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이여 영원하라!

관순 언니, 사랑합니다.

by 영자의 전성시대

3월 1일 무렵, 쉬는 날에 친한 동생과 오랜만에 점심을 먹으러 근교로 나갔다. 동생의 아들까지 동행해서 아이가 좋아할 만한 곳을 찾아갔다. 밥을 잘 먹게 하기 위해 "밥 잘 먹으면 카페 가서 게임 30분 하게 해줄게."라고 약속도 했다. 아이는 신나서 밥도 잘 먹고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랑스러운 이 아이는 만들기도 그리기도 좋아하고 또래의 아이들처럼 뛰어놀기 좋아한다. 다만 책 읽기를 썩 좋아하지 않아서 만날 때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독서를 독려한다. 맛있는 간식을 먹이고 게임을 하게 하려 하는데, 무심코 "너 3.1절이 어떤 날인 줄 알아?" 하고 물었다. 3학년이 되어 모르면 알려줄 요량이었다. "몰라요." 하길래 "그래도 유관순은 누군지 알지?" 다시 물었다. 우리 학교의 1학년들도 '유관순 열사'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기에 당연히 알 거라 생각했다. 아이는 "유관순이 누구예요? 모르는 사람이에요."라고 했다. 그 순간, 나는 이모에서 교사로 변했다. 지킬 앤 하이드처럼, 조카에게 그 순간이 그렇게 느껴졌을 것이다. "책을 얼마나 안 읽었으면 유관순을 몰라? 엉? 지금부터 이모 말 잘 들어. 유관순은 말이지..." 하며 10분 정도 간단하게 설명하고 인터넷으로 유관순 애니메이션 영상을 찾아 대략 40분 정도 시청하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아이는 게임을 못 하게 되어 속상한 데다 오랜 시간을 공부 아닌 공부까지 하게 되어 낭패인 모양이었다. 그 아이의 마음을 아는데도 이렇게라도 해서 유관순 열사에 대해 알려야겠다는 어떤 소명이 나에게 있다

유관순.PNG 유관순 열사


2015 교육과정의 화두는 단연 ‘융합’이다. 전에는 창의력, 사고력 발달이었다가 ‘통합’으로 주제가 변하며 각 교과가 유기적으로 이어져 학생들에게 하나를 깊이 있고 심도 있게 가르치는 것이다. 5학년 국어 교과 속의 '유관순'이야기에 맞춰 융합독서의 주제로 잡고 책과 다른 교과를 연계했다. 예를 들어, 유관순에 맞게 독서를 하고 국어시간에는 교과로 제시문을 독해하고 '유관순 열사에게 감사 편지 쓰기'를, 미술시간에는 '태극기 만들기'를 진행하며, 사회 시간에는 '일제강점기'에 대해 알아가는 등 2주 정도 유관순 열사를 비롯하여 일제강점기 시대의 독립운동가들까지 조사하여 학습하게 된다. 이 효과는 강렬하다. 학생들이 처음에는 다 안다는 듯이 시큰둥했다. 그러나 과제로 유관순 도서와 영화'항거'를 보고 오게 하면 그때부터 생동감 있고 살아있는 수업이 가능하다. 유관순의 삶 그대로가 아이들에게 감동이기 때문에 그 마음만 살짝 건드려주면 아이들은 스스로 더 깊은 깨달음을 향해 달려간다.

KakaoTalk_20220524_144438713_02.jpg 5학년 융합독서서 도서

마지막 활동으로 모둠 프로젝트를 구성하는데 학생들 스스로 어떤 테마와 콘셉트로 할지를 토의하고 그것을 한 주간 준비해서 발표하는 것이다. 어떤 모둠은 연극을 하기도 하고,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의 삶과 업적을 조사하여 발표하기도 한다. 인상적인 모둠 중에 태극기를 잔뜩 들고 와서 나누어주길래 왜 그러냐고 물으니 "10개 신청했는데 모르고 50개가 배달됐어요. 그래서 반 친구들에게 모두 나눠주려고요. 선생님도 드릴게요." 하면서 태극기를 선물했다. "푸하하하, 어쨌든 모두에게 의미 있는 선물이 되겠구나." 하며 감사히 받은 적이 있다.


또 한 경우는 5학년 남학생이 유관순이 되어 여자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와서 맛깔나게 연극을 했던 일이다. 열정과 힘이 넘치는 유관순을 잘 소화해서 연기하다가 의자가 필요했는지 교실을 날라 두 손에 번쩍 의자를 들고 무대로 나왔다. 치렁치렁 치마를 입고 날아다니는 남자 유관순이라니! 우리는 자지러지게 웃었다. 비록 그녀의 삶은 고되고 고통스러운 신념으로 짧은 생을 살다 갔지만 그녀의 신념은 이념이 되어 후대까지 우리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주고 있었다.


유관순 열사가 도둑으로 오인받은 한 조선 여인을 구하고 한 이야기가 있다. "우리가 조선인인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나라를 빼앗겼다고 하더라도 우리 스스로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옳지 않은 일에는 스스로 떳떳하게 조선인의 이름을 걸고 싸우십시오. 상대가 일본이든 누구든 소중한 것을 그리 쉽게 내어주지 마세요."라고 1910년대의 청소년인 유관순은 이야기한다. 2020년대를 살고 있는 나에게도 이 말은 울림을 준다. 내게 귀한 것을 그리 쉽게 내어주지 말라는, 옳지 않은 일에는 떳떳하게 싸우라는 말이 학생들뿐아니라 나 또한 울컥한다. 그녀는 삶으로도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주었건만 대화 속에서의 한 마디 말도 생생히 살아있다. 관순 언니,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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