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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드러나는 가장 은밀한 곰팡이 감염

candida and candid

언어의 묘미란 참으로 신기한 것이다.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솔직담백함을 뜻하는 "candid"와 골칫거리 진균인 "candida"가 사실 같은 뿌리에서 나온 형제라는 것을 말이다.

let me be candid with you: 솔직히 말해서. you are with candidas 캔디다감염입니다.


라틴어 Candidus는 "밝은, 흰, 순수한"이라는 뜻으로, 인도유럽어족의 어근 *kand-*에서 출발했다. 이 어근은 "빛나다, 타오르다, 희어지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Candidus
"흰, 순수한"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분기점이 생긴다. 한쪽에서는 "흰색처럼 숨김이 없이 드러내다"는 의미로 발전해 candid가 되었다. 투명하고 솔직한 대화, 꾸밈없는 사진을 말할 때 쓰이는 그 단어 말이다. 마치 햇빛처럼 밝고 투명해서 그림자 하나 없다는 뜻이니, 참으로 아름다운 어원이 아닌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candle(촛불), candidness(솔직함) 같은 단어들도 모두 이 빛나는 가족의 일원이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Candida라는 이름을 얻은 진균(곰팡이균)이 등장했다. 이 녀석이 이런 고상한 이름을 얻게 된 이유는 순전히 외모 때문이었다. 실험실 페트리 접시에서 배양하면 눈처럼 하얀 콜로니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솔직함과 투명함을 상징하는 어원을 가진 Candida는 정작 우리 몸속에서는 은밀한 부분에 숨어서 골치를 썩인다. 구강, 질, 장에서 조용히 번식하며 각종 감염을 일으키니, 그 "candid"한 이름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셈이다.


Candid - 솔직함, 밝음
Candida - 은밀한 부위의 진균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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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캔디다질염을 일으키는 가장 유명한 곰팡이인 Candida albicans를 보면 더욱 재미있다. Albicans는 라틴어 albicare(흰색이 되다)에서 온 말로 "희어지는, 백색을 띠는"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Candida albicans는 말 그대로 "흰색 + 희어지는 균"이라는 뜻이 된다. 이는 마치 "뜨거운 hot water"나 "ATM machine"처럼 같은 의미를 두 번 반복하는 꼴이다. 학자들이 이 균을 처음 명명할 때 얼마나 그 하얀 색깔에 인상 깊었던지 아예 이중으로 강조해버린 셈이다.

이처럼 언어는 때로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개념들 사이에 숨겨진 다리를 놓아준다.


이 골칫거리 캔디다 곰팡이는 여성 생식기에만 문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 다양한 부위에서 나타날 수 있다. 글을 마치기전에 캔디다 감염의 부위에 따른 증상을 살펴보자.

입안에 생기면 혀나 볼 안쪽에 흰색 덩어리가 끼고, 통증이나 이물감이 생기며, 음식을 삼킬 때 불편다.
피부에 생기면 접히는 부위에 발적과 습기가 생기고, 가려움이나 진물이 나타난다.
손발톱에 생기면 손톱이나 발톱이 두꺼워지고 색이 변하며, 들뜨거나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질에 생기면 흰색 치즈 같은 분비물이 나오고, 심한 가려움과 작열감, 배뇨 시 통증이나 성교통이 동반된다.
면역력이 약한 경우 전신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때는 열, 오한, 저혈압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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