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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자의 전성시대 Jun 25. 2024

혹부리 영감은 살아있었습니다

우리 1학년의 세계에서는

 <그림 그리는 아이, 김홍도>라는 책으로 1학년 수업을 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인물이야기'(또는 위인전)라는 장르를 설명하며 "인물 이야기에 나오는 김홍도는 진짜 살았던 사람일까요?"라는 질문을 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진짜 사람이라고 대답했는데 간혹 몇몇의 아이들은 가짜 사람이라고 손을 들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한 주간 인물이야기를 읽으라는 미션을 주었다. 재미를 위해 '이영자 선생님이 모를 것 같은 인물'이 나오면 적어와서 선생님께 물어보고, 진짜 내가 모르는 사람이면 별 3개를 주기로 했다. 아이들은 솔깃해서 "오~"하며 관심을 보였다. 


 드디어 한 주가 지나 미션활동을 확인하는데 연개소문, 김유신, 람세스 2세, 월트 디즈니, 찰스 다윈까지 나름 어렵다고 생각한 인물들을 알아왔다. 물론 나는 여기에 있는 인물 모두를 안다. 안타깝게도 한 명도 별 3개를 받을 수 없었다. 


 아이들은 오기가 생겼고 머리를 쥐어짜서 아는 이름을 다 대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1학년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 인물은 한계가 있었고 더 쉬워졌다. 세종대왕, 광개토 대왕에 심지어 설민석 씨까지 아이들은 아주 애가 탔다. 


 그러다 평소 장난기 많은 남자아이가 손을 번쩍 들길래 다가갔다. "자, 어떤 인물을 알고 있니?" 아이는 자신 있게 "혹부리 영감이요." 


 나는 순간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음을 느끼며 누군지 생각해 내려 노력했다. 잠시의 정적이 흐르고 "우하하하하하하하~"하는 호탕한 내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한참을 속 시원하게 웃어대고 눈을 동그랗게 뜬 아이에게 "혹부리 영감님은 진짜 살아있던 사람이 아니란다. 이건 전래동화라고 하는 거란다."


 근데 혹시 진짜로 혹부리 영감님은 살아있었던 사람인 건 아닐까?

그래서 찾아봤다. 


역사

<혹부리영감>에 대한 역사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조선시대 중기의 문신이었던 강항의 『수은록(睡隱錄)』에, 일본에서는 유명한 이야기라고 기록되어 있다. 강항에 의하면 임진왜란 때 왜적에게 포로로 잡혀갔는데, 일본에 있는 동안 지식인에게 주자학을 전파시켰다는 것이다. 그중에서 승려였던 순수좌(舜首痤)로부터 <혹부리영감> 이야기를 듣고, “하나의 혹을 떼려다 두 개의 혹을 얻은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는 글로 마무리한다.

그런데 1910년 다카하시 도루(高橋亨)의 『조선 물어 집[朝鮮の物語集附俚諺]』에 <유취(瘤取)>라는 제목으로 다시 수록되어 나타난다. 이 이야기는 조선과 일본의 내선일체나 일선동조론을 내세우는 데 가장 훌륭한 근거로 제시되었다. 일본에서는 가마쿠라시대(鐮倉時代) 초기에 발간된 『우치습유 물어(宇治拾遺物語)』에 수록되어 오랫동안 전승되어 온 이야기다. 특히 에도시대에는 소년용 적본(赤本)에 수록되면서 전국에 전파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일본의 10대 동화 중 하나로 정착하였다. 이런 이유로 <혹부리영감>은 일제강점기에 발간된 『조선어독본』에 1915년 이후 지속해서 수록되었으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동화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혹부리영감 (한국민속문학사전(설화 편))


다행히 혹부리 영감님은 1학년의 세계에서만 살아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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