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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뀨냥 Jan 25. 2024

타자는 어떻게 치냐고요?

편마비 교사의 문서작업

  학교에서 업무를 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문서작업이다. 편마비 환자가 되고 나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기도 한 만큼 교사와(다른 직업도 마찬가지겠지만.) 타이핑은 뗄 수 없는 사이다.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오른손 만으로도 충분히 타이핑을 하고 있다. 가끔 남편에게 "한 손 타자 치기 대회하면 나 1등 할 자신 있어."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할 정도로 한 손 타자 치기에 자신만만하다. 물론, 이는 버튼에 한글과 영어가 적힌 타자기를 사용할 때만 해당이 된다. 예전에 남편이 선물로 고양이가 그려진 아주 귀여운 타자기를 선물로 주었다. 기쁜 마음으로 타자기를 본체에 연결하고, 블로그 포스팅을 하려는데...


  "오빠, 나 타자 치는 게 엄청 느려졌어."


  "으잉? 왜, 잘 쳤잖아."


  "키보드에... 표시가 안 돼있어서..."


  "뭐어?!"


  이전에 두 손으로 타자를 칠 때는 손의 감각으로 화면만 보고서도 곧장 타자를 쳤었다. 그런데 한 손으로 타자를 치게 되면서, 나도 몰랐던 습관이 생긴 것이다. 바로 화면이 아닌 키보드를 보면서 타자를 치게 된 것. 결국 남편이 사준 키보드는 남편에게 다시 돌아갔고, 나는 키에 커다랗게 한글과 영어가 적힌 키보드를 새로 받게 되었다. 하지만 한 손 타자 치기에 익숙해지다 보면 언젠가는 한 손으로도 자연스럽게 화면을 보며 타자를 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한 손으로는 절대로 못하는 작업들이 있다. 예를 들어, Ctrl키나 Alt키를 동시에 눌러야 할 때. 이때는 어쩔 수 없이 왼손의 도움을 받는다. 왼손 중에서 그나마 경직이 덜한 가운데 손가락을 오른손으로 잡은 뒤에, Ctrl키에 올려두고 굽어진 다른 손가락으로 가운데 손가락이 떨어지지 않게 받친다. 그 뒤 재빨리 오른손으로 작업을 한다. 간혹 왼손에 힘이 떨어져 손가락이 키보드에서 주르륵 미끄러져 내려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마우스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명령어를 찾는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완성도에 차이가 없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보고서를 쓰거나 기안문을 쓸 때, 그래서 더 일부러 빠르게 여유를 두고 처리하고는 한다.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는 내 몸에 스스로 화가 나거나 우울해지기 때문이다. 여유를 가지고, 한 단계 한 단계 완성해 나가는 작업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물론 오른손으로만 타자를 치면서 어쩔 수 없는 고질병이 생겼다. 바로 지금도 나를 괴롭히고 있는 손목 터널 증후군! 나는 손목에 통증이 생기는 것이 이렇게 불편하고 아픈 건지 미처 몰랐다. 조금만 움직여도 손목을 누군가 찢는 듯한 짧지만 강렬한 아픔이 밀려온다. 결국 여러 브랜드의 손목 보호대를 구입해 보고, 입을 사용해서 단단히 고정할 수 있는 제품에 정착했다.


  혹여 편마비 장애인을 위한 한 손 타자기는 없을까? 하고 인터넷과 유튜브를 탐색해 보았지만, 게이머들을 위한 타자기가 대부분이고 그마저 중국어나 영어로만 표시가 되어있었다.


  지금도 인터넷에 편마비 장애를 도와주는 도구들을 검색해 보고는 하지만, 늘 씁쓸한 뒷맛을 남기며 창을 닫게 된다. 기술력이 상당한 우리나라라면 분명, 한 손으로도 모든 문서 작업을 할 수 있는 키보드를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오늘도 한 손으로 타닥타닥 키보드를 누르다가 생각이나 적어보는 글. 편마비지만 문서 작업은 완벽한 나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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