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수 Feb 22. 2023

상무대와 나눔 확산

"겨레의 늠름한 아들로 태어나  조국을 지키는 보람찬 길에서  우리는 젊음을 함께 사르고 피고 질  무궁화 꽃이다"


군대생활을 해 본 사람은  군가의 한 대목이 귓가에 들리면 저절로 따라 부르며 군생활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이처럼 군생활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군 생활을 하면서 보람 있었던 일중의 하나는 헌혈과  재난시 대민봉사가 아닐까?

 우리  군은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일에는 그 누구보다도 앞장선다.

나는 혈액원에 근무하면서 많은 군 지휘관을 만날 수 있었다. 어려울 때마다  그들은 생명을 살리는 헌혈에 적극 동참해 주었다. 그 고마움에서인지 나는 "아! 이분들이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진정한 애국자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적십자와 군은 특별한 관계다


군은 평시에  헌혈과 회비로,  전시에 적십자는 혈액과 전사상자를 구호한다.

군인이 정복을 입으면 왼쪽가슴에 약장을 다는데, 거기에 적십자 국군회원 기장이 있다.  적십자회원으로서 회비를 납부하고 국제인도법을 준수한다는 의미에서  이 기장을 가슴에 단다.  이렇게 군과 적십자는 혈맹이다.


장성에 있는 상무대는 우리나라 육군간부 양성의 요람이다. 이곳은 장차 부대 지휘관과 전역 후 리더가 될 초급간부 대다수가  거쳐가는 관문이다.


나는 1999년부터 3년간  주야를 불문하고 매일같이 상무대를 드나들었다.  상무대 헌혈은 교육이 끝나고 야간에 이루어졌다. 힘든 훈련 후임에도 많은 교육생이 참여했다.    심지어 말라리아지역에서 온 고군반 장교들에게는 야간에 혈장헌혈을 시키기도 했다.  체육관은 불야성을 이루었고

늦은 시간 칡흙 같은  어둠 속에  간간히 빛나는 밤별들을 보면서  복귀하던  그  시절이 있었다.


늦은 밤까지 열성이었을까?

물론 혈액이 필요하기도 했지만 초군, 고군 장교와 부사관들의 헌혈 참여는  교육 후 전입한  부대  장병들의 헌혈로  이어지고,  전역 후  각급 단체 리더로 성장하면서  선한 영향력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굳게 자리 잡았던 것이다.

이들이  헌혈과 같은 나눔에 어느 정도 참여하느냐? 에 따라 우리 사회  나눔 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클 거라고 생각했다.


# 상무대 헌혈 나눔이 기부 나눔으로 이어지다


이 믿음은 정기후원(기부) 나눔 교육으로 이어진다. 2009년  회원홍보팀장으로  상무대를 찾게 된다.  

돌이켜보건대 처음엔 나는 특강으로 '적십자 인도주의와  제네바협약'교육과  나눔에 대해  소개하며  후원회원을 모집했다. 이 교육은 야간에 이루어졌고 하루종일 훈련에 지친 교육생을  상대하기는 힘들고 벅찼다.  여기에 전시  포로에 대한 대우 등 제네바협약에 대한 교육이 전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모 학교장의  인식은 설상가상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교육내용에서 협약내용을 빼고 나눔을 중심으로 수정한다. 교육시간도 중식시간 일부를 할애받는다.  


이런 과정에서  육군기계화 학교  변병수 상사와 보병학교   ㅈ교육단장과의 만남은 큰 힘이 되었다.  

헌혈과 다르게  기부는 금전과 관련되어 적극적인 모집이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단장님은 대한적십자사의 공신력을  믿어주셨고  오히려  어려운  이웃에 대한 기부는 초급간부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라고 강조하였다.  여기에 당시 교관이었던  군대 동기생인 소영민 중령(특전사 사령관 예편)이 힘을 보탰다. 그는 주요 지휘관을 역임하며   헌혈 마일리지 도입 등  헌혈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한다.


이분들 덕분에 순조롭게  나눔 교육은 진행됐고 많은 장병들이  정기후원 (기부)에 참여했다.   

10여 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헌혈과  함께  상무대 교육생의 기부행렬은  이어지고 있다.


# 상무대는 나눔 확산의 전초기지다


저출산으로 인구수가 줄고 헌혈 참여는 감소하고 있다. 군부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제안을 한다면 이제 상무대도 지금처럼 야간이 아닌 주간 교육과정에  교육생들이 헌혈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참여도가 눈에 띄게 높아질 것이다.  


나눔 교육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지금처럼 중식시간  일부가 아니라  정규  교육시간에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교육생이  흰 바탕에 빨간 십자마크 모양의 국군회원 기장을 자랑스럽게 가슴에 많이 달았으면 좋겠다.


어느  라디오 인터뷰에서  "적십자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보람스러운 일이 무엇인가? "  물은 적이  있는데, 나는 "상무대 간부교육생들에게 헌혈과 기부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렇게 답한 것은 상무대의 나눔이 우리 사회 나눔 문화 확산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 두발을 쭉 펴며 고향의 안방~~" 이란

군가가 입안에 맴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눔으로 청렴해도 괜찮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