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아이구나

by 영자의 전성시대

고학년 디베이트 시간이었다. 평소에는 수업 분위기를 깰 만큼 시끄러운 아이가 입론을 발표하는데 너무 작은 소리로 말해서 아무도 듣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때는 시끄럽게 떠드는 개구쟁이가 여러 번 크게 말하라고 주의를 주어도 발표시간이 끝날 때까지 같은 자세였다.


난 기분이 상했다. 글도 반밖에 써오지도 않은 데다 크게 해 달라는 나의 말은 듣지도 않고 실실 웃으며 모기만 한 목소리로 시간을 다 채우는 아이가 괘씸했다. 목소리를 깔고 눈빛을 세우고 아이를 매섭게 꾸짖었고 다음 수업을 이어갔다.


수업종이 울리고 아이와 단둘이 남았고 나의 기분에 대해 찬찬히 설명했다. 그런데.... 아이가 우는 거다. 여러 선생님들을 골탕 먹이고 주의를 주어도 들은 체도 안 하고 오히려 키득거리기로 유명한 그 아이, 수업 때마다 소극적인 자세로 늘 뒤편에서 장난만 치던, 웬만한 꾸중으로는 눈도 깜짝 안 하던 그 아이가 우는 거다.


내심 당황스러웠지만 나의 마음과 기분에 대해 기승전결 깔끔히 설명했다. 그리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럴 생각이 아니었다고 하는 아이에게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하지만 다음부터는 오해의 여지를 만들지 않도록 수업시간에 적극적인 자세를 부탁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는지 물었다.


눈에 힘을 주고 고개를 끄덕이길래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나 속으로 살짝 긴장했다. 뭐냐고 물었는데 답이 없다. 얼마나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나 싶어 더 집중하며 조용히 기다렸다. 한참을 가만히 있던 아이의 입에서 조그맣게 "죄송해요"


생각지도 못한 말과 아이의 마음에 난 긴장을 풀며 서로 오해한 것이니 네 잘못이 아니라고 도닥이고 보냈다. 키는 나보다 크고 머리까지 단발로 늘어뜨리고, 변성기는 와서 아저씨 목소리가 나는 아이가 눈물을 뚝뚝 흘리다 사과하고 가니 '아이는 아이구나' 싶다가도 마음 한켠이 아린다. 자식 혼내고 돌아서며 느끼는 마음같았다.


역시나 혼내는 거보다 칭찬만 하는 교사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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