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참 멋지구나!

by 영자의 전성시대

3년 전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짧은 글 속에 ‘내 마음 한 켠을 넣어 둔다’는 짜릿함에 틈틈이 썼고 아이들에게 몇 편을 소개하기도 했다. 시를 써서 코팅해서 책갈피로 만들어 아이들에게 칭찬 선물로 주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꽤 인기가 좋았다. 나의 시를 선물 받은 한 아이가 자기가 쓴 시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들고 온 시는 공책 한 권에 가득했고 읽다가 깜짝 놀랐다.


술래잡기

나는 술래다

하지만 좋지 않다.

친구들이 나를

찾아주지 않으니까.

나는 숨는다.

그래서 좋다.

친구들이 나를

찾아주니까.

숨는 자가

찾는 자보다

더 좋다.


3학년 아이가 이런 깊은 내용을 시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인지. 나도 모르게 깊은 감탄과 함께 폭풍 칭찬을 했다. 이런 시를 짓게 된 아이의 생각을 묻기도 하고 언제부터 쓰게 되었는지, 쓰고 난 뒤 어떤 느낌인지 등등 아이와 문학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마치 친구랑 대화하는 성숙한 느낌이 드는 학생이었다.



공부

학생은 공부를

싫어해한다.

답을 찾는 과정은

어른이 되는 과정이니까.

하지만 그 과정을

소중히 여기면

그 과정은

누구보다 빛난다.

그리고 그 과정을

끝내면

우리의 과정에

가치가 나타난다.



‘가치’라는 표현에 다시 한번 소름 돋게 감탄했고 위의 시 두 편을 선물로 받았다. 그러면서 계속 이렇게 시를 쓰는 작가가 되어도 좋겠다고 응원했다. “시가 아주 특별하단다. 그러니 앞으로 더 쓴 뒤에 어린이 작가로 등단해도 좋겠구나. 나만 보기가 아까우니 책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어머님과 상의해보렴”하고 말했다. 아이는 흐뭇해하며 돌아갔다.


아이의 시각이지만 어른인 나에게도 느끼는 바가 컸다. ‘술래잡기’에서는 아이 때는 숨는 자가 더 좋을지 모르지만, 지금의 나는 나를 찾는 게 싫을 때가 더 많기에 차라리 술래가 더 좋다. 그리고 남이 숨어도 나는 찾고 싶지 않다. 이런 내 마음을 나에게 들켜서 속으로 뜨끔했다. ‘공부’에서는 나는 아직도 답을 찾는 과정 속에 있기에 ‘가치는 언제쯤 알게 될까?’ 하는 생각, 나는 어떤 과정을 위해 살고 있나? 하는 생각, 순식간에 머리를 치고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어린아이의 시를 읽고 나의 삶을 반성하고 있는 나를 바라보고 있자니 빙그레 웃음이 났다.


며칠 뒤, 아이가 다시 찾아와서 하는 말 “선생님, 엄마가 책 만드는 건 돈이 많이 든대요. 그래서 안된대요.”라고 한다. 나는 “괜찮아, 네가 커서 네 책을 만들면 되는 거지. 선생님도 그럴 거란다.”라고 하니 아이가 다시 미소를 짓는다.


아이야. 우리 둘 다 멋진 작가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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