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현주 Aug 07. 2023

별을 다는 아이 : 캠핑도 건강이 중요해

피칭하고 4시간 만에 철수한 이야기

고아웃 이후로 단독 캠핑에 자신감이 생긴 우리는 1박 2일 캠핑에도 도전을 하기로 한다.

토요일 오전마다 아이가 참여하는 활동이 있어 가능한 시간이 토요일 오후~일요일이다 보니 2박 3일 캠핑이 불가능한 탓이었다. 그럼에도 캠핑에 미쳐있던 우리는 아이의 활동이 끝나자마자 바로 캠핑장으로 향하는 일정으로 예약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 처음이 '별을 다는 아이'였다.


양주에 있어 길도 많이 막히지 않고 조용하고 관리가 잘 되는 소규모? 캠핑장인데, 아이와 책을 읽을 수 있는 오두막이랑 조용한 산책길이 있고 여름에는 수영장도 있는 곳이라 인기가 많다고 한다. 우리야 수영장을 잘 이용하지 않아서 매력 포인트가 되진 않았지만 사진으로만 봐도 깔끔하고 고즈넉한 곳이라 얼른 가고 싶은 마음..

당일 완벽하게 캠핑 짐을 챙겨 아이 수업에 참여했다가 바로 캠핑장으로 가는 일정이었는데 아침부터 나의 컨디션이 영 좋지 않아.. 아이가 수업하는 동안 나는 차에서 잠을 자면 나아지겠거니 하며 쉬고 있었는데 컨디션은 점점 나빠졌다. 그래도 캠핑 가서 쉬면 낫겠지 하며(나에게 캠핑은 휴식이니까) 캠핑장으로 출발했고, 가는 내내 자면 나아질 줄 알았다..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사이트를 배정받고 피칭을 시작했는데, 지금이야 남편 혼자서도 피칭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때지만 그때는 초보라 여러모로 남편도 힘들었을 텐데 하나도 도와주지 못하고 차에 있었다. 꾸역꾸역 피칭을 마치고, 나는 텐트에 들어가서 또 잠을 잤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자는 게 아니라 아파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과 아이가 저녁을 차려 먹으면서 깨워도 나는 일어나지 못했고, 저녁을 다 먹고 정리하는 와중에 간신히 일어나 "오늘 여기서 못 잘 것 같아. 철수하자."를 말하게 되었다. 저녁이 다 되어서야 시작한 철수는 해가 지고... 어두워지고.. 거의 매너타임이 다 되어서야 완료할 수 있었는데, 캠장님이 나오셔서 조명도 들어주시고 철수도 도와주셔서 간신히 나올 수 있었다.


그때 확실히 알았다. 캠핑이 아무리 편해도 여기는 집이 아니고, 당장 화장실 한 번을 갈려고 해도 한참을 움직여야 하는 곳이라는 것. 그렇기에 좋은 컨디션으로 와야 온전히 즐기고 쉬다 갈 수 있는 아웃도어라는 것.

그 이후로 이런 일은 다시 발생하지 않아 다행이지만, 컨디션이 조금만 안 좋아도 캠핑을 나가는 것이 걱정되기도 하고, 그만큼 캠핑 가기 전에는 컨디션 관리를 주의하게 되기도 하는 교훈을 얻었달까.

그래도 감사한 것은, 내가 잠만 자던 그 사이에 남편과 아이는 오두막에도 가보고 산책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시간을 알차게 보내주었던 것.. 그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 덕에, 우리는 또 '별을 다는 아이'를 찾게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솔밭가족 캠프촌 : 우리가 고아웃을 간다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