있으며, 레고 블록이 결합되는 부위는 facet joint라고 합니다. 이 파셋조인트는 엄지손톱만큼 작아서 전체 척추뼈는 매우 유연하고, 또한 불안정합니다. 우리가 보통 척추가 휘면 뼈가 휘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 뼈자체가 휜 경우는 매우 드믈며, 단지 척추뼈의 정열이 틀어져있을 뿐입니다. 

척추뼈(vertebra)와 facet joint

Spondyle
척추에 관한 병을 이야기할 때는 주로 spondyle을 사용합니다. 단어 "spondyle"은 고대 그리스어 단어 "σπόνδυλος"(spondylos)에서 유래되었는데, 이는 척추뼈 또는 척추의 관절을 의미하는 것으로, 주로 척추나 등뼈에 삽입되거나 고정된 어떤 것을 가리킵니다. 위에 설명한 vertebra와 같은 뜻입니다. 이 용어는 척추뼈 또는 척추와 관련된 다양한 상태, 이상, 또는 부위를 나타내기 위해 의학 용어로 채택되고 수정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spondylitis"(척추염), "spondylolysis"(척추뼈 파절), "spondylolisthesis"(척추뼈 전위증) 등의 단어에서 이 용어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척추뼈(spine)의 구조

경추(Cervical Vertebrae): 목 부위에 위치하며, C1부터 C7까지 7개의 척추뼈가 있습니다. C1(Atlas)과 C2(Axis)는 머리를 움직일 수 있게 해줍니다. 앞으로 볼록 뒤로 오목한 커브를 이룹니다. 

흉추(Thoracic Vertebrae): T1부터 T12까지 12개의 척추뼈가 있으며, 각각이 한 쌍의 갈비뼈(rib)에 연결됩니다. 앞으로 오목 뒤로 볼록한 커브를 만듭니다. 앞으로 볼록 뒤로 오목한 커브를 이룹니다. 

요추(Lumbar Vertebrae): L1부터 L5까지 큰 척추뼈 5개가 있습니다,. 앉아서 오래 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이 쉽게 손상됩니다.  드믈게는 6개의 요추가 있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천골(Sacral Region): 이 뼈는 지난 시간 골반뼈에서 다루었지요. 골반의 후변을 이루는 뼈입니다.

미골(Coccyx): tail bone이라고도 하며,  의자를 빼는 장난을 하다 엉덩방아를 찧으면 다치게 되는 뼈입니다. 절대 해선 안되는 장난이예요.



척추는 충격을 흡수하고 힘이 분산되도록 스프링처럼 작용합니다. 각 척추뼈 사이에는 추간판(disc)가 있어, 충격을 흡수합니다. 디스크는 전체 척추의 약 1/4을 차지합니다. 이 디스크는 혈관이 가생이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어서 치유 속도가 느립니다.  흘러나온 디스크가 신경을 압박하면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척추의 병, 디스크가 생깁니다. 디스크는 의학용어로 요추추간판탈출증(Herniated intervertebral disc) 혹은 수핵 탈출증(Herniation Nucleus Pulposus)라고 합니다. 흔히 각각 약어로 HIVD와 HNP로 씁니다. 



척추 정열의 문제들

신생아의 척추는 C자 형태를 하고 있으나, 자라면서 기어다니고 걷게 되면서 S자 형태를 갖게 됩니다. 척추는 100kg 이상의 무게도 견딜 수 있는 놀라운 강도와 유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 저녁보다 키가 좀 더 큰데, 이는 척추 사이의 디스크가 하루 종일 중력으로 인해 압축되고 자는 동안에 확장되기 때문입니다. 이 S자의 정상 커브는 우리 몸이 좀더 충격을 잘 흡수할 수 있도록 스프링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이 정상 정렬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Kyphosis (척추 후만증):
"Kyphosis"를 한글로는 ‘척추 후만증’이라고 합니다. 이는 척추가 정상보다 더 많이 뒤로 굽어져 있는 상태를 설명합니다. 척추 후만증은 주로 상부 흉부 척추에서 발생하며, 이로 인해 상체가 앞으로 구부러져 구부정해 보입니다.






Lordosis (척추 전만증):
"Lordosis"를 한글로는 ‘척추 전만증’이라고 합니다. 이는 척추가 정상보다 더 많이 앞으로 곡률을 이루는 상태를 나타냅니다. 일반적으로, 척추 전만증은 하부 요추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조금의 전만증은 정상이며, 실제로 모든 사람의 척추는 약간의 전만증을 보입니다.

Scoliosis (척추측만증):
 척추가 정상적인 정렬에서 벗어나 좌우로 구부러진 상태를 나타냅니다. 주로 사춘기전후로 급격하게 진행하며 굴곡 상태가 고정되어 버릴 수 있습니다.

