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아프지마렴

by 영자의 전성시대

언제부턴가 한 학년에 눈에 띄게 아픈 아이들이 2~3명 정도 꼭 있다. 예전에 아픈 아이라 한다면 몸에 장애가 있거나 인지적. 정신적 장애가 있는 것을 말했다. 하지만 요즘 아픈 아이들의 대부분은 ADHD증상을 가지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학교 전체에 2~3명 정도였다면 지금은 한 학년에 2~3명이니 얼마나 많아진 걸까! 솔직히 코로나19보다 나는 이 질병이 더 무섭다.

ADHD 학생은 경중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수업을 하다 보면 확연하게 느껴지는 그 무언가 있다. 다른 학생들과 결을 달리하고, 마음의 수위가 아주 높거나 아주 낮거나 하는 모습이 반복되어 관찰된다. 약을 적게 먹으면 수위가 높고 좀 더 먹으면 아주 낮아진다. 이 모습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아주 작은 남자아이가 있다. 작아서 더 귀여운지 모르지만 하는 행동도 사랑스러웠다. 교사에게는 사랑스럽지만, 친구들에게는 아니었다. 과한 행동과 위험한 행동을 서슴지 않고 하는 탓에 이 아이의 이름은 다른 이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얼마 뒤, 부모 상담을 하며 이 아이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 아이가 ADHD를 앓고 있었고 약을 먹으면 숙면하기가 어려워 키가 크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의사인 엄마가 약을 조금 줄였더니 아이의 행동이 과해진 것이다. 다시 약을 늘리겠다는 약속을 하고 가셨다. 약을 늘린 후, 아이의 행동은 눈에 띄게 조용해졌다. 조용해진 것뿐 아니라 아이는 무기력해져서 수업 중에도 누워있고 싶어 했다. 쉬는 시간에도 자리에 앉아 움직이지 않았고 다른 활동들을 거의 하지 않는다. 교사인 나는 이 모습이 마음이 아프다.


다른 양상을 보이는 학생도 있다. 이 아이는 처음에는 조금 특이한 아이다 싶었는데 1년이 지나서 ADHD 증상이 급격히 나타났고 공격적인 성향으로 교실 분위기는 살벌해졌다. 조용하다가도 자신의 무언가에 올라오면 소리 지르는 것은 물론이고, 손에 닿는 것은 던지기도 했다. 더한 날은 책상 위에 올라가 스스로 위험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 한번은 친구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분노하며 친구를 때려서 절친이었던 친구가 원수처럼 되기도 했다. 나도 그 아이는 좀 무서웠다. 나보다 큰 덩치인데다 언제 변할지,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불안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을 지켜보니 그 아이만의 ‘룰’이 있었고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병행하며 부모님께서 열과 성의를 다하며 치료하셨다.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며 나아지고 있어 감사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한 아이다.


위의 두 아이는 그래도 나았다. 자신의 감정을 가림없이 그대로 표현해낸다는 것은 아주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몸집도 작고 얼굴도 창백하고 살도 하나도 없이 눈만 동그란 한 그 남자아이는 온몸이 상처투성이다. 한 주가 거듭될수록 다른 상처들이 늘어나고 있다. ADHD 증상에 심해져서 틱 증상까지 더해진 상태이다. 자신의 몸을 계속 자해하고 불안할수록 손의 살을 뜯어낸다. 그러다 더 심해지면 온몸을 떨기 시작한다. 이 아이가 앉은 책상과 의자가 힘겨운지 반복적 소리를 낸다. 우리는 그제서야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고 이 아이의 상태를 본다. 하지만 크게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없다. 그 아이 스스로 이겨내고 찾아내어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한번은 더 이상 마음 아파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내 자리로 불러 조용히 숨죽이고 물었다. “아가야, 어디 아프니? 선생님이 도와줄 게 있을까?” 그 아이는 들릴락말락 하는 소리로 “없어요.” 한다. 난 말없이 지켜본다.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음에 내 눈물이 차오를 때도 있다. 그 아이가 발표하며 손을 뜯을 때 내 손을 가만히 그 위에 올려놓는 것, 언제든 아무 때나 내게로 오라고 말하는 것, 눈물은 감추고 따뜻한 내 마음을 긁어모아 마음의 레이저로 그 아이 마음에 쏘아주는 것 말고는 해줄 게 없다.


마음이 아프다. 그 어린 아가들이 왜 그리도 아픈 것인지, 짧은 세월 속에 무슨 일을 겪어 그리된 것인지 속이 상한다. 키도 작고 몸도 작으니 마음도 작을 텐데, 그 작은 마음에 좋은 것만 담아도 금세 넘칠 것을. 그 작은 몸이 떨릴 만큼, 작은 삶이 흔들릴 만큼 힘들어하고 있다. 내 마음 아픔쯤이야 내가 해결하면 그만이지만, 그 아이의 아픔은 어찌 해결할까? 오랜 시간과 많은 경험과 수없이 깊은 대화가 어우러져서 그 상처를 소독하고 새 살이 잘 나게 해주기를, 성실하고 진실한 어른이 그 아이들의 옆을 채워주길 간절히 바라본다.


아가야, 제발 그만 아프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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