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부터 먼 길을 다녀왔다. 하지만 발길이 가벼웠다.
바다 건너 비렁길로 유명한 금오도. 배를 타고 가는 길이 너무 아름답다.
#입주식
비만 오면 집이 물에 잠긴다는 집이었다. 두 아이가 있는 결혼이주여성 가정이다. 남편은 뇌병변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고 필리핀 아내가 식당에서 일을 해서 근근이 생활하고 있었다. 입주식에는 마을 주민들이며, 후원자, 봉사자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새 보금자리에서 행복하세요”
“열심히 잘 살겠습니다”
두 아이들의 눈망울이 반짝거렸다. 성실하게 보이는 필리핀 아내와 순박한 남편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다시는 물에 잠기지 않도록 보금자리는 배수로를 넓히고 지반을 높여서 우뚝 새로 지어졌다.
#도화지에 그린 집
살구꽃 향기가 나는 계절, 녹차로 유명한 보성의 한 부녀가정 이야기다.
KBS 동행에서 방영된 한쪽 팔이 없는 아버지와 어린 딸이 서로 의지하며 굳세게 살고 있었다.
아이가 그린 도화지에 집 내부가 눈길을 끌었다.
“여기는 내방, 저기는 아빠 방”하며 좋아하는 밝은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 부녀의 얼굴은 희망으로 가득 찼다.
얼마 전에도 화재로 집을 잃고 마을회관에서 노모와 살던 가정에 새집을 마련해 주었다. 이외에도 도배나 장판, 싱크대 교체, 마을 벽화 그리기 등 우리 주위에는 집수리가 필요한 가정이 정말로 많다.
#집중호우
얼마 전 서울지역 집중호우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100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다.
언제부터인가 비가 오면 하늘에 구멍이 난 듯 퍼붓는다. 시간당 100mm 이상 비가 오면 집중호우라고 한다.
순식간에 쏟아지기에 배수구가 막힌다. 도로는 물로 넘치고 아수라장이 된다.
지구에 구멍이 난 것일까?
넘친 물은 지하 주창장이며 차량, 주택까지 가리지 않고 침수시킨다. 발목을 넘어 허리까지 차오른다.
#반지하 - 재난은 결코 평등하지 않았다.
차오르는 물길을 미처 피하지 못한 세 가족이 생명을 잃었다.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이 연상되는 순간이다
세차게 비 오는 날, 차오르는 물길을 피해 여기저기 가족들이 피하는 모습들.
이날 강남의 반지하 주택들에서도 일어난 일이다. 무려 30만 가구 이상이다.
서둘러 서울시는 당장 그 많은 사람들을 지상으로 옮길 듯이 반지하 주택을 20년 안에 모두 없애겠다는 등 현실성 없는 대책들을 내놓았다.
그러자 막상 반지하에 사는 주민들이 이성적으로 이야기를 한다.
“당장 여기를 떠나면 생계는 어떡하냐?”
단순히 주거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후 시는 주택상태나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 안전조치 등 단계별로 지원하기로 했다.
#낡은 시골집
반지하 못지않게 농촌지역의 주거문제도 만만치 않다.
다 삭은 쓰레트 지붕, 흙더미가 보이는 천정, 누수로 곰팡이가 시커멓게 피어있는 방 안, 희미한 전등, 찢긴 바닥, 뒤틀어진 싱크대, 기름진 프라이팬, 다리 아픈 노인들에게 가장 힘든 집 밖의 재래식 화장실 등.
여기에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 막사에 생활하시던 분들.
현장에서 보아온 모습들이다. 아직도 우리 눈앞에 보이는 아픈 현실이다.
#소중한 집
주거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운가 보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부동산 정책을 내놓지만 성공한 적이 없다.
내가 어릴 적에 수 채의 집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내 기억에도 기와지붕의 앞마당에 수 십 그루의 돌배나무가 있고, 집 밖에는 넓은 밭이 있었다. 그런 집을 불장난하다가 홀라당 태울 뻔하기도 했다. 점점 가세가 기울어 수 채의 기와집은 사라지고 사글세로 살았다. 고등학교 때던가 집을 지었다. 가족 모두가 벽돌도 나르고 모래에 시멘트를 섞어 미장도 했다. 남의 집이 아닌 단층짜리 우리 집은 소중하고 행복했다.
대개 6~70년대 가난했던 시절이다. 이 시기 자식들은 도회지로 나가 연탄불을 갈며 자취를 하거나 하숙을 하면서 면학을 했다. 결혼을 하고 내 집을 마련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평당 일천만 원이 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내 집 마련에 3~40년간 수십 수백만 원의 이자를 부담한다. 실감 나게 말하면 5억 원의 집을 사면 40년간 원금 이자 상환액만 월 230만 원이다
어느 대통령 공약에서 반값 집 운운했지만 더 오르기만 했다. 정부마다 집권 초기 수 십만 호를 공약하지만 여전히 집은 부족하다.
#과연 부족할까?
시골 인구는 매년 줄어들고 빈집은 늘어나고 있다. 도심 일부 지역도 미분양이 늘고 있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이 내 집 마련 부담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고 저출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웃 일본을 보라! 버블로 부동산에 묶인 일본 경제는 무너졌다. 일본의 주택 과잉 공급과 인구감소는 ‘빈 집 천만 채, 세 집 당 한집이 빈집’을 만들었다. 세금 부담으로 집값이 100엔(우리 돈으로 1,000원 채 되지 않는다)으로 나오지만 팔리지 않는다. 우리나라 빈 집도 151만 채(전국 주택의 8%)가 넘어가고 있다. 해결책이 없을까?
미국이나 선진국은 주택 소유보다 임대가 많다고 한다. 저렴한 임대주택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분양가와 이자 부담, 영 끌들의 대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밤하늘에 별처럼 “아파트가 저리 많은 데 내 집은 없다.”
“시골에 빈집은 많은데 방치되고 있다.”
이 아이러니가 풀릴 때까지 반지하 주택과 열악한 농촌 주거환경은 해결되지 않을 듯싶다.