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행방]05. 일년 전 죽으려 했던 바다 위에서

by 늦울림

'특별히 무슨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조금 뒤늦은 이야기지만 추석연휴 때 친구와 2박 3일

바다를 보러 여행을 갔다

20년 지기 친구지만 단둘이 여행 가는 건 처음이라 사실 조금 걱정이 됐었다

그러나 10일 정도의 연휴 기간 동안 상담도 없이 혼자 그 시간을 보내는 것에 막막함을 느끼는 걸 덜어주기도 했다



친구의 추천으로 처음으로 서핑을 해보고 저녁노을 질 때 바다를 보며 요가도 했다

맛있는 걸 먹었고 또 많이 먹었다

웃고 떠들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나 그 시간 사이사이마다, 그리고 친구가 잠든 사이 잠들지 못하고 울컥이는 눈물을 참았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안에 들어있는 슬픔, 분노 그런 감정들이 섞여 나오지 못하니 눈물로 밖으로 나오고 싶어 했을지도 모른다



아침에 누워있는 친구에게 바다 보고 오겠다고 하고 운동화를 신고 나섰다



작년 이맘때 혼자 술을 마시고 바위 위에 올라 죽으려 고민했던 그 자리에 섰다

여전히 파도가 강하게 쳐서 바위 위로 물보라가 넘어왔다

딱 한 걸음이었는데 그날 물아래로 가라앉지 못했다

그땐 밤이어서 밑도 끝도 없이 검은 물을 뒤집어썼는데

아침에 보니 참 파랗고 맑았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차가워'





물보라를 맞고 있기는 싫어서 그때보다 몇 발짝 뒤에서 하염없이 파도를 바라보다가 친구의 전화를 받고 숙소로 돌아갔다



이때도 나는 미움받을 수밖에 없다는 느낌을 마음 한구석에 가지고 있었다

나머지 연휴 내내 책도 읽고, 즐겨보는 영상들도 보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으나 마음이 너무 괴로웠다

(경미한) 자해를 하지 않고는 잠이 들기 어려웠고 날카로운 금속에 의존했다

연휴의 끝자락에 방을 다 치우고, 화장대 위에 올려둔 엽서를 다른 걸로 바꾸고 일주일간의 계획을 적어보았으나 역부족이었다

일상에서 정신을 차리기 어려운 시간들이 흘렀다



어느 날은 잠에 들지 못해 1시간 미만을 자고 출근해서 일을 했고 , 그런 날들의 연속의 흐름 속에서 -많이 울었다-라고 밖에 표현을 못하겠다

요즘엔 우는 내 모습이 싫어서 일부러 울지 않으려고 하는데도 어쩔 수가 없었다

무엇이 이토록 눈물을 흘리게 하는 건지 잘 모르겠으면서도 그냥 눈물이 났다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원래도 잠 못 이루는 밤이지만 거기에 눈물이 더해져

새벽에 베개가 젖어 치우고 그냥 앉아서 울기도 했다

어차피 못 잘 거 알아서.



회사에선 아무렇지 않게 일을 하고 의무감이 사라지면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낮과 밤처럼 내 모습도 극명하게 대비가 되었다

먹는 것도 싫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그냥 삶을 끝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충동이 강하게 들었다

특별히 무슨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싫어서 환멸이 났다



여행 중 잠시 서점에 들러 보았던 책의 한 페이지가 머릿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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