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아름다운 이유
‘진흙쿠키’라는 동화책이 있다. 아이티의 가난과 지진 이후의 어려움이 시대적 배경으로 주인공이 그 환경을 극복하고 학교에 다니게 되는 이야기의 책이다. 이 책으로 3학년 학생들과 독서수업을 진행했다. 가장 가난한 대륙이라는 아프리카와 지금의 현실, 물이 부족해서 아이들이 종일 물을 뜨러 가는 현실, 2010년 실제로 일어났던 아이티의 지진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아이들은 나의 생생한 증언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초집중을 하며 들었다. 아이들의 반응에 신이 난 나는, 나의 배경지식을 긁어모아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후배 중에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에서 수자원을 연구했고 탄탄한 기업에 입사한 동생이 있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 평범한 삶을 살다가 어느 날, 아프리카의 더러운 물로 인해 죽어가는 사람들이 마음이 아프다며 가족을 모두 데리고 아프리카로 떠났고 수년간 마을마다 다니며 우물을 만들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전공을 살려 ‘생명을 구하는 빨대, 라이프 스트로’ 사업을 돕고 있다.
또한 2010년 1월 12일 7.0의 강도로 아이티에 지진이 실제로 일어났고 12년 전에 일어난 그 사건이 충격적이라 기억에 남는 장면이 많다. 산이 무너져 내렸고, 학교가 무너져 학생들을 외국 군인들이 구출하던 장면, 우리나라 기자가 카메라를 돌리니 시체 더미가 쌓여있던 것이 그대로 노출되었고 나는 지금도 그 장면을 잊을 수 없다. 길에서 울부짖던 사람들과 허둥지둥 다니던 우리나라 의사와 간호사들의 모습과 소리가 그 당시 두려움으로 남아있다. 그 이후 관심이 있어 아이티에 대해 알아보니 지진 전에도 가난해서 ‘진흙쿠키’를 먹는 나라로 소개된 적이 있었는데 지진 이후, 그나마도 먹을 수 없는 정도로 극빈국이 되었다. 슬프게도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을 탈레반이 장악하며 전 세계가 경악할 때 또다시 아이티에 지진이 일어났고 조용히 뉴스에서 묻혔다. 난 예전의 기억이 있기에 기사를 찾아가며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2010년의 지진보다 더 큰 규모이나 다행히 그때보다 피해는 적었다고 했다. 난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켜보았고 고통을 겪고 있을 그들이 너무도 마음 아팠다.
이 모든 이야기를 한 차시에 걸쳐 설명했고 효과는 대단했다. 3학년 전체 반의 학생들이 <진흙쿠키> 책에 관심을 갖고 책에 관심이 없던 아이들까지 책을 읽어왔다. 아이티라는 나라에 대해 정보수집을 하고 모둠별로 주제를 잡아 신문을 만드는 등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했고 아이티에 대해 많은 배경지식을 가지는 기회가 되었다. 마지막에 학생들은 아이티를 돕고 싶다는 글을 썼고 나는 그냥 끝내기가 아쉬웠다. ‘어떻게 하면 아이티를 진짜 도울 수 있을까?’를 일주일간 생각하고 오기로 했고 토의를 했다. 옷을 보내자는 학생, 라면 같은 음식을 보내고 싶다는 학생, 문구류부터 신발까지 종류도 가지가지였다. 그 와중에 ‘물’을 보내자는 학생이 있어 크게 웃기도 했다. 웃기는 했지만 이 아이가 어떤 마음으로 이야기했는지 알기에 그리 말하는 아이의 마음이 고마웠다. 결국 현실적으로 무게를 고려해 마스크를 2달 동안 모아 아이티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대신 부모님이 사신 마스크를 그냥 가져오는 것이 아닌,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자신의 힘으로 마스크를 모아 기부하기로 했다.
다음 날부터 난리였다. ‘내가 이 일을 왜 만들었을까?’라는 후회가 들 정도로 쉬는 시간이고 점심시간이고 마스크를 내러 오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마스크 앞에 작은 메모를 붙여 영어로 희망의 메시지를 적게 했는데 한 장부터 50장이 넘는 마스크를 들고 왔다. 청소하고 3장 가지고 온 학생, 신발 정리해 1장, 동생 돌봐주고 5장, 설거지하고 10장 등등 일도 가지가지였다. 그중 50장을 가지고 온 학생은 시험을 100점 받고 가지고 온 것이라고 해서 칭찬해 주기도 했다. 어떤 일을 하든 이렇게 열심히 멀고 먼 아이티를 위해 고사리손으로 일해 마스크를 모아 오는 이 아이들로 인해 나는 따뜻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비록 밀려오는 학생들로 인해 정신없이 일해야 하긴 했지만 순수하고 맑은 아이들의 눈빛과 선함으로 나의 눈빛도 마음도 뜨거워지는 경험을 했다.
이렇게 모은 마스크가 대략 2000장 정도였고 비가 쏟아지던 날, 우체국으로 가서 어렵게 부치고 돌아왔다. 상자 겉면에 A4용지 한 장으로 우리 학생들의 마음을 요약하여 부치게 된 경위와 부탁을 적어 꼼꼼히 붙여 보냈다. 부디 우리의 마음이 마스크를 받는 한 명 한 명에게 용기가 되고 위로가 되어서 팍팍한 삶을 견딜 수 있는 이유가 되길 바라는 간절한 기도도 함께 부쳤다. 또 예쁜 마음을 가진 이 아이들이 잘 자라서 지금보다 아름다운 세상이 되기를 더욱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