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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볼 수 없는 아이

by 영자의 전성시대

"히히히히히힣, 아아아아아아악"


방학이 끝나고 나서 만난 아이는 더 심해져 있었다. 수업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소리를 지르고 연실 웃어대는 바람에 아이들의 발표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ㅇㅇ아, 조용히 해볼까?" "선생님 옆에 앉아보자." 등등 여러 방법을 써도 아이에게 먹히지 않는다.


"이히히히히히, 보인다!" 다시 소리를 지른다. 그래도 1학기 때는 책을 듣는 시간에는 집중은 아니더라도 한참을 바라봤었다. 이제는 1분도 집중하기 어렵고 자꾸 웃는 소리를 낸다. 이건 위험하다. 나는 아이를 진단하려 머릿속이 막 움직인다. 아니다. 아닐 거야. 아니여야지.


나는 다시 아이에게 "ㅇㅇ아, 뭐가 웃기지?"하고 질문해 본다. 나와 눈을 맞추더니 이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움직여버린다. 부담임 선생님이 조용히 "아이를 데리고 나갈까요?"하고 묻는다. 싫다. 아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분리되기 싫다. 그런데 다른 많은 아이들이 벌써부터 불편해한다. 수업진도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네, 선생님 아이가 오늘은 집중이 안되나 봐요. 오늘은 잠시 쉬게 해야겠어요." 하며 '오늘'이란 말에 힘을 주었다. 오늘만 제발 그런 것이기를, 내일은 괜찮아져서 다른 아이들과 같은 말과 행동을 하며 함께 어우러지기를 바랐다. 나가는 아이를 바라보는데 속이 상한다. 내 속이 이런데 아이의 부모는 얼마나 속이 상하실까?


아이는 진짜 멀끔하니 너무 잘 생겼다. 귀티가 줄줄 흐르고 웃을 때 미소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나도 모르게 같이 웃게 된다. 아이는 와서 안아주거나 내 손을 종종 잡는데 나 또한 내 아이인 것처럼 따뜻하게 안아주거나 손을 잡아준다. 그러면 아이는 입을 크게 벌려 웃어 준다. 나는 이 느낌이 너무 좋아 아이가 오기를 기다릴 때도 있다.


가끔 복도에서 마주치면 나는 무릎을 구부려 내 얼굴을 알아채게 하고 아이의 인사를 받는다. 그럼 잠깐의 시간이 지난 뒤, 아이는 나를 와락 안는다. 이 아이의 온기가 참 좋다. 아이의 해맑음이 좋고 동그란 눈이 나에게 말을 거는 게 좋다. 말수가 별로 없이 행동으로 말하는 이 아이가 나는 사랑스럽다.


아이가 심해진 뒤, 조퇴를 거듭했다. 보는 날 보다 못 보는 날이 더 많아졌다. 아마 반의 수업을 이어가지 못할 만큼 아이는 방해를 했겠지. 여긴 학교다 보니 다수의 학생을 고려해야 하고 시간이 지날 수록 무언가를 결정해야 했다. 아이를 못 본 지 한 달 여가 지났을 때 공지가 떴다. <ㅇㅇㅇ, 전출>


가슴이 쿵 했다. 갈 줄 알았고 가야 했고 가는 게 맞는데 진짜 아이가 갔다. 가는 얼굴 한 번도 못 봤는데 아이는 가버렸다. 아픈 아이라 새로운 곳에 가면 적응하기 더 힘들 텐데 어쩌지? 이 아이의 모자람보다 사랑스러움을 먼저 보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여기보다 전문적으로 아이를 치료해 주는 기관이어서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똑같진 않아도 비슷한 싦을 살 수 있게 가르쳐주었으면 좋겠다.


더는 볼 수 없고, 다신 볼 수 없지만 그 아이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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