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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퍼 Jul 21. 2024

그래도 아직은 그래야 할 때니까

잘 팔리기 위해 하는 고민이 슬프긴 하지만

그때 그랬더라면 어땠을까. 

내 삶이, 직업이 조금은 달라졌었을까? 하는 물음들이 순간순간 나를 찾아온다. 


예를 들면, 첫 직장에서 자신 없다고 엉엉 울며 다른 지역의 근무지의 정직원 원서를 쓰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라던가. 두 번째 계약직을 마치고 제주도 스텝 생활을 할 때 블로그를 시작했더라면 좋았을걸. 이라던가. 하던 일을 멈추고 커피를 하겠다 마음먹었으면 취업이 너무 안 돼도 다시 알바부터 찾아봤으면 어땠을까. 라든가.


어찌 되었든 내가 그 지점들을 지나 여기에 있는 건 그 모든 과정들이 내게 필요했음이라고 믿는다. 연결되어 보이지 않는 지점들을 지나오며 깨달은 것들이 있고, 그래서 바뀐 것들이 있으니, 분명히 필요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문득문득 아쉬움이 차오르는 건, 지금 내 삶에 불만족해서가 아니라 여전히 나의 기준이 그 너머에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스스로에게 만족이나 칭찬을 자주 주기에 나는 내게 엄격하다. (물론 그렇지 못한 부분들도 있지만.) 


아무튼 이제 다시 취업해야 한다는 압박이 나도 모르게 생기다 보니, 내가 지나온 지점들과 경험들의 연결성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다. 채용이라는 시장에서 내가 팔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100% 진실도 100% 거짓도 없지만 그럴싸하게 여겨지도록 포장하는 일은 늘 스스로를 더 작아지게 만든다. 아무래도 나는 합리화보단 스스로를 의심하는 것에 더 재능? 이 있나 보다. 


처음 포트폴리오라는 걸 만들던 날, 내 포트폴리오의 타이틀을 "경험을 이어가는 기획자"라고 적었었다. 그때도 이런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인데, 점처럼 보이는 것들을 이어가고 싶었다. 보통 스스로의 경험에 기반해 성장해 가는 나로서는 누군가도 나처럼 점으로 여겨지는 것들이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것을 이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기에 그렇게 적었던 것 같다.


이제 다시 포트폴리오를 정리해야 할 시기가 온다. 아직은,, 조금만 더,, 하면서 미루고 있지만 아무래도 다음 달부터는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아직은 조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느낌이 든다. 어느 조직으로 갈 수 있을지, 어떤 조직으로 가고 싶은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때 적었던 "경험을 이어가는 기획자"도 여전히 나쁘게 느껴지진 않지만, 조금 더 손에 잡히는 타이틀을 쓰고 싶어졌다. 


더 실무를 잘 해내고 싶다기보다는, 누군가의 장점과 약점을 잘 발견하고 동료가 더 안전한 환경에서 스스로의 능력만큼 잘 해낼 수 있도록 판을 깔아 주는 것에 기여하고 싶다. 그러니까 나는 이제 실무자보다는 중간관리자가 되고 싶은가 보다. 그것도 꽤 괜찮은 관리자를 스스로 원한다. 


그러려면 내 타이틀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나의 경험들을 어떻게 이어 시장에 팔릴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을까.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상대도 원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 아마도 이런 고민들을 새로운 포트폴리오의 타이틀을 정할 때까지 계속해 나갈 수밖에 없겠지. 부디 내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조금만 덜 지칠 수 있으면 좋겠다. 스스로를 덜 깎아내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도 원하고 조직도 내게 기대하는 그런 이상적인 조직에서 나의 쓰임을 다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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