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행방]04. 나는 미움받을 수 밖에 없는걸

by 늦울림

'나를 싫어하는 게 당연하잖아'




침묵과 대조되게 오히려 평소보다 긴 시간 동안 상담을 받고 시작된 하루.


머리로는 아니라고 되뇌었지만, '나는 미움받고 있어.'라고 마음은 이미 정해버린 것 같았다.

​모든 화살이 나를 향하고 있다는 그 끈질긴 생각의 시작은, 며칠 전 상사와의 사소한 마찰이었다.



​평소라면 그냥 넘어갔을 상사가 이런 실수를 해선 되겠냐고 한소리를 했다. 동료가 바빠 보여 대신 처리한 일에서 하필 오타가 나서 내 업무는 아니었지만 실수에 대해 반성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상사는 본 적 없는 표정으로 나를 다시 불렀다.



"이거 ㅇㅇ한테 드렸어?"
"아니요"
"어제 방문할 때 드리지 그랬어!"
"저는... 방문한 줄도 몰랐어요"



나는 상대가 방문한 줄도 몰랐다고 억울한 마음에 그렇게 대답했으나 이전에 본적 없는 좋지 않은 표정의 상사의 얼굴만 마주하게 됐다.

오늘 연락드리겠다고 말하곤 자리에 앉았다.



원래 저런 표정 짓는 분이 아닌데. 그리고 평소 칭찬도 자주 해주시는데.

내가 잘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굉장히 미움받고 스스로가 무능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내가 사실 바보 같고 뭐 하나 똑바로 못하는 사람인 걸 알게 된 게 아닐까?'

'그래서 이젠 내가 싫어진 걸 지도 몰라'



그런데 사실 저건 내업무가 아니기도 해서 억울했다.
ㅇㅇ에 대한 관리와 방문을 안건 내가 아니라 옆자리 동료의 업무인데..

물론 해당 물건은 내가 구입해서 보관했지만, 나도 방문여부를 몰랐는걸.



그러다 어차피 나를 싫어하는 건 당연한 거라고


그러니 낙담하지 말라고 당연한 거니까



몇 시간 뒤 ' 미움받고 있다'는 생각은, 상담 선생님과의 짧은 문자에서 더 선명해졌다.

회사 일정 때문에 상담 시간 조정을 위해 선생님께 문자를 보냈다. 전날 늦게까지 이어진 상담에 대한 죄송한 마음을 담아 잘 들어가셨는지, 너무 늦게 들어가셨을 것 같다고. 사전에 말씀드렸던 일정 때문에 다른 요일로 조정해 주시면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곧 답장이 왔다.

"네늦게들어갔네요. 그럼 월요일로 일정 적어놓을게요. 연휴 잘 보내시고요. 담주에 만나요.
아 수요일이요."



연휴 잘 보내시라고 답장을 보냈으나 어딘지 모르게
찬바람이 분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도 내가 싫으실 것 같아'

'내가 선생님이어도 그럴 거 같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상사에게도 선생님에게도 미움받는다는 생각



머리로는 두 분 다 오늘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그런 걸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자고 되뇌었지만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누구에게나 미운오리 새끼인 것 같다는 생각과 느낌을 떨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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