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얻어 살고 있는 집이 무려 한강 가까이에 있다. 15분만 걸어 올라가면 한강 공원이 나온다.
아기 낳고 체력도 너무 안 좋아지고 서울 와서 일 시작하고 아기 캐어까지 하려니 저녁 8시만 되면 아기 재우고 드러누워 유튜브만 보는 일상이 계속되었다.
그러던 중 인스타그램에서 우리 동네 지하철 역 + 러닝이라고 검색하니 어떤 계정하나가 떴다.
덜컥 카톡방에 들어갔고 러닝 클럽(?)에 나가게 되었다.
6월 초부터 일주일에 한 번 나가기 시작했는데 6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날씨가 너무 더워 방학이라는 걸 하면서 정기러닝이 없었다. 방학이 끝나고 다시 나가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한 6번 정도 나간 것 같다.
정기러닝은 목요일마다 있는데 40명 정도의 젊은 친구들이 나온다. 속도 별로 5:00, 5:30, 6:00, 6:30, 7:00 팀을 짜주고 원하는 속도에서 뛸 수 있다. 나는 2.5km를 7::00 속도로 뒤고 다시 2.5km를 뛰어 돌아온다.
내가 꾸준히 나갈 수 있었던 것은 한 달에 두 번 이상 나오지 않으면 채팅방에서 강퇴를 당할 수 있고 다시 그 채팅방에 들어갈 수 없는 무서운 룰 때문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불모지에서 이렇게 러닝팀을 이루면서 사건사고가 많았던 것 같은데 그중 유령회원도 너무 많았고 하다 보니 그런 룰이 생겼다고 한다.
정기런은 목요일 저녁마다 있지만 일반런은 매일저녁마다 있다. 원하는 사람이 채팅방에 투표를 올려서 참가자를 모집하고 그 사람들끼리 모여 최소 5km 이상 뛰면 된다.
잘 뛰는가?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아직도 그 팀에서 제일 느리다. 내가 항상 뒤처지니 장이 내 옆에 사람을 붙여준다… 계속 그렇게 하고 있다 ; ;
하지만 어제 월요런을 다녀오면서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생각이 되었는데 처음엔 1km를 걷지 않고 계속 뛰는 것조차 어려웠다면 이제는 반환점인 2.5km까지는 걷지 않고 뛰어 쭉 달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느린 속도로…)
그리고 내 호흡에 집중하고, 다른 사람들 발소리와 내 발소리를 맞추려고 노력하면 얼추 다른 사람들 속도에 맞게 따라갈 수 있다는 점! 도 배웠다.
5km를 무리 없이 달리는 게 목표인데 일단 2.5km까지는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러닝에서는 2.5km 이후 반환점에서 숨 좀 돌린 후 돌아오는 2.5km를 잘 달려보기 위해 집중해야겠다.
나같이 민폐 끼치는 걸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이런 러닝팀에 들어가는 것이 운동이 된다. 나때문에 러닝 속도가 느려지고 등등 그런 불상사(?)를 정말 싫어하기 때문에 죽기 살기로 달린다.
나야 30대 중반이지만
거의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젊은 친구들이 많다.
이렇게 젊은 친구들이 이렇게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 놀랍고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8월 중순, 시원한 바람 한 점 없던 날 6km를 뛰고 너무 힘들어서 속으로 ‘내가 여기 다시 나오나 봐라!!’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다음 주 또 나가서 준비운동을 하고 있던 나…
크루원들, 그들 덕분에 점점 러닝이 재미있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