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용어, 진료기록부, 차트
일본 소설이나 만화를 보면 '카르테'라는 단어가 자주 나옵니다. 가만히 문맥을 살펴보니, 진료기록부, 차트 같은 뜻인데 왜 일본은 카르테라고 할까요?
카르테는 특별한 의학용어는 아니고 라틴어 karte에서 유래한 말로, 단순히 종이 sheet of paper라는 뜻입니다. 독일어로는 그냥 karte, 프랑스어로는 carte가 되어, 지금도 역시 단순한 사실을 기록한 종이, 카드, 지도등을 의미합니다. 예전에 유럽에서 환자의 이름, 병력, 처방들을 기록한 종이 카드를 karte라고 한 데서, 일본어 발음으로 카르테가 되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화투(하나후다, 花札)는 일본의 전통 게임 카루타(かるた)의 일종입니다. 카루타는 역시 네덜란드 혹은 포르투갈에서 유래한 카드게임으로 알려져 있는데, 역시 종이 조각을 뜻하는 carta(かるた로 읽음)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저는 화투에 숫자가 없어서 참 이해하기 힘든데요, 예전 일본에서는 카드에 숫자가 적혀있으면 도박으로 인식되어, 화투에는 숫자가 없이 그림만 있다는 설이 있습니다. 현재 진료부를 뜻하는 카르테는 화투게임 카루타와 같은 종이조각(card → chart)이라는 어원을 갖습니다.
영어로 차트, 일본어로 카르테, 꽤 달라 보이지만, 사실 영어의 chart도 마찬가지로 라틴어 karte에서 유래한말이니, 모두 같은 뿌리에서 나온 셈입니다.
card/carte/carta/chart/karte
그냥 모두 다 카드, 종이조각이란 뜻이에요!!
사실 영어권의 단어가 의학용어가 되기 전, 주류 의학발전은 프랑스와 독일에서 이루어졌고, 의학용어도 독일어 프랑스어 계통의 단어가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어느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느냐에 따라 의학용어 단어도 바뀌는 것이 슬프기도 하고 재밌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