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마비 교사로 살아간다는 건
행복했고, 행복하고, 행복할 거야
3년 전에 갑자기 후천적 장애인이 되었다. 갑작스러운 경기와 기절. 방사선 수술 뒤 찾아온 뇌부종. 별거 아니라 했던 수술은 이후 내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부종이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을 눌러서 왼쪽에 편마비가 찾아온 것. 첫 해는 풋드랍 현상이 일어나 왼발을 못 쓰게 되었고, 두 해에는 점차 왼팔과 왼손을 쓸 수 없게 되었다. 장애를 품고 살아가는 시간이 쌓여 갈수록 받아들임의 마음이 커졌다. 이전에 비하면 많은 것들이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내가 해왔던 많은 것들이 다른 방법으로 대체되고, 혹은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은 분명히 있다. 그래서 이 글은 변한 것과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기록으로 정리된다.
나는 초등학교 상담교사로서 매일 학교에 출근한다. 1년 반의 긴 병휴직을 끝내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내가 왜 쓰러졌고, 어떻게 이를 받아들였는 가에 대한 회상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 글은 온전히 '오늘'을 살아가는 나와 당신의 이야기이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나의 다짐이기도 하다. 어쩌면 살아가기 위한 큰 몸부림일 수도 있겠다.
내가 편마비를 가지고 어떻게 교사로서 살아가는지, 어떻게 학생들과 마주하며 업무를 수행하는지. 또한 일상에서 어떤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을 마주하는지. 정상인이었을 때는 '만약에'라는 가정 조차 해보지 않은 일들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기록해 보고자 한다.
또 나의 일상 대부분을 함께 하는 남편과 든든한 지원군들의 이야기까지. 마냥 밝지도 그렇다고 마냥 어둡지도 않은 일상의 부분들을 글로써 엮어 보고자 한다.
그렇게 천천히, 숨 쉴 수 있는 글을 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