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신발과 얇은 자켓, 해를 가릴 선글라스와 없으면 안 될 충전기. 안 챙긴 게 있나? 아 참 여권.
가볍게 짐을 챙기고 현관을 나선다. 태양은 닿을 수도 없이 높은 곳에서 머리 위를 비추고, 나무들은 가지를 흔들며 인사한다. 매일 지나던 똑같은 길이지만 오늘은 왠지 이 길 위에 아름답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
여행을 떠나는 길. 적당한 긴장감과 감출 수 없는 설렘. 약간의 걱정과 참을 수 없는 기대로 하루를 시작한다. 물론 힘들 거란 것을 알지만, 분명 어려운 일도 있겠지만 나에게 지금 별로 중요하진 않다.
공항에 앉아 있는 나의 모습을, 또한 게이트를 드나드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매일을 여행하듯이 살았다면 참 좋았을 텐데.”
매일 여행을 떠나듯 살았다면, 모든 아침을 설렘으로 가득 채웠다면, 모든 하루를 즐거움으로 가득 메웠다면, 모든 저녁에 감사함으로 충만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나를 이루고 있지 않았을까?
하루는 언제나 우리에게 주어진다. 개인의 역량으로 단 하루라도 더 받거나 덜 받을 수 없이. 그런 하루를 나는 “그저 받았기에 “ 붙잡지 못했다.
우리의 일상은 여정으로 가득 차있다. 눈에 담고자 하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고 마음에 새기고자 하면 가슴에 빈자리가 없다. 마치 언제 올지 모를 여행지의 모든 것을 두 눈에 담아 가려는 여행자처럼.
일상이 여행이 되려면 선택하면 된다. 여행은 나의 선택으로 떠나는 길이다. 가고 싶은 곳을 향해, 보고 싶은 것을 보고자, 먹고 싶은 것을 먹고자, 하고 싶은 것을 하고자 내가 오늘 걷는 이 길을 내가 선택해서 나선다면 오늘은 여행이 된다.
나는 생각한다. 내가 선택한 하루를 살자. 어느 누구의 의지도 개입할 수 없는 오로지 나의 의지로 선택한 하루. 그 하루는 삶이라는 여정을 매일의 여행길로 바꿔주리라.
나는 여행 그 자체보다 준비할 때의 설렘과 돌아왔을 때의 안도감을 더 좋아한다. 기다리는 마음으로 준비하는 설렘으로 가득 찬 다만 며칠이, 고된 여정과 향수 가운데 디딘 나의 집에서의 안식이야말로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한다.
다가올 하루를 설렘으로 기다리고, 지난 하루에 감사할 만한 ‘여행 같은 일상’이 이뤄지길 소망한다.
오늘, 현관을 나설 때 여행을 떠나는 마음으로 나서자. 적당한 설렘과 약간의 긴장 그러나 기분 좋은 떨림으로. 매일이 여행이 되고 인생은 여정이 될 것이다.
좋아하는 노래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김동률 -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