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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리닌그라드 May 25. 2022

맑은 밤하늘

밝은 밤하늘

 나는 겨울철 맑은 밤하늘에 보이는 밝은 별빛을 좋아한다. 구름도 한 점 없을 때면 영원할 것만 같은 궁창 사이로 어떤 방해물도 없이 저 별과 내가 마주친다. 저 별은 얼마나 오래전 불타던 거성이었을까? 그렇게 별빛을 바라볼 때 찰나에 몇만 년을 넘어 시간 여행을 떠난다.


 언젠가 방송에서 들은 말이다.

 “우리가 별에 도달하지 못한다고 해서 별이 우리에게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잖아요”


 오늘  빛나는  별은 누군가에겐 추억을 떠올려주는 앨범이 되고, 누군가에겐 쓰지 못하던 편지의  말을 틔어줄 씨앗이  것이다. 어느 바다 위에선 앞뒤로 파란색뿐인  없는 망망대해의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이쯤에서 나는 꽤나 멀리사는  친구가 궁금해진다.

 당신은 누구길래 가던 길을 멈추고 나를 위로하십니까?

광화문 위 흩뿌려진 알갱이


 '빛이 있으라', 누군가 잠든 아이를 깨우듯 살며시 속삭이자 자그마한 먼지가 부서졌다. 그 안에 물질과 반물질은 미친 듯이 흔들리며 서로 만났고, 그렇게 빛이 되어서 그림자 속으로 달려 나갔다. 그때 태어난 첫째 빛들은 지금도 지치지 않고 공간을 품는 공간을 향해서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우주의 껍데기를 찾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일어났다. 누군가의 의도인지 실수인지 물질과 반물질의 균형이 깨졌고 빛이 되지 못한 물질은 공간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남은 부유물들은 침잠했고 마침내 원자가 되어 서로를 비춰주는 빛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늘 위에서 반짝거렸다.

 그리고 수많은 부유물의 집합들 중 하나에 우리가 태어났다. 우리의 머리칼, 손과 발, 지금 들고 있을 스마트폰, 바닥에 앉아 등을 기댄 소파까지. 이 모든 것들은 빛이 되지 못한 채 태초부터 지금까지 억겁의 시간 동안 공간을 떠내려온 부유물들이다.

 그게 저 별과 내가 친구로서 공유하는 유일한 추억이다.


그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이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라


 별과 나를 친구로 이어 줄 유일한 단서는 아마 빛일 거다. 저 별이 뽐내는 빛을 내가 봤고 저 별에도 아마 내가 딛고 서있는 이곳이 빛나 보일 테니까.


 아까 전 말한 태초에 반짝거린 첫째 빛은 자신의 손을 놓친 동생들이 자신을 잊어버릴까 자신의 파동을 동생들에게 새겨놨을거란 상상을 해봤다. 물질들이 보았던 빛의 기억. 그 파동은 오랜 시간 여러 이름으로 우리와 함께해왔을 테다. 기(氣), 이드(id), 음과 양, 영과 혼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밤하늘을 볼 때면, 빛의 동생인 별과 나, 서로가 각자 품고 있던 파동들이 만나게 된다. 육체는 원자의 모임이지만, 영혼은 파동으로 끝없이 진동해 영혼의 창인 눈을 통해서 별과 만나고 더 나아가 첫째 빛들이 닿아있을 그림자와 공간의 경계, 우주의 끝에 닿을 것이다.

 별을 마주한 순간 태초의 빛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던 우리 영혼은 파동이 되어 시간의 시작에 닿는다. 난 그렇게 좀 밝은 친구와 같이 외롭지 않게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 밤. 말간 하늘의 겨울밤. 닿을 수도 없이 멀리 있는 별이 창조의 순간 헤어진 나의 일부분이 되어, 도무지 좁혀질 것 같지 않던 궁창을 넘어서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별은 나에게 의미가 되었고 나는 이곳에서 누군가를 위한 별이 되었다.


 오늘 내가 버틴 이 하루가 특별할 것 없어 초라해 보인다 해도 수많은 군중 속 그저 빛나는 저 별들처럼 이러한 나의 삶 조차도 저 먼 어딘가에서는 참 귀하게 빛나는, 애쓰는 점 하나로 기억되길 원한다. 로고스 앞에서 실존한 키에르케고르처럼.


 수많은 톱니바퀴와 함께 군중의 빛을 지켜낸 별. 작지만 꽤나 밝을 나의 별.











HONNE - be my side
좋아하는 노래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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