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자의 전성시대 Dec 04. 2024

정신줄을 놓은 건지, 생각이 많은 건지

"선생님~~~~~~!!!!"


 차창 옆으로 연신 손을 흔들며 인상 쓰고 있는 동료선생님이 보였다. 카풀하는 선생님을 잊은 채 나만의 생각에 빠진 채 만남의 장소를 벗어나려 한 것이다. 급히 차를 길가로 세우고 미안함과 황당한 웃음으로 문을 열었다. "설마 저를 또 잊으신 거예요?"하고 묻는다. "흐흐흐" 웃음으로 얼버무린다. "너무 하신 거 아녜요? 좀 전에 통화까지 했는데 말이에요."

 어릴 때도 책을 읽으면 엄마가 불러도 모를 때가 있었다. 너무 깊이 책 속으로 빠져들어 외부를 차단하고, 나와 텍스트의 세상 속에서 몇 시간을 머물렀다. 어른이 되어서도 책을 읽거나, 생각에 빠져있을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럴 때면 아이들은 "엄마 딴생각하지? 우리 얘기 안 들었지?" 하며 이야기한다. 


 몰입도와 공감능력이 좋은 편이라 책을 읽으면 더 현실감을 잊게 된다. 예를 들어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읽을 때, 옆에 있던 카페 사장님도 땀에 찌들 만큼 높은 기온의 더위도 느끼지 못할 만큼 고마코와 오버랩되었다. 다 읽고 나니 서늘함마저 느끼고 현실로 돌아오니 그때서야 더위를 느꼈다. 

 오늘도 출근길에 나만의 생각에 빠져들며 카풀하는 선생님에게 전화해야 하는 타이밍을 놓쳤다. 부랴부랴 전화를 하고 또다시 생각한다. '과연 나는 생각이 많은 것일까? 정신줄을 놓은 것일까?'


 명확하게 "전 생각이 많은 사람입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마음은 점점 "정신줄을 놓고 사는 사랍입니다..."라고 말해야 할 듯싶다. 


 생각이 많은 사람이면 기품과 교양의 향기가 날 것이고, 정신줄을 놓고 사는 사람이면 경솔과 실수가 잦을 것이다. 정신줄을 붙들고 생각이 많은 사람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 아무쪼록 나의 노년은 정신 또렷이 기품과 교양으로 은혜를 끼치며 사는 사람이길 간절히 바라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