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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뀨냥 Jan 25. 2024

편마비 환자의 취미생활-게임 편

즐거운 일은 어디에나 있어

  일과 휴식을 적절히 조절하고픈 나에게 '워라밸'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학교에서 일하면서 알게 모르게 쌓인 스트레스를 제때 해소하지 않으면 꼭 탈이 난다. 그래서 나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취미 생활에 진심이다. 하지만 어쩌지, 편마비 환자가 되고 나서 이전에 충분히 즐겨온 취미 생활을 대부분 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생의 소소한 재미들을 놓칠쏘냐. 나는 내가 한 손으로도 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을 찾아 시도해 보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게임'이다. '게임' 이야기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나를 방구석 히키코모리 같은 눈초리로 보다가 어떤 게임을 하는지 묻는다. 그러다 내가 하고 있는 게임이름을 이야기하면 빵 터지곤 한다.


  현재 내가 즐기고 있는 게임은 [프린세스 메이커]와 [심즈] 둘 다 아주 오래된 고전 게임인데, 심즈는 최근에도 확장팩들이 나오고 있어서 아주 개미지옥이다. 프린세스 메이커는 내가 초등학생일 때 친척 오빠가 선물해 주어 플레이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 기회에 다시 도전해 보았다. 프린세스메이커 2, 3, 4, 5를 전부 다 플레이해 보았지만 역시나 가장 재미있는 건 2탄이다. 무사수행의 쏠쏠한 재미를 느끼려다가 몇 번이고 용사 엔딩을 본 적도 있다.

도전 또 도전해서 국왕엔딩 성공

   심즈는 남편의 권유로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너무나 현실적인 3D 그림체에 거부감이 들어 괜찮다고 거절했다. 프린세스메이커의 귀욤뽀짝 한 일러스트에 더 익숙한 나에게 심즈의 벽은 높았다. 그러다 마침 심즈 스팀버전이 할인해서 남편의 권유에 조심스럽게 플레이해 보았는데...


  "뭐야 이거?! 왜 이리 재미있어?"


  한동안은 주말 내내 심즈만 플레이할 정도로 푹 빠졌다. 물론 만든 심들로 생활을 하는 것보다는 아이템을 이용해서 집을 짓는 것을 더 좋아한다. 아예 집터부터 만들고 벽을 쌓아 올리고, 다양한 아이템들로 방을 꾸미는 요소는 내게 있어 완전히 혁신적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집 짓기에 진심인 게임이 있다니! 심즈 세상에서 내가 꿈꿔온 집들을 짓고 또 지었다. 서툰 솜씨지만 그래도 내가 만든 집에서 심들이 뽈뽈 거리며 돌아다니며 행복해하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 한때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꿈꾸기도 했던 소녀는 이제 결혼한 아줌마가 되어 가상 세계에서 집을 짓고 있다.


심즈는 개미지옥이다.

  무엇보다 [프린세스 메이커]와 [심즈] 둘 다 오른손만으로도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게 내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다. 슈팅게임이나 리듬 게임은 양손을 써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두 게임은 그렇지 않아서 부담이 없다.


  이 외에 학교에서는 학생들과 보드게임을 하기도 한다. 한 손으로도 할 수 있는 도블을 주로 많이 하고, 할리갈리와 젠가도 어렵지만 한 손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루미큐브나 다빈치코드도 무리 없이 가능하다. 보드게임을 구입하기 전에 내가 충분히 플레이할 수 있는지 고려해 보며 구입 버튼을 누르게 되었다.


  편마비로 한 손을 못쓰게 되었다고 해서 이전의 일상을 잃고 싶지는 않다.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그 안에서의 최선과 타협해 나가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아마 지금 하고 있는 심즈가 질린다면, 한 손으로 할 수 있는 또 다른 게임을 찾을 것 같다.


  그래도, 남편이 좋아하는 '오버워치'를 함께 플레이해 보고 싶었는데, 한 손으로는 불가능해서 그것만큼은 조금 아쉽다. 남편이 좋아하는 것은 함께 공유하고 싶은데, 그게 나의 장애로 인해 좌절되는 느낌이랄까. 남녀노소 모두 거리낌 없이 즐길 수 있는 RPG나 슈팅 게임이 많이 개발되었으면 하는 건 너무 많은 욕심일까.


  어쩔 수 없는 건 없는 거다. 아쉬움은 아쉬움으로 놔두면 된다. 아쉬운 감정을 깊게 파고들어 그 마음이 우울이나 좌절로 변질되게 하고 싶지 않다.


  그러니 오늘의 즐거움에 최선을 다해야지. 오늘은 심즈로 어떤 테마의 집을 지으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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