Bamboo spine (대나무 척추)
"대나무 척추(bamboo spine)"이라는 병이 있습니다. 이는 강직성 척추염(ankylosisng spondylosis) 과 관련된 특징적인 방사선 사진을 표현한 용어입니다. 척추가 마치 대나무처럼 보이기 때문이죠.   대나무 척추는  척추뼈가 서로 붙어 버려서,  척추가 경직되고 유연성이 없어집니다.  요추의 정상 커브가 사라져 허리가 꼳꼳히 서서 구부릴 수 없게 됩니다.  대나무 척추를 가진 사람들은 특히 하부 등과 엉덩이에서 만성 통증과 경직을 종종 경험합니다.





목뼈


천체의 구체를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아틀라스 



세상을 짊어진 아틀라스, 우리 몸에는 또하나의 아틀라스가 있습니다. 하나는 세상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진 거대한 아틀라스이고, 다른 하나는 훨씬 작지만 여전히 중요한 무게를 어깨에 짊어진 작은 아틀라스입니다.


거대한 아틀라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타이탄입니다. 그는 이아페투스와 클라메네의 아들로, 타이탄들을 이끌고 올림픽 신들에 대한 반란을 일으켰다가 제우스에게 벌을 받았어요. 그 벌로 아틀라스는 지구본이나 별무리로 묘사되는 천체를 영원히 어깨에 짊어지고 있어야 했고, 그리스 신화의 가장 상징적인 인물 중 한 명이 되었습니다.


작은 아틀라스는 사람의 목에서 발견되는 뼈로 머리의 무게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는 1번 경추입니다. 그 크기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머리 무게라는 상당한 무게를 지탱하는 역할을 합니다. 평균적인 머리 무게는 약 5kg이며, 이 무게를 아틀라스가 지탱하고 있습니다.  체중의 약 7~8%에 해당하는 엄청난 무게가 '엄지와 집게로 만든 작은 원' 크기의 아틀라스위에 놓여 있다니, 아틀라스가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작은 아틀라스에는 극돌기(spinous process)나 척추체(vertebral body)가 없어 사실상 사람의 뼈로 만든 고리에 가깝습니다. 아틀라스는 다른 척추뼈와 연결되는 공간에 추간판(intervertebral disc)이 없습니다. 이 작은 아틀라스(1번 경추)는 머리를 지탱하여 우리가 움직이고, 주변을 둘러보고, 일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작은 아틀라스 이 없으면 머리가 계속 앞으로 처져 심각한 불편함을 느끼고 심지어 부상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두번째 경추는 축추(axis)라고 부르는데, 말그대로 운동의 '축'을 의미합니다. 아틀라스(atlas)와 축추(axis,2번 경추)가 만들어내는 관절을 환축(atlantoaxial) 관절이라고 부릅니다. 환축(atlantoaxial)은 아틀라스(atlas)와 축추(axis)을 합쳐서 만든 단어입니다. 환축관절은 반지에 손가락이 끼워진 것 처럼 만들어져 있습니다. 환축 관절이 없으면 인간이 시간당 600번 가까이 움직이는 동작을 수행할 수 없습니다. 방금 고개를 끄덕이셨나요? 이 작은 뼈, 아틀라스와 축 덕분에 고개를 끄덕이셨을지도 모릅니다.


윗쪽의 아틀라스와 그에 끼워진 축추


작은 아틀라스와 거대한 아틀라스는 크기는 달라도, 둘 다 엄청난 무게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머리의 무게를 지탱하고, 다른 하나는 세상의 무게를 지탱니 말이죠.


오늘날의 세상에서 우리는 세상의 무게를 짊어질 필요는 없지만, 감정적이든 육체적이든 상당한 짐을 짊어져야 합니다. 어쩌면 짐을 짊어진다는 것은, 또 다른 비운의 인물인 시시포스처럼 우리의 운명일지도 모릅니다. 불교에서는 인생은 고통 그 자체라고 말합니다. 두 개의 아틀라스는 우리의 실존적 숙명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여러분, 오늘도 힘내세요!


의학에서 다른 아틀라스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을 깜빡했습니다.

의학에서 "아틀라스"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해부학 도감이나 의학 주제에 대한 자세한 그림과 설명이 포함된 기타 책을 지칭하는 데 사용됩니다. "아틀라스"라는 용어는 원래 1595년 플랑드르의 지도 제작자인 제라르두스 메르카토르가 제본된 책 형식의 지도 모음을 설명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그는 종종 세상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는 그리스 신화의 타이탄 아틀라스의 이름을 따서 책 이름을 "아틀라스"라고 지었습니다. 해부학 아틀라스에는 일반적으로 인체의 장기, 조직 및 시스템에 대한 상세한 그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도책이 세계 지리에 대한 포괄적이고 상세한 이해를 제공하는 것처럼 인체에 대한 포괄적이고 상세한 이해를 제공하기 때문에 '아틀라스'라는 용어가 딱 맞게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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