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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쁜공감 Dec 01. 2022

차가운 너, 서운하지만 안심이 된다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사랑


큰 아이를 향한 애틋한 마음은 같은 사랑이라도 마냥 귀여운 둘째와 그 결이 사뭇 다르다. 사춘기를 관통하면서는 존재의 어려움이 추가되었는데 희한하게도 그 감정이 애틋함을 배가시킨다. 맛있을 게 분명한 딤섬을 입안이 데일까 한 입에 쏙 넣을 수 없는 그런 심정이랄까.



초등학교 졸업식 마치자마자 터진 코로나 때문에 아이의 중학교 3년은 그야말로 미친 듯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내 꼬마 아가씨가 고등학생이 된다니, 나는 정말 믿을 수가 없다. 이십 대에 가까운 십대가 된 내 딸. 그럼에도 엄마의 체온과 체취가 묻어나는 안방 침대에 몸을 뉘이는 것을 좋아한다. 아마도 그것은 본능이고 안전하게 체득된 습관일 거다. 그와 상반되는 것은 놀라울 정도의 독립성과 자주성이다. 내가 낳았으되 나와는 많이 다른 딸. 물론 청소년기의 아이답게 생활면에서는 엄마의 자원을 들입다 빼먹으며 애용하고 있으나 자신과 직접 관련된 일들에 대해서는 모든 선택과 결정을 스스로 하고 있다. 그건 분명 기특하고 고마운 일이지만 자고로 인간이란 모든 것에 각각의 잣대를 들이대며 카멜레온처럼 변모할 수는 없는 법. 아이는 감정형 엄마와 달리 명백한 사고형이고 속은 깊으나 그 온도는 차갑다.



그럼에도 내 속으로 낳아 그런 지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미는 아이가 나와 비슷한 생각이나 마음을 가지지 않을까 기대하며 착각한다. 늘 뒤통수 얼얼하게 깨달으면서도 끊임없이 착각하는 것은 부모만이 가진 어리석음이자 특권일 수도.



지난 주일 오래간만에 딸과 함께 성당에 갔다. 예전엔 늘 함께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쉽지 않아졌다. 아이는 주말에도 학원 일정이 생겨났고 어미는 전례 봉사 일정에 맞춰 미사에 참석하다 보니 그리되었다. 모처럼 만의 청소년 미사에서 제 학년 자리에 앉아있는 아이의 뒤통수를 바라보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했다. 성체를 모시러 나가며 먼저 성체를 영하고 기도하고 있는 딸을 지나쳐갔는데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



아이를 주일학교 유치부에 넣고 쭉 어린이 미사 제대 봉사를 했다. 딸은 율동 봉사를 하며 제단 위를 오르내렸고 초등 고학년이 되고부턴 전례 봉사를 했다. 어미와 딸 모두 짧지 않은 시간, 주님의 제단 위에서 봉사하며 지낸 것이다. 그 시간 동안 나름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시간 맞춰 이동하는 차 안에서 얼마나 많은 실랑이를 했던가. 둘째까지 데리고 다니면서는 매일이 전쟁이었다. 신앙생활하지 않는 남편의 눈치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간의 일들을 돌이키며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나는 왜 걱정하고 염려하는가. 나는 내 깜냥 것 애썼고 모든 것은 내 의지대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 주님의 자녀로 키우려 노력했으니 그분께서 당신이 가장 옳고 합당하다 여기는 길로 이끌어주실 것이다...

미사가 끝나고 딸은 젖은 눈의 어미에게 왜 울었냐고 물었다. 나는 정말 있는 그대로, 내가 느낀 그 마음을 말해줬다.



"그래서 눈물이 났어..."


그러자 딸이 말했다.


"엄마.. 너무 감*적이야."


나는 진심, 감동적으로 들었다. 아니 그렇게 들렸다.


'감동적이야?' 하고 되묻는 나에게 딸은 웃으며 말했다.


"엄마, 너무 감적이라고요."



조금 당황했지만 실망하진 않았다. 내 딸은 이렇지. 알고 있었으면서 또 그런 생각을 했구나. 이젠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다.


"감동이라고 한 줄 알았잖아! 피이."


딸은 그냥 웃었다.



이 에피소드를 지극히 사고형인 친구에게 얘기하니 그녀왈, 아이는 공감하기 어려웠을 거라고. 그래도 딸이고 엄마 마음 헤아리려 노력하니 눈을 들여다보며 궁금해한 거라고 했다. 그렇구나.

하지만 이제 본격적인 독립의 과정을 시작하게 될 딸이 그런 성향의 아이라서 엄마는 되레 안심이 된다. 자식을 향한 사랑은 이런 거구나. 지금의 너는 결코 가늠할 수 없는 사랑. 엄마도 엄마가 되기 전엔 몰랐던 그 사랑. 나의 서운함 따위 조금도 중요치 않고 그저 네가 씩씩할 거란 안도에 이토록 마음이 편안해진다.




맑고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너. 소망하는 것들을 품에 가득 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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