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 살던 지인 부부가 2주간의 일정으로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 이 부부는 전 세계로 떠돌며 사는 티베트인들을 돕기 위해 인도로 중국으로 다니다 지금은 네팔에 살고 있다. 3년 전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직전, 나도 네팔에 가서 카트만두를 둘러보고 그곳 사람들과 만나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왔다. 가기 전, 네팔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우리 학생들에게 필통을 후원받았었다. 후원하길 원하는 학생들은 집에서 쓰던 학용품 중 깨끗한 필통과 연필 3자루, 지우개, 형광펜, 색 볼펜, 자 등을 넣어 영어로 된 짧은 편지를 넣어 가져왔다. 한 달 정도 기간을 두고 받았는데 대략 100개 정도가 모여 내 여행 가방의 반이 꽉 차서 감사하기도 했고 대략 난감이기도 했다. 그렇게 가져간 물품은 카트만두 변두리에 있는 티베트 고아원에 기부되어 그곳 아이들의 깜짝 선물이 되었다. 그곳 아이들이 선물을 보고 소리를 지르고 뛰며 흥분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이 행복한 기억으로 다시 한번 그곳 아이들에게 깜짝 선물을 하고 싶었다. 먼저 지인에게 물어보니 지금은 아이들이 22명으로, 다른 지역으로 간 아이도 있고 새로 온 아이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그럼 지난번처럼 필통을 딱 22개만 우리 학생들에게 후원받아 가져 가면 안 될까요?” 비행기로 보내야 해서 무게가 많이 나가면 곤란하기에 눈치가 보였다. 두 분은 잠시 생각하더니 그 정도는 괜찮다고 했다.
22개 중 16개는 학부모 독서 동아리의 어머님들께 부탁을 드렸다. 이 일의 취지와 목적에 대해 설명했더니 너무 좋아하시며 동참해 주셨다. 나는 꼭 1개만, 그리고 새것 말고 새것 같은 중고로 보내달라고 부탁드렸다. 나머지 6개는 필통이 넘쳐날 것 같은 학생들에게 부탁했다. 부탁받은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고 기꺼이 가져왔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어머님들은 너무 좋은 마음으로 10개를 가져오시고, 새 필통과 새 학용품으로 가득 채워 오고, 색종이 2박스에 연필 6박스 등을 보내셔서 물품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기부하는 걸 공유해서 다른 학생들이 자기도 하고 싶다고 찾아왔고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러고 나니 상자 하나에 넘쳐날 만큼 채워졌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다 보내달라고 떼쓸 거다. 어느 하나 귀하지 않은 마음이 없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