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혈당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링고(Lingo)’라는 제품을 구입했습니다. 아래 팔뚝에 허연것이 링고입니다. 덜컥 4주 치를 약 $90에 샀는데, 부착 부위가 가려워서 환불하고 싶어졌습니다. 뭐, 어쩌겠어요.
만 하루 동안 사용해 보면서 느낀점은 "자신을 돌아본다"였습니다.
자신을 돌아본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터무니 없는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내 분노도 슬픔도 이러한 잘못된 자신에 대한 신념에 기인하고는 합니다. 그런데, 몸도 다르지 않더군요. 제가 얼마나 가짜 배고픔을 느끼는지, 어떤 음식이 내 췌장을 망가뜨리는지 단 하루만에 많은 사실을 발견하고, 또 놀랐습니다. 그래서, 가려움을 참고 계속 써볼 요량입니다. 여러가지 돌아본 내 모습중에 가장 흥미로운 점은 스트레스였습니다. 당연히 식사나 운동에 따라 혈당이 반응하는데, 놀랍게도 스트레스에도 혈당이 급격하게 변하더군요.
어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사실 긍정적인 소식이었어요. 그래서 급하게 필요한 작업을 하는데, 혈당이 30 이상 치솟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말이에요. 게다가 기분이 나쁘거나 힘든 것도 아니었고, 단순히 집중해서 일을 하고 있었을 뿐인데 혈당이 오르더군요. 맥박도 120이 넘고… 예, 맞습니다. 교감신경이 흥분한 거죠.
원래 스트레스 호르몬과 인슐린은 길항 작용(서로 반대 작용)을 한다고 합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면 인슐린이 줄어든다는 거죠. 그렇다면 인슐린 분비가 감소하면 췌장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까요? 아닙니다. 단순히 최종 결과가 길항적이라고 해서 인슐린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슐린을 고갈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왜 그럴까요? 쉽게 설명해 드릴게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신에서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신체가 ‘도망가거나 싸울 준비’를 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간은 글리코겐을 분해하여 포도당을 방출하고, 결과적으로 혈당이 상승하게 됩니다.
1. 스트레스 호르몬과 혈당 상승
- 부신에서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이 분비됨
- 간에서 글리코겐이 분해되어 포도당 방출
- 혈당 상승으로 신체가 긴급 상황에 대비
2. 인슐린 저항성 증가 (가장 중요한 영향)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지고, 세포가 인슐린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상태(인슐린 저항성 증가)가 발생합니다.
-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면 같은 양의 인슐린으로 혈당을 조절하기 어려워짐
- 혈당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위험 증가
3. 췌장 피로와 인슐린 분비 감소 (장기적인 영향)
장기적인 스트레스는 췌장을 피로하게 만들어 인슐린 분비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 인슐린이 부족해지면 혈당 조절이 더욱 어려워짐
- 당뇨병 위험 증가
결국 스트레스는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인슐린을 고갈시켜 췌장 피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혈당이 오르락 내리락 하느라, 끊임없이 인슐린을 분비하느라 췌장이 한계에 도달한 상태. 국지적으로 산불이 계속 나면 불을 끄느라 물탱크의 물(인슐린)도 고갈되고, 소방수들(췌장)의 피로가 극심해지는 상황입니다. 결국 췌장을 쉬게하려면 혈당을 높이지 않으면 됩니다.
따라서, 혈당조절에는 마음을 느긋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췌장을 망가뜨리느냐, 혈당을 조절하느냐가 달라집니다. 우선 스트레스가 피할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일년 내내 개인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인생에 대한 시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깊은 숨을 한 번 들이쉬고 자신의 삶을 바라보세요. 내가 좋은 일인 줄 알았던 것도, 나쁜 일인 적도 있고, 나쁜 일인 줄 알았던 것이 내게 큰 도움이 된적도 있을 거에요. 느긋하게 인생을 한발자국 떨어져 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스트레스는 우리가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잘 관리하면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대충대충 느긋하게!
저는 혈당이 오를 때마다, 무조건 이 두가지를 하기로 다짐했습니다. 명상과 계단 걷기입니다. 언제든지 옷갈아입지 않고 바로 할수 있는 것들로 정했습니다.
우선 규칙적인 명상은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고,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혈당 조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단 3분은 언제든지 할수 있으니, 호흡명상을 수시로 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계단 걷기입니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생각되면 무조건 집안의 계단을 5번 왕복할 다짐을 해봅니다. 이렇게 라도 움직이면, 인슐린 감수성을 높여 혈당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뭐, 기분 좋으면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갈 수도 있겠지요. 우리 펠릭스가 아주 좋아하겠네요.
오늘 이야기에 나온 의학용어를 정리해보겠습니다.
혈당: blood glucose, blood sugar
호르몬: hormone
부신선 : adrenal gland
아드레날린: adrenaline - 부신선(adrenal gland)에서 나온다고 아드레날린(adrenaline)입니다.
부신피질 : adrenal cortex
코티솔 : cortisol - 부신피질(cortex)에서 나온다고 코티솔(cortisol)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