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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ura Jul 08. 2024

애 먼 곳에 박제된 영원을 향한 갈망

루브르와 바티칸에서 보았던 미라 앞에서



 저는 어릴 때부터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누구나가 그런 것보다 아주 조금 더. 강낭콩 친구들과 어쩌고 그림책과 울보 곰돌이가 나오는 그림책을 엄마에게 매일이고 읽어달라고 했던 시간과 스스로 읽었던 시간을 합쳐 3년은 읽었던 것 같습니다. 관습적으로 커피나 무언가를 마신다거나,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며 패턴을 그리는 일도 비슷한 종류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세 번째가 되며 익숙해지는 구조라거나 패턴도, 새로이 보이기 시작하는 차별점도 모두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이유입니다.


 그렇게 자꾸만 욕심을 내서 결국은 사는 곳으로부터 9000km 정도 떨어진 판테온에도 3번, 콜로세움도 3번, 바티칸에도 3번이나 오게 된 저는 읽을 때마다 마음을 낚아채는 부분이 달랐던 그림책처럼 로마를 읽어냈습니다.



 


  그렇게 3번이나 오게 된 바티칸 박물관이 세계 3대 박물관이라는 사실은 중요치 않습니다. 루브르와 바티칸과 대영박물관 모두에서 작품의 엄청난 양과 규모에 압도되어 난 어디에 있으며 이것들은 어디에서 왔는가를 더 생각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같이 여행했던 친구와는 이집트에서 배 타고 건너온 미라에 대해 짧고 격정적인 대화를 했습니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시신을 박제하고 피라미드를 만들었습니다. 내세세계를 믿었기 때문이며 그렇게 박제된 신체를 통해 영혼을 보존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죠. 몇천 년쯤은 훌쩍 뛰어넘는 긴긴 믿음의 시간은 아주 많은 수의 유물과 미라와 파라오의 관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이집트인들의 영원을 향한 갈망이 한때 번영을 이루었던 로마 교황청의 유리 안에 박제되어 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가당치 않았습니다. 제자리에 있는 것 같지 않은 느낌. 이건 아무래도 느낌이 아니라 사실이겠지요.


 식물을 정말로 사랑하는 이들은 그들을 꺾거나 뽑아서 방에 안치시키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들을 보러 먼 길을 떠나거나 번거로운 발걸음을 옮깁니다. 사랑이나 애정이라는 건, 구경하는 관음의 자세나 주머니에 쑤셔 넣는 소유가 아니라 적극적인 움직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물과 고대 문명에 애정을 지닌 사람들은 그것들을 역사와 맥락이 존재하는 제자리에서 똑 떼어 유리관 안에 넣어두지 않겠지요. 보기 위해 스스로의 몸을 움직임으로서 적극적인 의미의 사랑을 실현하겠지요. 제국주의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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