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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ura Jul 15. 2024

숨겨지지 않는 외로움을 가진 소녀

다른 종류의 외로움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국 악센트를 가진 어떤 중국인이 C타입 충전기가 있는 지를 물었습니다. 10퍼센트 정도밖에 남지 않은 휴대폰과 곤란한 표정을 번갈아 보여주면서요. 그 덕에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소녀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많을 지도 모르겠지만 차림새와 웃음은 꼭 소녀였습니다. 저의 의사를 묻지 않고 제 옆자리로 성큼 옮기던 모습까지도 꼭 소녀였습니다. 




 

 중국에 있을 때 몹시 외로웠다는 말을 했습니다. 처음 만난 사이인 저에게 이러한 마음속 이야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니 만남의 지속성과 관계없이 그저 대화가 필요한 사람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고 싶었던 질문은 많았습니다. 새로 언어를 배우지 않아도 되는 곳에, 아마도 가족과 친구가 있을 그곳에서 어째서 그렇게 외로웠는지, 어째서 이곳으로 오게 되었는지.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입 밖으로 꺼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Different kind of lonely

 그리고는 이곳에는 다른 종류의 외로움이 있다고 했습니다. '다른 종류의 외로움'이라는 말에는 어떠한 수식도 필요 없이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그게 서울에 적응하기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그때의 모든 감정들은 지금보다 더 어렸던 스스로에 의해 외로움이 아닌 홀로 서는 시간으로 정의되었습니다. 외로움이 없었다면 그건 거짓말 이겠지만, 어른이 되어가는 길목에 필요한 수많은 것들 중 마음상태의 자립을 했으니까요. 그녀는 화장은 물론이고 외모의 어떤 부분에도 신경 쓰지 않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오래전부터 썼을 듯한 안경과 엄청나게 짙은 눈썹, 그리고 곱슬머리, 주름이 여기저기에 있는 체크남방과 잘 어울리지 않는 신발까지요. 그녀의 정돈되지 않은 용모와 옷차림에서 연민이 아닌 자유로움을 느끼고 싶었는데, 외로움의 농도가 너무 짙어 그게 잘 되지 않았습니다. 


 

 불과 며칠 전 어떤 사람에게서 외로움을 많이 타냐는 질문을 들었습니다. 숨기려고 했던 것을 들킨 기분이라, 나체가 된 기분이라 반사적으로 거짓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숨겨지지 않고 밖으로 자꾸 삐져나가는 외로움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가진 어떤 특유의 분위기 역시 밖으로 새어나가서 누군가가 발견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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