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생일이 행복하지 않을 땐 치앙마이를 떠올려줘

by 태림


역시나 약속의 7시 40분에 일어나 조식을 주섬 주섬 먹었다. 여전히 깔끔한 조식이지만, 내내 먹으니 물리는 건 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질리지 않을 수 있는 게 존재하긴 할까?



조식을 먹고, 어제 마야몰에서 산 엄마와의 시밀러룩을 둘이 챙겨 입고 나왔다. 오늘은 또 다른 카페로 향한다. 알고 보니, 나보다 먼저 치앙마이에 다녀온 소피가 선물로 드립백을 줬던 카페였다. 모를 때보다 알고 나면 더 반가이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역시 사람은 아는 만큼 보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카페에 가면 꼭 엄마에게 먼저 선택권을 준다. 그럼 엄마는 귀신같이 내가 '이거 마셔야지' 생각하고 있던 원두를 손으로 가리킨다. 자주 짜증 나고 가끔 별 수 없다 싶다. 이것도 맛보고 싶고 저것도 마셔보고 싶은 나는 결국 다른 원두를 고른다. 근데 웃긴 건 꼭 그렇게 시키고 나면 엄마가 내가 바꿔 시킨 게 더 맛있다고 한다. 그래서 별 수 없이 여전히 엄마에게 먼저 선택권을 주고, 나는 차선을 고른다.



카페에는 디지털 노마드로 일하는 손님들이 많았다. 그런 직무는 어떤 직무일까, 그런 삶은 어떤 삶일까 잠시 궁금해한다. 나는 늘 가지지 못한 것에 미련을 둔다.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살고 있으려나. 내가 한국에서 태어나 교육받아 그런 걸까. 괜히 속상해진다.



치앙마이에는 미쉐린을 받은 식당이 유독 많은 것 같다. 어제도 미쉐린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오늘도 미쉐린 식당에서 먹었다. 피쉬볼이 입에 잘 맞았다. 오히려 고기 토핑보다 더 나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계획은 없지만, 더운 길바닥에 계속 머무르거나, 또 카페를 갈 수는 없다 싶어서 캄 빌리지로 향한다. 적당히 걸을만하다 생각해서 택시를 부르지 않고 걸어서 갔는데, 지나고 보니 엄마가 이때부터 힘들어하셨던 것 같기도 하다. 스스로를 예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엄마에겐 무딘 것 같다. 내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당연해지지 말고 더 예민해지자고 다짐한다.


캄빌리지는 예쁘고 차분한 느낌이었다. 안에 작은 도서관이 있는데,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것도 좋았고 은은하게 느껴지는 나무의 냄새들도 너무 좋았다. 언어를 다 이해하진 못하지만, 아이들의 책을 펼쳐 들고 차분히 앉아서 쉬었다.


미리 예약하면 참여할 수 있는 선셋요가가 있었는데, 일정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미리 예약하지 못했다. 치앙마이에 도착해서 예약하려고 보니 풀부킹. 아쉬운 마음으로 다음을 기약한다.


엄마의 컨디션이 꽤 떨어진 것 같아, 택시를 불러 숙소에 들어가 잠깐 쉬기로 했다. 이날은 엄마 생신이었다. 엄마는 치앙마이에서 생일을 보내게 돼서 좋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생일 때마다 아빠랑 다투게 되어 좋은 기억이 없다고 했다.



그런 엄마에게 이번 생일만큼은 좋은 기억을 남겨놓고 싶었다. 생일을 떠올리면 치앙마이가 생각나도록. 엄마가 숙소에서 쉬는 동안 나는 근처 베이커리를 찾아 헤맸다. 케이크를 사고, 호텔 로비에 안 되는 영어로 라이터를 빌려 올라왔다.


부스럭 거리는 나보다 피곤함이 먼저였는지, 엄마는 내가 케이크를 들고 조심조심 엄마 앞으로 올 때까지 코 골며 주무셨다. 굳이 엄마를 깨워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소원을 빌라고 하고, 촛불을 껐다.


엄마의 소원이 무엇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엄마가 앞으로의 생일은 행복하게 보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순간들을 함께 보내기 위해 내가 회사를 그만둔 걸까 싶었다. 지금 당장의 커리어와 돈보단, 엄마와 가족을 더 소중히 생각하는 낭만을 잃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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