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An umbrella )
체감온도 38도를 넘나드는 폭염에다가 극강의 자외선이 쏟아지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언제부터 우리나라의 여름 햇볕이 이토록 뜨거웠던가?
밖에 나가기가 무서울 정도이다.
한낮에 이글거리는 태양이라면 물론 똑바로 쳐다볼 수 있는 만만한 존재는 아니지만,
요즘 같아서는 더욱 태양에 겸손한(?) 자세로 그늘만 찾아다니고 있다.
아침부터 정수리에 내리 꽂히는 자외선의 기세에 눌려 비스듬하게 라도
하늘을 올려다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맨몸으로 돌아다녔다가는 얼굴에 생기는 기미정도가 아니라
살갗이 벌겋게 익을 지경이니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제 여름이면 '양산'은
선택이 아닌 필수품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 유형 - 물품
* 성격 - 일상생활용품, 외출용품, 가리개
* 용도 - 가리개, 내외
볕을 가리기 위하여 쓰는 물건.
양산은 서양에서 개화기 때 양장과 함께 들어왔다. 19세기 초기의 서양 여자옷에는 장식품으로
반드시 양산을 들었다.
양산을 처음 사용한 계층은 외국에 주재한 외교관 부인이었으며, 이어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되었다.
1910년대에 선교사가 경영하는 여학교에서는 장옷과 쓰개치마 대신에 <박쥐양산>을 쓰게 하였다.
이것은 검은색 우산으로써 우산을 편 생김새가 박쥐의 날개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대낮에 썼으므로 양산의 기능을 하였다고 할 수 있는데 그 당시에는 볕을 가리기 위한 기능보다는
내외용의 가리개 기능이 더 컸다.
그 뒤 차차 양산이 보급되어 1960년대까지는 여자들이 외출할 때 양산을 지참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출처-한국민족문화 대백과]
가리개의 성격, 특히 "내외용"이었다는 용도가 눈에 띄었다.
옛날에는 남녀가 한자리에 있게 되면 내외용으로 양산을 사용하기도 했었나 보다.
양산에 대해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이 흥미롭다.
예전에는 누가 양산을 들고 다닌다고 하면 지긋한 중년의 여성이 한껏 멋을 부린 뒤
액세서리 개념으로 들고 다니는 것을 떠올리곤 했다.
대부분 멋을 부리는 용도였으므로 문양이나 색깔도 화려하고 여성스러운 것이
일반적인 양산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제 많이 달라진 그것은 우산을 겸용하여 쓰고 있으며,
<우양산>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고 있다.
우산의 용도를 겸하고 있기에 자외선이 차단되는 양산이라지만
디자인은 일반적인 우산처럼 심플한 것들도 많아졌다.
단순한 디자인의 우산처럼 보이며 남성이 들어도 전혀 여성스럽다거나
어색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 때문인지 최근 남성들도 우산 같은 디자인의 양산을 들고 다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양산을 남성도 사용하는 것이 늘고 있는 걸 보면,
극강의 자외선으로부터 내 몸을 지키는 일에는 남녀가 따로 없으며,
적당한 도구를 이용하여 자신을 보호하는 행동이 현명해 보이기까지 하다.
각종 온열질환을 일으키고 피부에 해가 될 정도로 무서운 자외선 지수는
이미 가리개로 가려야 할 정도로 높아졌고,
양산 같은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게 되었다.
그런데 용감한 남편은 아직 자외선이 강한 날에도 양산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
나만 양산이라는 안전한 공간 안에서 걷고 있다 보면
달랑 모자하나 믿고 있는 저~쪽의 남편이 걱정되어 뜨겁지 않냐고 절로 묻게 된다.
대답은 없지만 알 수 있다.
원래 손에 뭘 들고 다니는 걸 싫어하는 사람인지라 비도 안 오는 날
우산을 들고 다니는 것이 귀찮아서 일 것이다.
아니면 쑥스러워서이던지.
이렇게 뜨거운 날 외출할 때 내가 남편에게 바라는 것은 부디 자신의 피부를 위해서,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비가 오지 않아도 우산을 드는 수고를 기꺼이
견뎌줬으면 하는 것이다.
귀찮든 쑥스럽든 어느 쪽이라도 뜨거운 태양에 모자 하나로 맞서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적을 이겨내려면 모자보다 더 나은 무기가
필요할 테니 말이다.
불타는 태양을 가리는 노력에 있어서 성별도, 나이도, 멋 내기도
다 소용없다고 느껴지는 것은
오직 뜨거운 자외선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뿐이라서 그렇다.
그 정도로 요즘 여름날씨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